치유적 대안학교 ‘별’ 정신상담가 김현수씨

별은 홀로 있어도 아름답지만 여럿이 모여도 하나의 별자리를 이루며 또 다른 아름다움을 만든다.

학생 한 사람 한 사람이 인격체로 의미를 갖지만 함께 있어도 그 의미가 퇴색되지 않도록 개인과 집단으로서의 특성을 모두 중시하는 치유적 대안학교 ‘별’. 그곳에서 학생들의 정신상담을 맡으며 희망의 별자리를 만들어가는 신경정신과 의사 김현수씨를 만났다.

마포에 있는 대안학교 ‘도시 속 작은 학교’의 기획실장이기도 한 그는 그곳에서 가정 형편이 어려운 검정고시생들을 돕던 중, 가정폭력·약물남용 등으로 심리적·정신적 문제가 있는 몇몇 학생들을 알게 됐다.

5년 전부터 복지·상담·교육을 결합한 성격의 학교를 생각해 오던 김현수씨는 이를 계기로 ‘한 살이라도 더 먹기 전에 시작해야겠다’고 생각해 집까지 팔아가며 지난 2월4일 봉천동에 ‘별’을 열게 된 것이다.

이렇게 해서 탄생한 ‘별’에는 김현수씨와 사회복지사 3명, 16∼23살의 학생 15명이 둥지를 틀고 서로 부대끼며 지낸다.

“요새 자두와 보아 노래 많이 들어요.” 학생들에게 ‘치유사’가 아닌 ‘친구’로 다가가려는 그는 요즘 최신곡도 모두 꿰뚫고 있다.

이런 그의 노력 때문인지 함께 한 지 3개월 밖에 되지 않았지만 수업에 꼬박꼬박 참석하는 10여명의 학생 중 8명은 스스로 ‘많은 도움이 된다’고 느낀다고 한다.

그러나 그들의 상처를 보듬어 주는 것은 여전히 많은 인내를 요구한다.

“상처가 있는 아이들은 생각보다 대하기 어려워요. 늘 불안정한 그들의 욕구나 기분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게 꽤 힘들더라구요.” 15명의 아이들에게 각각의 처지에 알맞은 도움을 주지 못하는 것 같다며 김현수씨는 아쉬워한다.

남을 돕는다는 것의 어려움을 실감했을 뿐이라며 고충을 털어놓으면서도 종종 돈까지 꿔가는 한 학생에 대해서는 ‘그래도 아직 3만원은 안 넘었다’며 웃어 넘긴다.

그가 이렇듯 특히 청소년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10여년 전 청소년보호관찰소에서 근무하던 시절 소년범들을 접하면서였다.

“인생의 모든 순간순간이 중요하지만 청소년기는 특히 중요해요. 이때 인생을 포기하게 되면 다시 그것을 회복할 기회가 아주 적거든요.” 그는 살인·강도·폭행 등을 저지르고 아파하는 아이들을 보며 ‘고쳐줘야겠다’는 생각보다 그들의 슬픔을 함께 ‘나눠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그들과 함께 하는 길을 택한 지금, ‘별’을 찾은 학부모와 학생들이 ‘아무데도 갈 곳이 없었는데 이제 갈 곳이 생겼다’며 기뻐하는 모습을 보면 보람을 느낀다는 김현수씨. 농담삼아 “한 5년만 하고 그만했으면 좋겠다”고 하다가도 금새 “일찍 혼자가 된 청소년들이 인생을 진지하게 살도록 깨우쳐주고, 가족치료에 더 능숙해져서 그들의 가족도 많이 도와주고 싶다”며 작은 소망을 이야기한다.

자신의 편안함보다 다른 이의 아픔에 귀기울이는 김현수씨. 병원에 걸려 있는 글귀에서 그의 따뜻한 마음이 묻어난다.

‘세상 모든 근심을/우리가/다 감당할 순 없지만/병들어 서러운 마음만은/없게 하리라. -인천 ‘사랑병원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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