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보육사업활성화 방안’이 갖는 의의와 문제점

결혼 후 직장생활을 생각할 때 한 번쯤 고민해 봤을 보육문제. 그 동안 여성 개인의 문제로 소급해 여성의 사회진출에 부담으로 작용했던 보육문제에 대해 정부가 6일(수) 보육활성화 방안을 발표하고 나섰다.

그러나 많은 여성·시민단체들은 보육의 공공성이 무시됐다며 이에 문제를 제기했다.

보육에 대한 수요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보육시설의 질과 양이 이에 못미쳐 대부분의 맞벌이 부부들이 보육을 직접 담당해야 했던 것이 지금까지의 현실이다.

보건사회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여성의 연령별 경제활동 참가율은 24~35세가 50% 선으로 복지 선진국 스웨덴의 85%에 비해 현저히 낮고 25~29세 기혼여성의 71.8%가 자녀양육문제로 취업 장애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육을 받는 0~5세 아동의 보육시설 이용률도 53%에 불과하다.

이경아(대학원 여성학과 박사3학기)씨는 “오후6시 이전에 놀이방에서 아이를 데려와야 하기 때문에 5시 전에 끝나지 않는 일은 포기하게 된다”며 “야간 보육시설은 찾기도 힘들고, 있다 해도 대부분 질이 많이 떨어져 믿고 맡길 수 없다”고 어려움을 토로한다.

이런 현실에서 정부가 발표한 보육정책은 보육문제를 사회적 문제로 공론화시킨 데 큰 의미가 있다.

또 정부가 내놓은 보육활성화정책 중 영아전담시설 확충·특수보육서비스 지원 등의 내용은 큰 성과로 인정받았다.

기존에는 영아(0~2세)가 30명 이상이어야 영아전담시설을 설치할 수 있었지만 정부가 이 기준을 완화해 시설이 많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또한 야간·24시간 등 시간연장형 특수보육서비스도 대폭 확충될 전망이다.

그러나 가정보육모제도와 민간시설 보육료 자율화 문제에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정부는 3~6개월의 교육과정을 거친 유휴 주부인력에게 보육교사자격증을 발급할 방침이다.

이에 공동육아연구원 손이선 사무국장은 “이는 국가가 보육을 단순히 ‘애 보기’ 수준으로 밖에 인식하고 있지 않다는 증거”라며 보육교사의 전문성과 보육의 질에 우려를 표했다.

민간시설 보육료 자율화도 보육을 시장논리에 맡겨 공공성을 해친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현재 보육시설 중 국공립시설이 차지하는 비율은 14.3%로 민간보육시설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민간시설의 보육료를 자율화하면 경제력에 따라 아이들이 받는 보육의 질이 달라질 전망이다.

한국보육교사회 이윤경 대표는 “아이들은 태어나자마자 부모의 경제사정에 따라 차별 교육을 받게 되고 가난한 집 아이들의 보육 수준은 매우 낮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보건복지부 보육 담당 김선홍씨는 “보육료 자율화는 지역별 수준에 따라 보육료를 걷어 시설을 신축성 있게 운영하기 위한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한국여성노동자회협의회 왕인순 정책위원장은 “아이 양육에 드는 대부분의 비용을 국가가 각 가정에 지급하는 프랑스와는 달리 이런 기반이 없는 우리나라는 보육에조차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이런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공공서비스 차원에서 국가가 보육을 전담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4인 가구 기준 월 수입이 110만원 미만인 가정에는 보육비 일부를, 빈곤층에 대해서는 100%를 지원하고 있어 일반인은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에 많은 여성·시민단체는 평균소득 80% 미만 가정까지 지원을 확대해 소득수준에 따라 5단계로 나눠 차등 지원하고 보육 지원 예산을 최소 두 배로 올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기획예산처 직원 이승길씨는 “예산이 한정돼 있어 현재는 차등보육료제도를 도입할 수 없다”며 난색을 표했다.

이제 막 첫걸음을 내디딘 정부의 보육정책. 보육의 질을 높이고 여성인력의 활발한 사회활동을 위해서 보육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은 필수다.

더 이상 육아문제가 사회발전의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정부는 지속적이고 장기적인 보육정책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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