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영화 바람에 ‘국민의 발’ 휘청
민영화 바람에 ‘국민의 발’ 휘청
  • 안선영
  • 승인 2002.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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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파업 사태를 통해 본 철도 민영화 위기와 그 문제점
“철도가 민영화되면 월급 아끼려고 기관사 2명 있는 거 1명으로 줄일텐데 그 사람이 졸기라도 하면 승객들까지 모두 끝장나는 거야. 월급 아끼려다 모두 죽는다니까.” 파업 첫날인 2월25일(월) 건국대에서 밤을 지샌 한 철도노동자의 울분 섞인 말이다.

이 날 철도노동조합(철도노조)은 민영화 계획 완전 철회, 노동조건 개선 등을 내걸고 56년만에 처음으로 열차를 멈췄다.

철도노조는 위 요구를 관철시키기 위해 정부와 교섭을 벌였으나 끝내 결렬돼 25일(월) 파업에 돌입했다.

그러나 27일(수) 노사가 ‘철도는 국가 주요 공공 교통수단이라는 데 인식을 같이 하며 향후 공동 노력한다’ 등에 합의해 파업을 철회했다.

그 동안 철도노동자들은 24시간 철야 맞교대·월 192시간 기본근무 등 휴일도 없는 열악한 노동환경에서 일해 작년 한 해만 과로사 등 산업재해로 34명의 철도노동자가 목숨을 잃었다.

이런 상황에서 작년 12월 정부가 철도민영화 법안을 국회에 상정하자 철도노조는 이를 저지하기 위해 파업을 결정한 것이다.

이들의 강력한 철회 요구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이를 강행하고자 했던 것은 1조5천억원(2001년 기준)에 달하는 철도의 만성적자를 해결하고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민영화가 불가피하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적자와 효율성’은 명목에 불과할 뿐 민영화가 올바른 해결책은 아니라고 지적한다.

가톨릭대 김성구 교수(국제경제학 전공)는 “철도의 적자는 국민부담을 덜기 위해 요금상승을 억제한 데서 비롯된 ‘정당한’ 적자로 정부가 PSO(Public Service Obligation:공공산업에 정부가 보상해줘야 하는 비용)만 다 보상해줘도 적자는 면했을 것”이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낙하산 인사’와 방만한 경영 개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나아가 민영화가 되면 거대자본이나 해외자본에 의해 독점적으로 운영될 가능성이 커 공공성이 심하게 훼손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한국노동이론정책연구소 김혜란 사무처장은 “민간기업이 이윤추구를 위해 요금을 올려 서울~부산행 기차표가 10만원을 넘게 될지도 모르고 대부분의 적자선은 폐지될 것”이라며 국민들의 불편과 부담이 훨씬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다.

또 많은 노동자의 해고·비정규직화 등 고용불안과 이로 인한 운행상 안전 문제도 민영화의 폐해 중 하나로 지적된다.

철도노조 이종열 선전홍보국장은 “영국의 경우 철도민영화 이후 수익창출에만 급급한 경영자들이 낙후된 시설을 보수하지 않아 99년에 기차가 선로를 이탈하는 대형사고가 발생했다”며 이런 일이 우리나라에도 일어날 수 있음을 우려했다.

이와 같은 국가기간산업의 민영화 바람은 철도 뿐 아니라 가스·발전·통신 등 대부분의 국가기간산업에도 일고 있다.

현재 가스의 경우 민영화 법안이 국회에 상정된 상태이고 발전·통신·전력은 매각이 진행 중이다.

이 중 한국통신은 이미 72%가 매각된 상태로 민영화 이후 114서비스가 유료화되고 전화이용료가 올랐으며 한국전력 역시 민영화 후 23% 가량 요금이 올랐다.

그러나 이런 폐단과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그 동안 정부와 언론은 이를 공론화하지 않았다.

25일(월) 명동성당 들머리에서 열린 ‘발전·가스·철도 파업에 즈음한 민주시민사회단체 대표자 기자회견’에서 사회자 박석운씨는 “공공연맹에서 민영화에 관한 TV 공개토론을 수차례 요구했지만 모두 거절당했다”며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한 데 언론의 책임이 크다고 비판했다.

“도로교통의 포화상태로 그 대안이 시급한 상황에서 철도는 안전성·저에너지 소비·친환경성을 갖춰 그 가치가 높이 평가되고 있다”는 김성구 교수의 말처럼, 철도는 중요한 미래 교통수단으로서 시장의 논리가 아닌 공공성에 입각해 운영돼야 할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철도노동자와의 근로조건 개선 약속을 성실히 이행하고 철도산업이 대중들에 대한 국가서비스임을 분명히 해 민영화의 유혹을 경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