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가의 변칙판매 실태를 고발한다

“이 학교 학생이십니까?” 학교 안 방문판매는 대개 이렇게 시작된다.

학생식당은 물론 서리 내린 차가운 운동장 스탠드나 심지어는 신성한 강의실에 이르기까지. 이른바 입학‘대목’을 맞은 이들로부터 자유로운 곳은 단 한군데도 없다.

과·동아리 선배를 사칭하며 접근, 친근감을 유도한 뒤, 설문조사 후 정확한 데이터 수집을 위해서라며 인적 사항을 알아낸다.

봉고차 안에서, 본교 교수나 언어교육원의 추천을 받았다는 말과 함께 세계화 논리에 오랜 시간 설득을 당하게되면 대개의 신입생들은 교재를 사게 마련이다.

게다가 요즘은 아르바이트를 빙자한 판매가 신종 수법으로 등장했다.

학교에서도 자주 눈에 띄는 소위 ‘영어·일어 배우면서 아르바이트 하실 분­문의시 ○○○ 찾아주세요’가 바로 그것. 이에 본사 기자 3명은 아르바이트를 구하는 학생처럼 이 업체에 찾아가 보았다.

차례가 되어 상담실로 들어가 앉기가 무섭게 신상명세서를 작성한다.

젊은 여상담원은 설명을 시작한다.

“각 학교를 돌아다니면서 하루에 여덟 장씩 광고지를 붙이고 전화로 보고하면 됩니다.

자신의 이름이 쓰인 광고지를 보고 1명 방문시 5백원, 등록시 3만원을 지급합니다.

학원은 1년간만 무료 수강하실 수 있고, 교재는 26만원으로 할부가 가능하여 …” 순식간에 이야기를 끝낸 후엔, ‘학생’신분을 감안하여 총수입을 1백50만원으로 제한한다는 설명을 덧붙인다.

자신의 이름을 댄 방문객이 있었어도 ‘한 명도 없었다’말 한마디면 어찌할 수 없는 상황에서, 결국 이 아르바이트는 거금 26만원짜리 교재로 수업하는 학원을 소개 받는 것과 다름이 없었다.

“‘ ∼ 문화센터’,‘ ∼ 언어연구원’과 같은 곳들은 교육청 인가를 받은‘학원’이 아닌 경우가 많다”며“강의를 하는 것은 교재판매를 위한 상술이거나 학원과 연계된 경우이므로 양질의 수업을 보장받긴 힘들다”고 대한주부클럽연합회(주부클럽) 김인숙 총무는 말한다.

게다가 해약을 요구했을 땐“우리는 학원이 아니라 어학교재를 판매하는 곳이므로 교재비는 그대로 내라”는 논리를 편다고 한다.

그러나 소비자 보호원과 주부클럽 등에서 입학을 맞아 각 학교에 띄운 협조공문에 의하면, 이와 같은 계약은 방문판매법(할부거래의 경우)에 의해 7일(10일) 이내에 내용증명으로 서면해약이 가능하며, 미성년자인 경우는 이와 별도로 기간에 무관하게 청약 철회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이 사실을 알고 있는 신입생들은 그리 많지 않아. 이러한 신입생 대상 방문판매에 대해 각 대학은 학생복지위원회(학복위)를 중심으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들 학복위는 신입생 행사 기간동안 유인물·대자보 홍보는 물론, 교내 방문판매 발견시에는 규찰대를 통한 물리력 동원까지도 서슴치 않는 강경한 태도를 취했다.

건국대 학복위 사무국장 박기동군(농업교육·4)은 “철저한 상업성을 목적으로 한 이들 판매상의 교내 난입은 곧 외부자본에 의한 학원의 상품시장화를 뜻하는 것”이라며 “이는 학생 스스로 학교를 만들어 가는 학원자주화에 위배되는 행위가 아닐 수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학교는 학교대로 관할부서가 없다며 미루기 바쁘고, 학생들은 학생들대로 운 나쁜 통과의례처럼 무심히 넘겨버리고 마는 이화의 현 상황속에서, 학원자주화를 담보하는 학복위의 위상은어떻게 찾을 수 있을 것인가. 한양대 학복위 부위원장 최원준군(전기공학·4)은 이에 대해 “학복위는 본래 학생들의 경제·복지적 요구의 주체적 해결을 위해 조직된 학생대표기구에 불과하다”며 “궁극적으로는 학생 전원이 학교의 실질적 주인으로서, 결정과정에 조직적 힘을 갖는 3자 생활협종조합을 지향한다”고 말한다.

이와 같은 학복위에 가장 근접한 본교의 기구로는 대생협의 전단계 이화소협(생협)이 있으나 아직 본래의 위상과는 다소 차이가 있는 단계이다.

따라서 상업문화 추방과 진정한 학생복지 실현을 위한 대아의 하나로서 학복위에 상응하는 기구의 팔요성이 절대적이라면, 이화의 토양에서는 전 이화인의 능동적 참여가 전제된 생협의 위상 강화가 학원자주화 실현의 첫걸음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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