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숲 가꾸기 국민운동’을 다녀와서

숲을 가꾸려면 숲이 근처에라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지만 ‘생명의 숲 가꾸기 국민운동(생명의 숲)’사무실은 나무숲 속이 아니라 광화문 빌딩숲 한 가운데에 위치해 있다.

얼핏 보기에 여느 사무실과 다를 바 없어 보이지만 기자에게 건네는 재생지로 만든 명함과 사무실 곳곳에 걸려있는 대형 숲 포스터에서 숲 내음이 풍기는 듯 하다.

생명의 숲은 97년 말 외환위기 당시 숲 보전에 관심을 가지고 있던 사람들이 숲 가꾸기의 중요성을 시민에게 알리고 실직자에게 일자리도 제공하고자 문을 연 단체다.

이들이 숲 가꾸기 운동을 시작하기 전인 90년대 후반만 하더라도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숲 관리가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었다.

홍혜란 사무처장은 “어린아이도 보살피지 않으면 잘 자라지 못하는 것과 같이 나무도 심어 놓기만 하고 보살펴주지 않으면 제대로 자라지 않아요”라며 숲 가꾸기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이런 중요성을 시민에게 알리기 위해 생명의 숲이 주관하는 행사는 연령별로 다양하다.

초등학생을 위한 생명의 숲 교실·시민들이 직접 숲을 가꿔보는 생명의 숲 가꾸기 1일 체험·대학생 산촌 봉사활동까지 숲과 관련된 일이라면 생명의 숲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다.

그 중에서 매달 진행되는 ‘생명의 숲 가꾸기 1일 체험’은 3일만에 마감될 정도로 인기가 좋다는데. “단순히 등산가는 기분으로 참여했던 분들도 숲에 가서 직접 나무 가지를 쳐 주고 비료를 주면서 자연스레 ‘숲은 그 속에 많은 생명체를 품고 있는 하나의 작은 생태계’라는 것을 배우게 되죠.” 숲을 보고 느끼는 현장체험이 얼마나 많이 사람들의 의식을 변화시키는지 신기할 정도라고 한다.

엄마 등살에 떠밀려 마지못해 참가했던 아이가 생명의 숲 교실에 스스로 다시 찾아왔을 때, 회원의 입소문으로 생명의 숲 가족이 하나 둘 씩 늘어날 때도 생명의 숲 사람들은 보람을 느낀다.

전국 곳곳에 알려지지 않은 아름다운 숲을 찾아 상을 주는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도 사람과 숲의 교감을 강조하는 생명의 숲의 철학을 담고 있다.

홍혜란 사무처장은 “나무를 한 곳에 심어놓는다고 해서 숲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오랜 세월동안 사람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숲의 모양새가 잡혀가는 것이죠” 라고 말한다.

올해 아름다운 마을 숲으로 선정된 충남 아산시 송악면 외암리 민속마을 숲도 마을과 함께 오랜 세월을 같이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얻었다고 한다.

‘입산금지’ 표지 하나 더 세우는 것보다 직접 숲을 찾아가 보살피는 노력이 진정 숲을 위하는 일이라고 믿는 생명의 숲 사람들. 아직은 묘목에 불과한 네살배기 생명의 숲이 커 나가면서 우리나라의 숲도 함께 무성해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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