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내 용역회사 소속 비정규직 노동자 실태 점검

지난 8월, 통계청은 우리나라의 비정규직 노동자가 전체 노동인구의 52%를 차지한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신자유주의 물결이 노동시장에 파급되면서 비정규직 노동자가 점차 늘어 전체 노동인구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게 된 것이다.

뉴스나 신문에서 보도되는 이런 현실은 우리 학교에서 일하고 있는 노동자들에게도 예외는 아니다.

우리 학교에서 일하는 경비원과 미화원은 84명·127명이고 이 중 학교에 직접 고용된 노동자는 각각 28명·29명이다.

나머지 경비원 66명과 미화원 98명은 동서·인광 두 용역회사에 소속된 노동자로, 경비원의 78%·미화원의 77%가 비정규직인 셈이다.

학교측은 “8년 전까지만 해도 학교에 소속된 경비원은 76∼78명이었지만 그 후 더 이상 정규직을 채용하지 않아 해마다 그 수가 줄고 있다”며 “인력을 용역회사에 의뢰할 경우, 직접 고용하는 것보다 비용을 2/3 가량 절감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절감되는 비용만큼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근로환경은 정규직에 비해 상당히 열악하다.

그 중 가장 큰 어려움은 이들이 정규직 노동자와 똑같이 일하면서도 임금차가 많이 난다는 사실이다.

미화원의 경우, 일하는 평수에 따라 받는 금액이 다르지만 월∼토 출근에 한달 42만원∼50만원 정도를 받고, 경비원의 월급은 53만~60만원 정도다.

학교 소속 미화원, 경비원이 각각 일당 2만3천원·월 1백만원이 넘는 임금을 받는 것과는 대조되는 수치다.

한 경비원은 “보수가 아파트 경비만도 못하다”며 “월급이 워낙 적다보니 일할 맛도 안나고 직업의식도 적어지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휴가일수가 턱없이 부족한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용역회사 소속 비정규직 경비원은 단 하루의 휴가도 없는데 비해 정규직 경비원은 1년에 기본휴가 20일을 받고 매년 휴가 일수가 하루씩 늘어난다.

미화원의 경우도 정규직 미화원이 기본으로 연 18일의 휴가를 받는 것에 비해 용역회사 소속 미화원의 휴가는 연 4일에 불과하다.

용역회사에 소속돼 있지만 학교가 인사권을 쥐고 있기 때문에 이런 이중적 지배구조 사이에서 오는 고충도 만만치 않다.

‘×월××일 저녁, ×× 건물로 들어가려는데 경비원이 이런 이유로 출입을 제지해 불쾌했다’ 등의 항의글이 학교 게시판에 올라오면 해당 건물의 경비원은 초긴장 상태가 된다.

학교는 “항의글에 정확한 날짜와 시간, 건물명이 언급된 경우 학생과 경비원을 함께 불러 사실여부를 확인하고 해당 경비원을 징계한다”고 설명하지만 경비원들의 입장은 다르다.

그들은 “우리가 규정을 어기면서까지 학생을 제지했을 리는 없다”며 “이런 일이 일어나면 우리의 주장은 전혀 반영되지 않는다”고 입을 모은다.

다른 건물로 이직되는 등 암암리에 사퇴 요구를 받는 경비원들은 결국 자진 사표를 내고 일을 그만두기 십상이라는 것이다.

이런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고 있지만 이들이 노동조합(노조)을 만들어 조직적으로 대응하는 것도 쉽지 않다고 한다.

전국대학노조 황범주 총무국장은 ‘소속의 이중성’을 노조 설립 장애의 중요한 이유로 꼽는다.

“용역회사 소속 노동자는 대학에 직접 소속돼 있지 않기 때문에 노조를 결성하기 위해서는 학교·용역회사 두 곳과 교섭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며 “용역회사 직원노조가 생기기 위해선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또, 노조결성에 대한 비정규직 노동자의 소극적인 태도도 노조결성 설립 장애 이유로 지적된다.

용역회사들은 인력을 쉽게 대체·충원할 수 있어 노동자가 노동단체 건설 움직임을 조금이라도 보이면 불이익을 당하기 때문에 노조 결성에 소극적으로 대처한다는 것이다.

나이가 많아서, 은퇴하고 찾은 두번째 직장이기 때문에, 노조 결성이 어려워서, 열악한 상황 속에서도 변변한 목소리조차 내지 못하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 자신의 어려움을 하소연할 곳 조차 없는 상황에서 이들의 요구가 반영되기 위한 최소한의 통로는 마련돼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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