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노조 출범의 의의와 발전방향

10일(토) 오후4시. 서울대 인문관 7동 앞에 80여명의 교수들이 모여 ‘사립학교법 개정하고 교수노조 합법화하라!’는 구호를 외쳤다.

우여곡절 끝에 교수노조가 출범하는 순간이었다.

교수노조 설립 움직임의 역사는 89년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합법화 투쟁에 500여명의 교수가 전교조 대학위원회 조합원으로 참여한 것에서 시작된다.

작년 민주화를 위한 교수협의회(민교협) 산하 ‘교수노조 연구팀’이 만들어진 후 같은 해 10월, ‘교수노조 추진기획단’이 설립되면서 교수노조 설립 움직임은 본격화됐고 약 1년 후 10일(토) 교수노조가 출범하게 된 것이다.

이번 교수노조의 설립은 교수들의 잃어버린 권리를 찾고 노동운동의 의식을 전환시킬 수 있다는 두 가지의 주요한 의미를 지닌다.

교수노조 추진위원회 최갑수 위원장은 “그동안 교수들은 대학 정책에서 소외되고 신분조차 보장받지 못한 채 열악한 환경에서 연구해왔다”며 “교수들 스스로 대학교육의 주체임을 선언한 것은 큰 의미를 지닌다”고 평했다.

참여연대 작은권리찾기본부 김칠준 위원장은 출범식 축사에서 “지식인의 상징인 교수들의 노조 결성은 노동운동을 천대시하는 문화를 바꾸는 힘이 될 것”이라고 의의를 밝혔다.

하지만 이런 의의에도 불구하고 현재 교수노조에 가입한 조합원은 1천5명으로 전국 6만여명 교수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는 지난 여름 교수신문사가 전국 대학교수 1만여명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나타난 ‘응답자의 68.5%가 교수노조 설립을 찬성한다’는 결과와는 상반되는 수치다.

이렇게 많은 교수들이 교수노조의 필요성을 절감하면서도 조합원이 되길 꺼려하는 이유 중의 하나는 교수노조가 불법단체라는 점이다.

교육인적자원부는 현재 국가공무원법·사립학교법에서 교육공무원의 노동운동을 금지하고 있기에 교수노조가 엄연한 불법단체라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또 사학재단이 막대한 권력을 행사하는 대부분의 사립학교들이 교수들의 노조가입을 공개·비공개적으로 탄압하는 것도 교수들의 노조 가입을 가로막는다.

교수들이 노조에 가입하면 학교에 ‘잘못 보여’ 재임용시 탈락하는 등 불이익을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갑수 위원장은 조합원 수가 적은 이유를 ‘필요’와 ‘여건’의 불일치에서 찾기도 한다.

우리 나라 4년제 대학 중 사립대의 비율은 80%에 달하지만 교수노조의 힘을 ‘필요’로 하는 사립대 교수들은 사립재단의 암묵적 탄압으로 노조에 가입할 ‘여건’이 안되고, 공립대 교수들은 재단의 비리·압력과는 상관 없는 ‘여건’ 속에서 노동조합의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다.

또 일부 교수들은 ‘교수도 노동자’라는 개념에 공감하지 못해 노조 가입을 꺼려하기도 한다.

우리 학교의 한 교수는 “교수노조의 설립 취지는 공감하지만 사회적 약자가 아닌 교수들이 왜 노동자 집단을 자처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에 교수노조 황상익 위원장은 10일(토) 서울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가르치는 것, 연구하는 것도 엄연한 노동행위”라며 “교수가 사회에서 일정한 지위를 갖는다고 해서 교수는 노동자가 아니라는 의식은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

또 “사립학교법보다 상위법인 헌법이 노조결성을 허용하고 있으므로 교수노조 설립은 불법이 아니다”라며 교수노조를 불법단체로 낙인찍는 교육인적자원부의 입장을 일축했다.

앞으로 교수노조는 사학재단 비리의 온상인 사립학교법 개정과 시간강사 권리찾기 운동 등을 벌여나갈 계획이다.

덕성여대 교수협의회 신상전 회장은 “지금까지 교수협의회를 통해 교수의 의견을 전달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다”며 “교수노조라는 이름 아래 전국적으로 교수들의 힘을 모은다면 대학환경을 개선하는데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를 표시했다.

김칠준 본부장도 “양심과 정의를 상징하는 교수들이 교수노조 출범을 바탕으로 조직적이고 단결된 힘을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합법화 투쟁에서부터 교수노조에 대한 사회적 인식 전환까지, 앞으로 교수노조가 해결해야할 과제는 많다.

교수사회의 권익 뿐 아니라 대학 전반적인 문제를 풀어나가는 역할을 제대로 할 때 교수노조는 진정한 대학교육의 주체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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