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국회상정 앞둔 성매매방지법, 경찰·업주유착 등 해결과제 남아

“왜 매춘을 했습니까?” 청량리파출소에 윤락혐의로 잡혀온 여성에게 한 경찰관이 물었다.

“나는 몸을 판 적이 없습니다.

성매매 업주가 성을 파는데 이용된 것 뿐입니다.

” × × × 성매매 현장 여성의 인권 개선을 위해 여성단체·변호사들이 만든 ‘성매매 알선 등 범죄의 처벌 및 방지에 관한 법률(안)(성매매 방지법)’이 오는 12월 정기국회 상정을 앞두고 있다.

작년 9월 군산에서 성매매를 강요당하며 감금돼있던 5명의 여성이 화재로 사망한 후, 새로운 법의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이 법은 기존 ‘윤락행위 등 방지법’에 비해 얼마나 실효를 거둘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새로 제정될 ‘성매매 방지법(안)’은 성을 판 자 중심으로 처벌했던 기존의 ‘윤락행위 등 방지법’과는 달리 성을 판 자 뿐 아니라 성을 산 자·성매매를 알선한 자까지 처벌하는 조항을 포함하고 있다.

이 법은 성매매 업주가 성매매로 벌어들인 돈을 몰수·추징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성매매 행위 및 알선행위 장소는 강제 폐쇄하도록 했다.

법 제정에 참가한 이찬진 변호사는 지난 달 열린 ‘성매매 방지법(안) 제정을 위한 토론회’에서 “성매매와 관련된 매개를 차단하는 데 중점을 뒀다”고 말했다.

한편, 매춘 여성에 관해 여성단체들은 ‘매춘여성은 성매매 과정에서 착취당하고 있는 약자라는 점에서 범죄자가 아니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한국여성민우회 가족성상담센터 양해경 소장은 “매춘여성의 경우엔 예외조항을 둬 형사처벌 받는 경우를 줄이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법이 국회를 통과한다고 해도 성매매를 근절하기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는 여전히 남아있다.

성매매 현장을 단속하는 경찰과 성매매 관련 업주 사이의 유착관계가 그 중 하나다.

‘윤락행위 등 방지법’이 실효를 거두지 못한 원인 중 하나가 경찰이 성매매 업주를 눈감아주는 현실에 있다고 볼 때, 경찰의 강력한 단속의지는 ‘성매매 방지법(안)’의 성패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성매매 방지법(안)’에 내부비리 고발자의 형을 면제·감면하는 조항이 신설되긴 했지만 이 조항만으로는 경찰과 업주간의 유착관계를 근절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이에 양해경 소장은 “경찰도 성매매의 사회적 폐혜에 대한 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국여성연구원 원미혜 상임연구원은 “일률적인 법의 잣대를 들이대기보다 지방자치단위로 주민들의 참여와 관심 속에서 성매매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것”이라며 다른 방향에서 해결책을 제시했다.

무엇보다 이번 법 실행의 걸림돌로 지적되고 있는 것은 성매매를 사회적인 문제로 인식하지 못하는 한국의 성문화다.

지난 6월 여성부에서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성인남녀 10명 중 4명은 성매매 행위가 불법인지조차 모르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런 인식 아래서는 아무리 좋은 법이 제정되어도 실효성을 거두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원미혜 상임연구원은 “법적 처벌 외에도 성을 사는 사람들을 위한 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해 교육시켜야 한다”고 말한다.

성을 산 남성을 교육시키는 미국 존즈 스쿨의 경우, 200명의 교육생 중 18명만이 다시 사창가를 찾았다는 보고가 있을 만큼 교육이 성문화를 바꾸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법의 내용이 바뀜으로서 사회적 관심을 불러 일으키고 사람들의 인식을 전환시키는 성과도 클 것이다”는 매춘여성 지원센터 한소리회의 김미령 사무국장의 말처럼 성매매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법 제정에 앞서 매춘은 ‘필요악’이라는 생각을 버리고 매춘여성을 ‘사회적 약자’로 보는 의식 전환이 선행돼야 하지 않을까. ◇매춘·윤락·성매매 ‘매춘(賣春)’이라는 용어는 여성의 성을 봄(春)에 비유해 성을 사고 파는 것이 자연스러운 현상인 듯한 느낌을 준다.

‘윤락’은 ‘여자가 타락해 몸을 파는 처지에 빠지는 것’이라는 뜻으로 성매매 문제를 사회구조적 문제가 아닌 개인의 문제로 환원시킨다.

따라서 성을 팔고 사는 사람, 성매매 중개인까지 포괄하는 성매매라는 단어가 매춘이나 윤락보다 적절한 표현이다.

저작권자 © 이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