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우린 쪼다다!” 장애인청소년연극축제 마지막 날인 10월29일(월), ‘날개’ 공연을 준비한 송파공업고등학교 특수학급 아이들은 서툴지만 당당한 몸짓으로 스스로를 ‘쪼다’라고 서슴없이 외쳤다.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 대신 함께 공감하고 즐기는 장애인청소년연극축제. 이 흥겨운 놀이판의 지휘자, ‘품청소년문화공동체’(품공동체)의 심한기 대표를 만났다.

품공동체는 ‘제대로 된’ 청소년 문화활동 터전을 일구기 위해 92년 6월 심한기씨가 친구 두 명과 함께 꾸린 단체다.

그가 청소년 문화운동에 뛰어들게 된 계기는 청소년 시절의 ‘경험’에서 비롯됐다는데. “중3 때부터 락밴드를 결성해서 음악을 했는데 절 지지해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어요.” 공부 이외의 것은 어떤 것도 환영받지 못하는 현실에서 그가 좋아하는 음악을 할 수 있는 통로는 어디에도 없었다.

이런 현실을 바꿔보려는 그의 꿈을 실현해나가는 공간이 바로 품공동체다.

“비행청소년이나 공부 잘하는 ‘범생이’ 10% 뿐 아니라, 공부 못하고 사고칠 용기도 없는 90% 아이들에게도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 심한기씨는 자칫 소외되기 쉬운 ‘평범한’ 아이들에게 관심을 넓히는 매개체로 ‘문화’를 택했다.

문화야말로 세대와 사회를 뛰어넘는 의사소통 도구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해서 시작한 문화사업들이 강북지역 청소년 문화축제·서울찾아 떠나는 여행·철새탐사 등 풍성하다.

특히 등수가 없는 청소년 문화축제는 모두가 즐거운 축제를 만드는데 한몫 했다.

“즐겁게 놀아야 하는 축제까지 등수를 매기면 또다시 잘하는 놈만 신나고 나머지는 좌절하게 되죠. 문화가 또 하나의 벽이 돼서는 안됩니다.

” 장애인청소년연극축제도 마찬가지다.

깔끔한 무대나 멋진 연기보다 4∼5개월 동안 연극을 준비하면서 자신을 표현하는 법을 배우고 자신감을 얻는 ‘과정’이 그는 훨씬 소중하다고 생각한다.

품공동체가 강조하는 또다른 키워드는 전통과 자연이다.

“콜라와 햄버거를 좋아하는 아이들에게 빈대떡도 맛보게 하는 거죠.” 우리의 전통과 밖에서 들어온 문화들을 골고루 경험하는 통로를 열여주기 위해 96년부터 시작한 것이 ‘삶의 뿌리를 찾아서’. 아이들과 함께 우리 나라의 강·산줄기를 따라가며 자연과 더불어 사는 사람들을 만났다.

“강요하지도 않았는데 아이들은 자연스레 풍물과 친해지고 마지막날엔 꽹가리·빈대떡과 함께 밤새 신나게 놀더라구요.” 이렇게 10년 가까이 지치지 않고 그가 이 일을 해올 수 있었던 것은 ‘일이 즐겁기 때문’이다.

“강·산을 알고 연극을 알아가고…늘 새로운 일을 하고 내 생각과 시각이 넓어지는 것은 돈과 절대 바꿀 수 없는 매력이죠.” 품에서 만나 이젠 훌쩍 커서 자원봉사를 하는 6명의 아이들도 그를 버티게 하는 힘이다.

“사회복지 공부하는 놈, 영상하는 놈, 유치원 선생하는 놈…우리 새끼들이 있어서 너무나 든든해요.” 내년에는 고성항에서 해금강까지 걸어서, 또 자전거로 ‘북한땅 뿌리찾기’를 하고 싶다는 심한기씨. 아직은 많이 척박한 청소년 문화를 가꾸기 위해 기꺼이 총대를 매는 용감한 단발머리 청년의 삶은 언제나 신나는 락앤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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