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권익을 위한 법개정 연재기획

반쪽의 성공인가, 개악인가. 지난 7월18일 국회를 통과한 모성보호 관련조항이 1일(목) 시행에 들어가 그 실효성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이번 개정안 중 눈에 띄는 내용은 출산휴가가 60일에서 90일로 늘어난 것으로 출산휴가 동안 지급되는 급여 중 60일분은 사업주가 부담하고 추가급여는 고용보험으로 충당하게 된다.

또 1년의 무급 육아휴직이 월 20만원의 유급으로 바뀐 것도 주목할 만하다.

전국여성연합노조 이주한 사무처장은 “출산 및 양육 비용을 여성이 전담한 데서 벗어나 사회가 함께 분담하게 된 것은 큰 의미를 지닌다”고 의의를 밝힌다.

그러나 육아휴직 급여가 너무 적고 여성노동계와 여성단체들이 오랫동안 주장해왔던 ‘임산부의 유·사산 휴가’·‘유급 태아검진 휴가’ 등의 조항이 개정에서 제외되는 등 이번 개정안은 많은 아쉬움을 남겼다.

하지만 이면을 들여다보면 문제는 더 심각하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고용보험에 관한 문제다.

현재 39.8%의 여성노동자만이 고용보험에 가입돼 있고 가입한 여성 대부분이 사무직·정규직 직원이라 비정규직·장애인 여성노동자에게 휴직급여는 ‘그림의 떡’일 뿐이다.

이에 한국여성단체연합 김기선미 정책위원장은 “2003년부터 임시 일용직 노동자에게도 고용보험이 적용될 것이며 그 전까지 많은 여성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법망을 넓히는 운동을 전개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추가된 30일분의 출산휴가 비용과 육아휴직 급여를 고용보험에서만 충당하기로 한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서울여성노동조합 정양희 위원장은 “이대로 가다간 2003년엔 고용보험의 재정이 바닥날 것”이라며 “고용보험 측이 재정파탄을 이유로 휴가 및 양육비 지급불가를 선언할 경우 다시 무급화로 전환될 수도 있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이 밖에 여성의 노동시간과 환경에 관한 보호조항 삭제도 노동시간 연장을 출산휴가 연장과 맞바꿨다는 점에서 논의의 핵심이 되고 있다.

여성의 정규 근무시간 외 노동시간을 1주일 6시간에서 12시간으로 늘린 것, 여성의 동의 하에 야간·휴일 근무를 허용토록 한 것은 여성 노동자의 장시간 근무를 실질적으로 허용한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사업자 편의에 따라 노동시간을 정할 수 있도록 한 ‘변형근로제’도 함께 통과돼 집안일과 직장생활을 병행하는 여성에겐 부담으로 작용하게 됐다.

한쪽에선 앞의 문제가 여성노동시장의 유연화를 가져온다는 이유로 개정내용을 신자유주의적 노동정책이라고 비판하기도 한다.

정양희 위원장은 “시간 외 근로시간을 남성과 동일한 수준으로 맞추는 것이 남·녀 평등은 아니다”며 “남성의 시간 외 근무시간도 6시간으로 줄이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법의 시행망을 넓혀서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여성의 범위를 확대해 나간다고 해도 여성의 육아양육 비용을 사회가 함께 부담하기 위해 여성이 치러야 하는 댓가는 너무나 크다.

여성의 모성권 뿐 아니라 노동권, 나아가 남성의 노동권까지도 함께 지켜나가는 방향으로 지속적인 법 개정운동이 펼쳐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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