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을 반대하는 여성연대 ‘WAW’(Women Against War)

지난 10일(수) 정오 신촌로타리에서 벌어진 퍼포먼스. ‘평화 속에 전쟁 속에 소리 없는 죽음…동맹과 전쟁과 총과 피/나에게는 국가가 없다/내 이름을 걸지 말라…’ 검은 천을 쓴 여성들이 피켓과 현수막을 들고 횡단보도를 건넜다.

전쟁을 반대하는 여성연대 ‘WAW(Women Against War)’의 첫번째 건널목 시위였다.

WAW는 지난 9월20일, ‘여성’의 관점에서 전쟁을 보고 여성과 소수자의 목소리를 드러낼 필요성에 공감해 여성신문·우리 학교 대학원 학생회 등이 모여서 만든 전쟁반대 모임이다.

“전쟁은 불평등·폭력을 전제로 약자에게 피해를 주는 것이죠.” 그래서 이들은 전쟁을 ‘국가 대 국가’가 아닌 ‘전쟁을 원하는 자·전쟁으로 이익을 얻는 권력 대 사회적 약자’의 구도로 바라본다.

“우리는 부시 편도 탈레반 편도 아니에요.” 전쟁을 포함한 모든 폭력의 근원적 문제를 여성과 사회적 약자의 시각에서 바라본다는 것이 다른 전쟁반대 모임들과의 차이점이라고 WAW 회원 정경아씨는 말한다.

이들의 주된 작업은 현재 미국의 보복전쟁으로 고통받고 있는 아프가니스탄(아프간) 여성들의 실상을 알려나가는 것이다.

프리챌에 방을 개설, 아프간 여성들이나 전쟁에 관한 자료들을 게재하고 9월26일에는 전쟁반대 성명서도 발표했다.

특히 지난 10일(수), 100여명이 함께한 ‘건널목 시위’는 “참 재미있었다”고 한다.

WAW가 최초로 시도했다는 건널목 시위는 말 그대로 건널목에서 빨간불엔 서 있고 파란불이 켜지면 피켓과 현수막을 들고 건널목을 건너면서 그들의 주장을 알리는 시위방식이다.

“비가 많이 와서 정신이 없기도 했지만 신선한 방식과 자유로운 분위기가 참 좋았어요”라고 정경아씨와 타리씨는 입을 모은다.

그날 썼던 검은 천은 아프간 여성들이 쓰는 차도르에서 착안, 아프간 여성을 비롯한 사회적 약자를 애도하는 의미를 가진다고 한다.

한달여 동안 이런 활발한 활동을 펼쳐나갈 수 있었던 비결은 바로 WAW 회원들의 ‘자발성’에 있다.

대표나 위계질서가 없는 수평적 구조를 지향하는 WAW는 누구나 “하자!”고 제안할 수 있고 회원들이 “좋다!”고 찬성하면 함께 모여서 일을 한다.

건널목 시위도 회원인 정금나씨가 제안했고 그런 방식으로 만들어진 소모임도 번역팀·영상팀 등 여러개다.

요즘 WAW방은 또다른 누군가의 “하자!”로 제안된 ‘아프간 여성영화제’ 준비로 떠들썩하다.

11월 중순, 아프간 여성들의 실상을 보여주는 영화상영과 토론의 자리를 마련한다는데. “영화제 끝나면 뭐하냐구요? 그건 아무도 몰라요.” 장난기 가득한 그들이 언제 또 검은 천을 쓰고 광화문 혹은 뉴욕에서 우리 앞에 ‘와우!’하고 나타날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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