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5일 근무제의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 관련 쟁점사안 점검

‘주5일 근무제’를 둘러싼 노사간 줄다리기가 한창이다.

노사정위원회는 이달 말까지 합의도출을 목표로 주5일 근무제 관련 사안을 논의 중이고 정부는 합의만 끝나면 연내에 입법화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그러나 ‘토·일요일은 집에서 쉴 수 있다’는 것만으로 ‘여유로운 삶’을 기대하기는 아직 이르다.

주5일 근무제 도입과 더불어 개정되는 근로기준법 조항이 거꾸로 임금 삭감·장시간 노동 등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정부가 내놓은 노사정위 공익안이나 사용자 측의 요구는 비정규직과 여성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을 오히려 더 악화시킬 가능성이 있다.

가장 문제로 떠오르는 쟁점사안은 ‘주휴무급화’다.

휴일인 일요일에도 급여를 지급하는 현행 주휴‘유급’을 일을 하지 않는 토·일요일에는 급여를 지급하지 않는 ‘무급’화 하겠다는 것. 이렇게 되면 1주당 7일치의 급여가 5일치로 줄어들어 임금 삭감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이에 노사정위원회 공익안은 기존 임금보전을 법에 명시해 임금 삭감을 막을 수 있도록 했으나 이는 ‘월급’을 받는 정규직 노동자에게만 해당될 뿐이다.

일당·시간급을 받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임금삭감 위기에 처할 수 밖에 없고 노동조합이 없는 영세사업장 노동자는 임금삭감에 대항할 수조차 없게 된다.

1년간 월차 12일에 연차 10일을 더한 휴가일수 22일을 연차 18일로 줄이자는 ‘연월차 휴가 통합’공익안도 ‘근로시간 단축’이라는 의미를 퇴색시킨다.

파견철폐 공동대책위원회 구미영 집행위원은 “연차를 받을 기회가 없는 1년 미만의 계약직 노동자를 위해 1개월당 1.5일의 휴일을 준다는 방안이 있긴 하지만 사측이 악용할 여지가 많다”고 말한다.

논란이 되고 있는 ‘생리휴가’에 대한 공익안은 여성근로자가 ‘청구할 경우’ 무급휴가를 준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서울여성노동조합 정양희 위원장은 “청구요건 때문에 여성 대부분이 생리휴가를 쓰지 못했던 89년 이전의 경우와 같이 청구요건이 부활하게 되면 사실상 휴가를 쓰지말라는 말이나 다름없다”라고 비판한다.

구조적 저임금 상황에서 처해있는 여성노동자의 현실적 임금보전효과가 있는 생리휴가를 폐지하면 결국 임금삭감으로 이어진다는 것이 여성노동계의 주장이다.

이런 상황에서 노동계가 요구하는 주5일 근무제의 2002년 전면도입은 불투명한 상태다.

공익안은 2002년 대형사업장을 시작으로 2007년 전 사업장에 적용하며 영세서비스업의 경우 적용을 유예한다고 밝히고 있고 사측은 10년에 걸친 단계적 도입을 요구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노동자 내부의 격차가 더 심해지고 앞의 개정안들이 2002년부터 모든 사업장에 적용되는 것인지가 명확하지 않아 영세서비스업의 경우 영구유예가 되면 주5일 근무의 혜택없이 개정안만 적용받는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

‘비정규직 양산을 방기한다’는 주5일 근무제 자체에 대한 비판도 일고 있다.

노동시간 단축으로 창출된 일자리가 결국 비정규직으로 채워질 가능성이 많다는 것이다.

구미영 집행위원은 “이를 막기 위해서는 주5일 근무제 실시와 함께 노동유연화를 반대하는 운동의 흐름이 형성돼야 하는데 많은 사람들이 이런 문제점들을 잘 알지 못하고 현재의 운동도 오로지 ‘주5일’실시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여성노동자의 73%가 비정규직, 66.2%가 5인 미만 영세사업장 노동자로 노동환경이 열악한 상황에서 근로조건 전반에 걸쳐있는 여성노동자의 문제를 생리휴가 등 ‘모성’의 문제로만 접근해서도 안된다.

조순경 교수(여성학 전공)은 “저소득층 여성노동자들이 워낙 많아 근로시간 단축과 함께 절대적 저임금을 올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주5일 근무제’라는 허울 아래 임금삭감 때문에 비정규직·여성노동자들이 결국 스스로 노동시간을 연장하고 야간·휴일에도 일해야 하는 것은 아닌지. 주5일 근무제가 또다시 실질적 혜택없는, 정부의 ‘생색내기’로 끝나버려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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