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위한 대중교통시설 실태 점검

뇌성마비 2급 장애인 문애린(21)씨의 하루는 오전11시45분 장애인·노약자를 위한 무료셔틀버스를 타는 것으로 시작된다.

하루 세번 운행하는 셔틀버스에 휠체어 리프트가 장착돼 있긴 하지만 많은 곳을 들리기 때문에 지하철로 30분 거리인 노들장애인야간학교에 도착하는 시간은 오후1시20분. 오후10시, 수업이 끝나고 야학에서 운행하는 봉고차를 타고 집에 도착하면 자정이 넘는다.

버스는 탈 엄두도 못내고 지하철을 가끔 이용하긴 하지만 리프트 타는데만 40분이 넘게 걸려 신내동 집에서 대학로까지 가려면 2시간은 잡아야 한다.

× × × 비장애인들이 무심코 이용하는 지하철·버스 등의 대중교통수단은 몸을 제대로 가눌 수 없거나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들에게는 ‘대중’교통이 아닌 ‘특별’교통수단이다.

지하철도 장애인 편의시설이 제대로 갖추어진 곳이 많지 않고 탑승구가 계단으로 이뤄진 버스에는 혼자서 오르는 것조차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인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대중교통수단은 비교적 접근이 가능하고 무료로 탈 수 있는 지하철이다.

그러나 서울 지하철 1∼8호선의 263개 역 중 휠체어리프트나 엘리베이터 등 장애인 편의시설이 있는 역은 156곳(59.3%) 뿐이다.

이 중 휠체어리프트가 설치된 역이 127곳, 안전 등의 이유로 장애인들이 선호하는 엘리베이터가 설치된 역은 77곳에 불과하다.

장애인편의시설촉진시민연대 배융호 실장은 “전동휠체어나 전동스쿠터를 타고서는 리프트를 이용하기 어렵고 탔을 때도 떨어질 위험이 있다”며 휠체어리프트 설치에 우려를 표시했다.

실제로 런던이나 시드니 등에서는 이런 리프트를 거의 찾아볼 수 없고 캐나다 토론토의 경우, 편의시설이 없는 지하철역에서 엘리베이터가 설치된 역까지 셔틀버스로 연결해주기도 한다.

지난해 11월부터 서울시가 시범으로 운행하고 있는 장애인·노약자를 위한 무료셔틀버스도 장애인들의 ‘발’역할을 하기엔 역부족이다.

현재 노원구·중량구 등 강북지역 10개 차량이 운행 중인 이 버스는 역과 역 사이가 멀고 배차간격이 길어서 목적지까지 시간이 많이 걸리는 등의 문제점이 있다.

배융호 실장은 “ 장애인 이동권 문제는 이런 특별교통수단의 확충을 통해서가 아니라 대중교통수단 자체의 개선을 통해서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렇게 가장 기본적인 권리임에도 보장받지 못하는 장애인 이동권을 위해 지난 4월, 노들장애인야간학교를 비롯한 25개 단체가 꾸린 것이 바로 ‘장애인이동권쟁취를 위한연대회의’다.

이들은 7월23일부터 한달여동안 시청과 서울역에서 농성을 벌이며 100만인 서명운동·버스타기 운동 등을 진행했다.

그러나 8월29일(수) 버스점거 농성에서 많은 장애인들이 전경들에게 맞고 연행되는 등 경찰의 탄압이 심했다.

지난 12일(수) 지하철 광화문역 엘리베이터 앞에서 진행된 장애인이동권쟁취를 위한 집회에서는 경찰이 경찰통제선을 두르며 이들의 집회를 방해해 마찰을 빚기도 했다.

그럼에도 장애인 이동권 개선여부에 대한 서울시의 대답은 불투명하다.

서울시는 2006년까지 장애인 편의시설을 연차적으로 확대 설치하겠다고 발표했지만 편의시설에는 휠체어리프트가 120대나 포함돼있다.

바닥이 낮아 휠체어를 탄 상태에서 탑승이 가능한 ‘저상버스’도 97년 7월 서울시가 도입을 발표했으나 아직까지 그 시행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상태. 서울시청 대중교통과 김재용 경영개선팀장은 “막대한 예산 문제와 도로여건, 장애인들의 탑승시간 지연으로 발생하는 일반 시민들의 불편문제 때문에 당장은 힘들다”고 전한다.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못하는, ‘대중’의 권리를 박탈당한 장애인들. “솔직히 장애인들 불쌍하긴 한데 소수때문에 다수가 고생할 순 없잖아.” 12일(수) 집회를 지켜보던 한 나레이터 모델의 말이 우리 안에 존재하는 그들과의 ‘공존방식’은 아닌지 돌이켜 생각해 볼 때다.

/사진:홍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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