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011이 아니어도 좋습니다”라며 핸드폰으로 좋은 소식을 많이 전하라는 SK텔레콤 광고. 그러나 그 넉넉한 미소를 마냥 기분좋게만 받아들일 수 있을까? 10초에 18원∼29원(표준요금 기준)이나 하는 비싼 요금 때문에 전화 한 통 마음놓고 걸 수 없는 상황을 알고나 하는 소리인지. 이런 요금 문제들을 타개하기 위해 지난달 14일(수), 참여연대는 ‘이동전화 거품요금 인하 100만인 물결운동’을 시작했다.

참여연대 홈페이지 내 시민행동 사이트(www.myhandphone.net)에서 서명운동과 릴레이 편지보내기, 로고달기 등을 진행하고 매주 수·토·일에는 거리 캠페인을 벌인다.

지난달 30일(금) 현재 온라인 서명자 수만도 11만8천명, 시민들의 뜨거운 관심을 짐작케한다.

가입자 2천700만명, 국민 대부분의 생활 필수품이 돼버린 이동전화지만 요금 수준은 97년 가입자 700만명 시절과 별반 다를게 없다.

YMCA 등 여러 시민단체들의 노력으로 작년 초 SK텔레콤이 11.2%, 나머지 사업체들은 2∼3%정도의 요금인하를 통해 요금 내리는 시늉(?)만 했을 뿐이다.

‘이동전화 요금 30% 이상 인하’를 주 요구사항으로 내건 이들은 이동전화 업체들이 손익분기점으로 잡은 가입자 250만명은 이미 넘어섰고 회사 간 통합으로 마케팅 비용도 연간 1조원 정도 줄어들었다는 점을 지적한다.

외국과의 요금 비교에서도 월 소득대비 요금비율이 미국 1.26%, 프랑스 1.28%에 비해 우리나라는 무려 5.14%나 된다.

서울의 경우 가구당 한 달 평균 이동전화요금은 9만6천원, 유선전화에 인터넷 요금까지 합하면 16만원에 달한다.

하지만 비싼 요금에도 불구하고 서비스 수준은 이에 미치지 못한다.

한국소비자보호원이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지난해의 소비자 상담 33만7천 건 중 이동전화 서비스에 대한 불만이 2만1776 건으로 전체의 6.6%를 차지, 2년 연속 1위의 불명예를 안았다.

선택요금제도 그 종류가 다양하긴 하지만 소득이 적은 사람을 위한 요금제는 하나도 없다는 것이 가입자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게다가 현재 소비자들은 요금부과내역도 알 길이 없다.

이에 참여연대는 ‘이동전화 요금원가 공개’도 요구하고 있다.

“상품 하나에도 공장도 가격을 표시하는데 핸드폰 원가를 공개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라고 참여연대 안진걸 간사는 주장한다.

이에 대해 한 이동통신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투자가 많아 쌓인 적자를 아직 다 갚지도 못한 상태”라며 요금인하에 난색을 표한다.

정보통신부 측도 SK텔레콤을 제외한 다른 PCS 사업자들은 아직 2천억∼7천억 가량의 적자를 내고 있어 당장 인하는 힘들다고 밝혔다.

YMCA 김종남 간사는 “공격적이고 무리한 거품 마케팅으로 과소비를 조장할 때는 언제이고 이제 와서 그 돈을 거두기 위해 요금을 못내린다고 발뺌한다”며 이런 상황을 초래한 것은 바로 사업자 자신들이라는 입장이다.

이런 시민권리찾기 운동은 그동안 서울 지하철역 화장실 환경개선, 핸드폰에 부과되던 전파사용료 취소 등 다양한 부분에서 진행됐고 그 성과도 적지 않다.

올해 초, 시내전화 기본료를 2000원 올리고 통화료를 3분당 7.5원 내리겠다는 한국통신의 터무니없는 가격인상 방침을 기본료 1200원 인상, 통화료 3분당 6원 인하로 뒤집은 것도 좋은 사례다.

“그동안의 소비자 운동이 일부 제한적인 수준에서 전개돼왔는데 이번 운동은 이동통신업계의 오만을 다스릴 수 있는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고 성공회대 허상수 외래교수(사회학 전공)는 이 운동의 의미를 밝힌다.

한편 이동전화 주소비층인 대학생들은 요금에 불만이 많지만 이런 이동전화 요금인하 운동에 대한 인식정도와 참여도가 낮다.

연세대 김열매양(사회·2)은 “운동에 관심있는 몇몇 학생들을 제외하고는 이런 활동조차 모르는 친구들이 태반”이라며 대학 내 홍보 부족을 아쉬워했다.

참여연대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명지대 강정희군(인문·1)은 “학생들이 이 문제에 관심이 있다 하더라도 학업 등을 이유로 직접 참여하려 하지는 않는다”라고 말한다.

안진걸 간사는 신촌과 대학로 곳곳에 ‘플랜카드 물결운동’을 벌여 대학생들의 공감을 이끌어낼 것이라며 “사이트 홍보나 자원활동 등에 많은 대학생들이 동참했으면 좋겠다”고 부탁했다.

구입한 제품이나 서비스에 문제가 있을 때 시정을 요구하는 것처럼 비싼 이동전화 요금을 내리라고 주장하는 것도 소비자와 시민의 당연한 권리다.

결국 이동전화 요금인하 운동은 거창하지 않다.

단지 ‘내 몫’을 찾아가는 과정일 뿐이다.

이주영 기자 nanna82@ewh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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