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액주주운동은 신자유주의의 확대일 뿐”

하나의 사회운동을 평가하고 가치판단을 부여한다는 것은 그 운동이 갖고 있는 핵심적 측면과 성격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아무리 수구반동적 운동이라고 할지라도 그것이 사회운동적 외형을 띠는 한, 최소한의 진실과 사회적 함의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사족을 붙인 이유는 소수주주운동에 대한 가혹한 비판에 대해 그것이 지나치게 이념적·추상적이며 소수주주운동의 개혁적·민주적 성격을 전면 부정하는 편협한 비판이라는 반응을 종종 접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회적 운동이 가지는 이러저러한 측면, 장점과 약점, 의의와 한계를 나열하면서 그 성격을 모호하게 하는 것은 생산적인 토론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것은 기회주의이거나 무지함의 결과일 뿐이다.

김대중 정권을 비판하고 반대하는 현상에서는 한나라당과 진보진영이 동일하지만 그 비판이 제기되는 배경과 원인, 대안적 측면에서는 전혀 유사하지 않고 오히려 적대적이라는 것은 상식적으로 알 수 있다.

유사하게 한국의 독점재벌과 천민자본주의적 경제구조에 대한 비판이라는 점에서도 소수주주운동과 노동운동·진보진영이 동일할 수는 있지만 그것이 서있는 지반과 논리구조·발전전망에서는 전혀 다른 성격을 띈다.

‘소수주주운동’은 철저하게 자본주의적 논리에 근거, 현재의 한국경제를 개혁(?)하려는 운동이다.

‘주식시장’을 중심으로 경제시스템을 합리적으로 재편하고 ‘주주이익의 극대화’에 기여하는 것이 경제활동의 제1차적 목표가 돼야 하며 일부 지배주주의 비합리적이고 방만한 경영에 의해 주주일반의 이익이 침해당해서는 안된다는 것, 이것은 ‘김대중정권의 구조조정 정책’과 시민운동 일각의 ‘소수주주운동’이 함께 공유하고 있는 경제철학이다.

이것이 바로 ‘신자유주의’이며 ‘금융세계화’이다.

그리고 이는 우리 사회의 모순과 갈등에 대한 개혁적 처방이 아닌, 구조적 원인이자 투쟁의 대상일 뿐이다.

따라서 소수주주운동에 대해 “비록 핵심적이지는 않지만 주변적이고 부차적인 진보진영의 실천과제”라는 인식은 아주 위험하고 잘못된 것이며, 소수주주운동은 친자본주의적이고 신자유주의적인 사회운동에 다름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인식해야만 하는 것이다.

소수주주운동의 각론적 성격을 요약하자면 다음 세가지로 압축할 수 있을 것이다.

첫째, 소액주주운동의 진실은 ‘소액주주’의 운동이 아니라 ‘소수지분주주’의 운동이라는 것이다.

거대한 주식회사에서 소유한 주식 지분이 적거나 영세하다 하더라도 그것이 절대적 기준에서 소액인 것은 결코 아니다.

또한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집중투표제’는 지배주주에 의해 소수주주가 희생당하는 것을 막고 지배주주의 전횡을 견제하기 위한 장치이다.

그러나 여러 가지 제도와 절차의 도입을 통해 지키려고 하는 소수주주의 이해라는 것은 결국 ‘자신의 투자지분에 대한 이윤과 배당’일 수밖에 없으며, 그것은 집중투표제라는 형식의 도입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주식시장과 자본주의 경제의 주기와 굴곡에 의해 규정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둘째, 주식시장의 논리는 철저하게 주식소유자의 논리이며 여기에 주식을 소유하지 않는 이들이 참여할 공간은 없다는 점이다.

주주란 주식의 인적 표현에 불과하며, 그러기에 1천주를 소유한 주주와 1주를 소유한 주주의 평등함 ―백만장자와 빈민이 형식적으로나마 1표의 동등한 권리를 행사하는 보통선거와 달리― 을 이야기할 수 없는 것이다.

더구나 1주도 소유하지 못한 평범한 노동자와 민중들이 대등하게 참여할 여지는 애초부터 배제된 상태이다.

경영구조와 소유구조에 있어서 다수-소수지분 소유자의 관계만이 부각될 뿐, 지분이 없더라도 그 기업과 사회경제에 대한 발언과 참여의 권리가 당연히 보장·확장돼야 할 노동자의 사회적 권리는 배제되고 억압되는 것이다.

셋째, 최근 미국의 경제위기와 주가폭락을 비롯, 금융자본·주식시장 중심의 금융세계화로 요약되는 경제적 흐름에 대해 소수주주운동이 근본적 비판과 대안 정립을 이끌어 낼 수 없다는 점이다.

소수주주운동은 경제위기의 원인이 무엇인지, 금융세계화가 어떻게 한국과 세계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지를 과학적으로 분석할 수 없다.

이는 결국 ‘구조조정의 일상화와 주식가치 극대화’라는 미국식 신자유주의 경제를 모델로 하며 지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종권 사회진보연대 정책기획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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