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트아동복지회 위탁모 박계순씨

“우리 진태 잘 생겼죠? 요즘 왜, 제일 인기 많다는 연예인 이름하고도 비슷하잖아요.”‘유진태’라는 아기 이름을 가르쳐 주면서도 위탁모 박계순씨는 연신 품에 안긴 아기와 눈을 맞춘다.

이번 달 4일이면 갓 두 달이 되는 진태. 태어난 지 며칠 되지 않아 박씨에게 맡겨졌지만 두어 달쯤 후면 덴마크로 입양될 예정이다.

현재 우리 나라에서는 부모의 사망·이혼, 미혼모에 의한 출산 등 갖가지 이유로 매년 7천 여명이 넘는 새 생명이 제대로 보호받지 못할 상황에 태어나고 있다.

복지시설 등을 통해 소개 받은 이런 아기들을 위탁모들은 입양 전까지 기르는 일을 한다.

최근 들어 국내입양이 느는 추세지만 여전히 주가 되는 것은 해외입양이다.

주목할 만 한 것은 우리나라 부모들과는 달리, 외국인들은 오히려 몸이 불편하거나 정상적이지 못한 아이를 입양하는 사례가 많다는 점이다.

그 중에는 장애아를 위해 집을 개조까지 한 경우도 있다.

박씨는 아이한테 정성을 다하는 그들을 “사랑이 많다”고 칭찬이다.

14년간 70명이 넘는 아기들을 키워냈으면 이제 ‘베테랑’일 법도 한데 여전히 박씨에게는 정을 주고 떼는 일이 어렵다.

유난히 예뻤던 첫 애를 보내고 나서는 ‘헤어짐’이 가슴 아파 다시는 이 일을 안 하려고 했었다.

“키우며 정이 든 아기가 계속 눈에 밟히는 거에요. 아휴, 그 때 심정을 어떻게 표현해요.” 오죽했으면 자신에게 홀트복지회를 소개시켜 준 친구를 원망했을까. 그러나 이제는 떠나보낸 서운함도 또 다른 아기에게 사랑을 쏟다보면 어느 새 달래진단다.

한밤중에 아픈 아이를 들쳐 엎고 병원을 수도 없이 뛰어다녔고 아기를 달래느라 잠 설치는 일은 다반사였다.

마음 편히 외출 한 번 하기도 힘들었지만 아기들이 건강히 자라 좋은 곳에 입양되면 그걸로 마냥 흐믓하다.

그 후에는 아기를 위해 기도하고 또 기도할 뿐이다.

‘아가야, 비록 태어날 때 남다른 사연이 있었지만 부디 앞으로는 행복해야 한다’고. 행여 아기 소식이 궁금할까봐 부모들이 보낸 온 사진이며 편지가 이제는 상자로도 몇개나 된다.

쑥쑥 자라 건강해진 모습들을 보면 하나같이 다 반갑다며 “이름은 다 못외워도 아기들 얼굴을 보면 전부 기억난다”고 자신하는데. 얼마 전 받은 사진 한 장은 그녀를 너무 감동시켰다.

선천적으로 언청이였던 아기, 워낙 상태가 심해 우유를 제대로 못 넘길 정도였다.

“저는 배가 고파 울고 나는 그걸 보고 안쓰러워 울고, 둘이 같이 운 적도 많았다”던 그 아기가 말끔히 나은 모습으로 사진 속에서 웃고 있었던 것이었다.

입양 후 계속 수술과 치료를 한 결과였다.

그새 눈가가 촉촉해지더니 노르웨이로 간 진섭이 애기를 하면서는 눈물이 그렁그렁하다.

“원래 심장이 약했어요. 한 번은 중환자실에 입원을 했었는데 그걸 보며 어찌나 마음이 아리던지…. 지금 7살인데 다행히 수술을 받아서 많이 나았대요.” 그녀의 생각은 이렇다.

입양아들이 예초에 안 생기는 게 최선이겠지만 보살핌이 필요한 아이들이 생긴 이상, 좀 더 안정된 조건에서 자랄 수 있게 도와줘야 한다는 것이다.

“능력만 된다면야 다 내가 키우고 싶더라”는 그녀지만 아이 하나를 제대로 교육시키고 키우는 일이 만만치 않음을 잘 알기에 아이의 장래를 고려한다면 입양이 어느 정도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입장인데. “가끔씩 입양아들의 안타까운 사연이 들리기도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에요. 입양으로 행복할 수도, 불행할 수도 있는 거니까요.” 한 가지 안타까운 것은 여전히 우리 나라 사람들이 ‘핏줄’을 따진다는 점. 그녀는 “마음만 바꾸면 제 자식과 다를 게 없다”며 아이가 없어 힘들어 하는 사람들에게는 적극적으로 입양을 권하고 싶단다.

이런 영향인지 자신의 딸도 둘째를 입양하려고 하더라며 흐믓해 하는데. 간혹 그녀에게도 ‘아무리 그래도 손주가 더 이쁘지 않냐’고 묻는 이들이 있지만 대답은 항상 같다.

한 번 키워보면 알 것이라고, 누가 낳았는지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이다.

이현실 기자 rulurala@ewh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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