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부 출범과 관련, 4인에게 들어 본 기대와 전망

◇이재경 교수(여성학 전공) ▲여성부가 중점적으로 추진했으면 하는 사안은 어떤 것이 있나? - 먼저 호주제 폐지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냈으면 한다.

호주제는 가부장제를 계속 확대·재생산하고 있지만 여전히 폐지에 관해서는 사회의 저항을 거세게 받고 있다.

또 직업 교육 등 여성인력양성에 힘써 여성의 경제권을 보장하고 모성보호정책을 통해 자녀양육 문제도 같이 해결해야 한다.

‘할당제’와 같은 적극적 우대조치와 여성현실을 반영하는 자료확충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여성부가 영향력을 발휘하려면어떤 노력이 필요하다고 보는가? - 우선 여성들로부터 지지를 받아야 한다.

그 동안 가정주부 등 평범한 여성들은 여성 문제를 접할 기회조차 부족했고 그만큼 여성정책에 대한 이해와 인식 수준도 낮았다.

지난 해 논란이 됐던 군가산점폐지 문제에서도 ‘내 아들과 관련있다’며 반대하는 어머니들이 있지 않았나. 무엇보다도 일반 여성들에게 여성문제를 많이 알리고 나아가 그들의 지지를 끌어낼 수 있어야 하겠다.

◇서울대 관악사회대여성모임연대 이동윤군 ▲남학생으로서 여성부 출범을 바라보는 입장은? 또 주위 남학생들의 반응은 어떤가? - 여성부 출범을 환영하지만 간과해서는 안될 부분도 있다.

여성부 출범이 제도적 측면에서 여성운동에 힘을 실어줄 것은 분명하나 여성부가 여성운동의 중심으로 이해돼서는 안된다.

여성부도 하나의 정부부처인 만큼 정부와 다른 목소리를 내기는 어려울 것이다.

예를 들어 비정규직 문제에서 최대의 피해자는 여성이지만 과연 여성부에서 신자유주의에 반하는 정책을 제시할 수 있을까. 사실 주위 남학생들은 여성 문제에 별로 관심이 없다.

기존 여성운동에 반감을 갖고 있던 사람들에게는 여성부가 뚜렷한 공격대상이 될 우려도 있다.

▲여성운동진영에 바라는 점은? - 일부에서 여성운동을 다른 운동과 분리해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사회 전반의 문제들, 특히 노동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채 여성억압은 철폐될 수 없다.

여성운동을 노동운동과 연계해 나갔으면 좋겠다.

◇총학생회 여성국 문보미양 (사회·4) ▲여성부에 바라는 점은 무엇인가? - 과거 여성특위가 호주제 폐지에 대한 적극적 대응을 못해 아쉬웠던 만큼 이번에는 꼭 폐지했으면 한다.

성매매·성폭력 문제에 대해서도 제도적 뒷받침을 확실히 했으면 한다.

단순히 성매매 단속에만 그칠 것이 아니라 피해 여성에 대한 실질적 구제와 재교육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여성부 출범을 계기로 대학 내 여성 문제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 거라고 예상하나? - 얼마 전 학내 성희롱 문제에 관한 교육부 지침으로 반성폭력학칙제정이 활발해졌던 것처럼 학칙 제정에도 힘이 실릴 것으로 기대한다.

총학 여성국도 현재 대학원 학생회, 여성위원회 등과 연계해 반성폭력학칙제정에 관한 모임을 준비하고 있다.

또 대졸여성의 취업 과정에서도 불합리한 사안들이 개선 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한국여성단체연합 정책부장 김기선미씨. ▲김대중 정부가 그동안 시행했던 여성정책을 평가한다면? - ‘남녀차별금지 및 구제에 관한 법률’ 제정이나 ‘남녀고용평등법’ 개정, 또 여성정책 전담기구 확대 등은 잘한 일이다.

그러나 신자유주의에 기반한 경제정책은 구조조정 과정에서 여성우선해고, 여성 비정규직화 등의 결과를 낳았다.

작년 4월 기준으로 여성노동자의 70.5%가 임시일용직이라는 통계가 나올 만큼 상황은 심각하다.

파견·시간제 노동자, 골프장 캐디, 학습지 교사들까지 포함하면 그 비율은 실제 90%에 육박할 것이다.

이렇게 가다가는 결국, 여성은 남성과 동등한 노동권을 가지지 못한 제2군의 시민이 될 수밖에 없다.

▲여성부의 발전을 위해 더 뒷받침되어야 할 점은 ? - 현재 분산돼 있는 각 부처의 여성정책을 총괄·조정할 수 있도록 ‘여성정책심의위원회’를 국무총리 산하에 두었으면 한다.

또 지방자치단체의 여성정책 담당기관과 연계를 통해 지방까지 여성정책이 확산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페모그라트(femograt), 즉 여성운동적 마인드를 가진 공직자들을 각 정부부처에 많이 투입하는 것을 우선으로 다른 공무원들에게도 지속적인 성인지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단순히 ‘여성부 신설’이 중요한 게 아니라 앞으로 인원과 예산 등에 대한 지원과 꾸준한 관심이 뒷받침돼야 한다.

그렇지 못할 경우에는 다른나라의 여성정책부처와 마찬가지로 얼마 되지않아 여성부 무용론이 대두될 지도 모른다.

이주영 기자 nanna82@ewh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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