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로 결식아동들을 위한 공동체 푸른교실

"푸른 교실~!" "네~" 목을 빼고 힘껏 대답하는 아이들의 목소리에 귀가 따가울 정도다.

재잘재잘 떠들어가면서도 한자쓰기와 색칠공부는 곧잘 한다.

"결식아동들의 꿈동산" 구로 푸른 교실은 부모님이 모두 근로자인 가정이나 편부모 가정에서 제대로 보살핌받지 못하는 어린이들이 방과후에 함께 모여 밥도 먹고 공부도 하는 곳이다.

큰 책상 하나에 스무개 정도의 어린이 의자가 올망졸망 모여 있는 작은 공간이지만 아이들은 마냥 신난다는 표정이다.

작년 6월 주민운동연구소, 구로지역학부모모임 등 지역단체들과 뜻있는 사람들이 한데 모여 푸른교실을 열기까지는 많은 노력이 필요했다.

준비단체들은 구로지역 각 초등학교에 요청해 결식아동들을 모으로 후원금으로 아이들이 먹을 밥과 공부할 책을 샀다.

그리고 오후 내내 혼자 밥을 굶어야 했던 아이들이 속속 모여들기 시작해 지금 푸른 교실은 4-50명의 어린이들로 떠들썩하다.

구로 지역사회엗 소문이 나 이제 제법 많은 주민들이 후원금을 보내주고 있다.

구로구청에서도 올해 3월 지금 쓰고 있는 건물 두 개층을 무상으로 빌려줬다.

그 노력의 중심에는 오래 전부터 지역운동에 관심을 갖고 있던 푸른 교실 책임교사 이귀영씨와 선생님들, 자원봉사자들이 있다.

항상 제각기 떠드는 아이들을 챙기느라 정신없는 이귀영씨는 작년 5월 구로지역에 밥을 굶는 아이들이 850여명이나 된다는 통계를 보고 어린이들에게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대물림되는 가난 때문에 생계에 급급한 부모님들은 아이들에게 관심을 가질 새가 없죠. 어머니가 가출하셔서 제대로 끼니 챙겨줄 여력이 없는 가정도 너무 많아요." 가족의 따뜻함을 모르는 아이들에게 푸른 교실이 진정한 가정 역할을 해줬으면 좋겠다는 그녀는 아픈 아이들을 병원에 직접 데리고 다니기도 하고 봉고를 직접 운전해 매일 아이들을 태워 주면서 최대한 가족의 모습에 가까운 푸른 교실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푸른 교실 선생님들은 끼니도 제대로 못 챙겨먹던 아이들이 이 곳에 와서 밥도 먹고 영어, 글짓기도 열심히 배우는 모습이 흐뭇하단다.

오동통한 두 볼 가득 밥을 우물거리고 있는 네살짜리 승엽이, 남자아이들보다 힘센 여장부 윤정이, 똘똘이 서영이 푸른 교실 커플 수희와 지만이.... 푸른 교실을 만든 어른들의 따스한 마음이 전해졌는지 이제 이곳은 아이들에게도 따뜻한 엄마 품같은 곳인 모양이다.

얼마 전 건물 보일러 공사로 푸른 교실이 임시방학을 했을 때 아이들이 하루에도 몇 번씩 "선생님 오늘 푸른 교실 가는 날 아니예요?"라며 줄줄이 전화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푸른 교실은 아직 후원의 손길도 더 필요하고 교사와 자원봉사자도 아이들 수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

세심한 관심이 필요할 나이에 아이들에게 충분히 베풀지 못하는 것 같아 미안할 때가 많다는 푸른 교실 선생님들. 그들은 자기들끼리 음악부, 연극부를 만들어 오늘도 옹기종기 연습하는 푸른 교실 아이들이 더 이상 배를 주리는 일 없이 지금만큼만 씩씩하게 자라주었으면 한다.

저작권자 © 이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