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쪽의 성공 그리고 가능성

서울선언 등 굵직한 성과들을 남기며 성공적으로 치뤄졌다고 평가되고 있는 제3회 ASEM. 주요 언론 등 많은 사람들은 아셈의 긍정적 측면과 가능성을 주장하고 있다.

특히 서울선언으로 상징되고 있는 남북관계 개선의 국제적 지지기반 확보는 이번 아셈의 최대 성과로 평가되고 있다.

또한 아시아와 유럽이 협력해 미국 중심의 세계 경제의 흐름에 대응한다는 의미를 가진다는 의견을 비롯, 올해로 3회를 맞는 아셈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이 언론과 학계에서 나오고 있다.

외교안보연구원 조용균 교수는 아셈에 대해 “정치, 경제, 사회, 문화등 포괄적인 의제를 논의하는 만큼다양한 가능성을 가진 협력체”라고 평가한다.

그러나 아셈의 성격을 강력히 비판하는 목소리도 크다.

소위 안티 아셈 진영이 주로 비판하는 지점은 아셈의 신자유주의적 논리다.

즉 아셈 경제분야에서 논의되는 투자 자유화, 무역시장 완전개방 등 국제적 금융시장 조성을 골자로 하고 있는 신자유주의는 결국 자본 중심 경제정책을 통해 노동자와 민중을 희생시키는 이념이라는 주장이다.

자본의 원활한 흐름을 위한 장애요소가 되는 노동자 파업권 등을 제거하는 등의 반민중적인 폐해가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민주노총의 박하순 정책부장은“신자유주의를 밀고 나가기 위한 수단으로써 노동자와 여성 그리고 제3세계 후진국을 여성 그리고 제3세계 후진국을 공격하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한다.

신자유주의 정책은 여성노동에도 큰 위협이 되고 있다.

한국여성단체여합 국제협력간사 이강희영씨는“자본이 집중되는 곳에는 여성실업자 문제와 성매매 문제등이 반드시 발생한다”며 “이미 우리 나라에서도 자본가의 일방적 구조조정으로 인한 여성의 비정규직화경향이 확산되고 있다”고 여성노동계의 피해를 지적한다.

이러한 반대의견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아셈2000 개막일인 20일(금) 세계 정상들이 한자리에 모인 아셈회의장 주변에서 아셈 개막을 저지하고 신자유주의를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인‘서울 행동의 날’집회를 개최했다.

시위대는 민주노총 등 노동조합들과 한총련, 전국학생회협의회 등 학생운동단체, 각 사회운동단체와 외국 NGO등 약 250여개 단체들을 중심으로 구성됐다.

한 때 전경의 과격한 진압으로 부상자가 발생하고 올림픽 공원에서의 본 집회 후 아셈회의장으로 가두행진을 하던 중 무장전경의 방어벽에 부딪쳐 시위대오가 흩어지는 등 여러 번의 위기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으나 평화 시위를 전제로한 것인 만큼 큰 무리없이 진행된 대중주도 집회였다.

시위에 참가한 호주에서 온 노동관련 NGO 활동가 켈리씨는“실업, 빈곤, 기아를 외면하고 있는 행사인 아셈에 대해 체계적으로 잘 조직된 반대시위를 펼친 것 같다”고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반대시위는 단지 아셈회의 자체만을 반대한 일시적인 집회가 아니었다.

신자유주의에 대한 반대는 이미 90년대 사회운동의 기본적인 이념으로 자리잡고 있는 상황이므로 아셈2000반대시위는 이제까지 진행돼 온 반신자유주의 운동의 계속적인 의미를 가진다.

박하순씨는 “이번 집회도 반 신자유주의 투쟁의 일부부으로 아셈은 하나의 계기가 된 것일 뿐이며 앞으로도 반 신자유주의 투쟁은 변함 없이 계속될 것”이라고 시위의 위상을 설명한다.

이번 반대시위에서는 시민운동의 성격을 띠고자 하는 사회단체와 좀더 과감한 방법으로 시위를 펼쳐나가야 한다는 학생운동단체의 뜻이 다소 어긋나는 모습을 보이는 등 약간의 내부 문제ㅐ점이 지적되기도 했다.

또한 이전에 반 신자유주의 시위가 펼쳐져던 시애틀, 프라하에서의 그것에 비해 아직은 비교적 미약한 규모라는 것도 아쉬움으로 남아있다.

그러나 이번 시위는 대중이 주책가 된, 우리나라에서 열린 가장 큰 규모의 반 신자유주의 시위라는 것과 대중투쟁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었다는 것이 가장 큰 성과로 평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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