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명이 넘게 모인 듯한 올림픽 공원 집회장에는 민주노총, 한총련 등 낯익은 단체들부터 크고 작은 노동조합들, 각 학교 단대 학생회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와 있었다.

중앙무대 쪽에서 바라본 집회는 열기로 가득했다.

무대 앞쪽에 자리한 각국 NGO 단체에서 온 외국인들을 비롯한 노동자들과 학생들은 힘차게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 분쇄’,‘비관세제도 철폐와 해외매각 반대’등의 다소 알아듣기 어려운 구호를 외치고 있었다.

그런데 올림픽 공원 맨 끄트머리에서 기자는 5∼60대쯤 돼보이는 한 무리의 아주머니들이 전단지를 부채삼아 무표정하게 앉아있는 모습을 발견했다.

인천여성실업극복대책위에서 왔다고 하는 아주머니들은 공공근로 일용직으로 근근이 끼니를 이어가고 있던 중 IMF한파가 닥치면서 그나마 있던 일자리를 하루아침에 뺏겼다고 했다.

신자유주의의 폐해 중 하나라는 여성실업의 주인공들이었다.

“사는 게 사는 게 아니여…오죽하면 늙은이들이 이런데까지 기어올라 왔겄어.”“그럼 아주머니들은 아셈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게요?”“우린 그런거 몰러. 그저 먹고 살제만 해주면 좋겄어.” 중앙무대에서는 노동운동계, 어성운동계, 종교계등을 대표하는 굵직굵직한 인사들이 아셈 반대 성명을 줄줄이 발표하고 있었고 참가자들은 구호를 외치며 호응했다.

아주머니들은 그런 말들이 무슨 뜻인지는 잘 모르는 것 같았지만 이번 집회가 그들에게 먹고 살 길을 열어줄 것이라고 기대하는 듯 했다.

기자는 순간 지금 이 집회의 주인공은 과연 누구인지 묻고 싶었다.

연사로 나선 유명한 운동가들인가. 아니면 노동 현실에 관해 공부를 많이 한 학생들인가. ‘신자유주의 철폐’라고 쓰인 머리띠를 매고 있는 아주머니들의 어설픈 모습이 서글퍼 보였다.

영문도 모른 채 할머니 등에 업혀온 아기의 눈망울은 신기한 세상을 구경하는 듯 어리벙벙하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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