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밤낮으로 온 국민의 열렬한 지지를 받으며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드라마가 있다.

제목‘우리의 소원은 통일’. 그런데 주연이…남과 북? 아니면 미국? 분명 조연으로 설정된 미국이 주연 자리를 넘보면서 드라마가 제 갈길을 못가고 있다.

미국방장관이 북한에서 김정일과 악수하는 장면을 찍은 것으로도 모자라 미국 대통령까지 납실 준비를 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삼각관계는 어디서 많이 본 것 같다.

맘대로 우리나라를 갈라놓고 그 모든 책임을 우리에게 떠넘긴 미국과 달래다고 간, 쓸개 다 내줬던 우리 정부. 그 때 그 추억의 드라마와 비슷하지 않은가? 뭐 이런 무책임한 드라마를 하루 이틀 본 것도 아니고 미국이 우리 역사에 일말의 책임감도 없다는 것 쯤은 이젠 배경음악으로 이해하자. 그런데 이 삼각관계 드라마에서 눈에 밟히는 역이 있으니 바로 우리 정부의 역활이다.

얼마전 국제 안보 학술대회에서 국방차관은 노근리·매향리 문제는 소수의 문제일 뿐이라는, 실언인지 실언인지 모를 발언을 했다.

또 최근 한국과 미국 사이에 어려움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로 인해 한 미 관계를 위해 애쓰시는 인사들에게 우려를 끼쳐드려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사극에나 나올 법한 대사를 읊은 국방차관은‘한미 관계에 애쓰시는 분들’한테만 송구스러운 뿐‘미국으로 인해 피해를 본 국민’에게는 전혀 송구스럽지 않은 듯 하다.

23일(월) 파주시에서 미국에 의한 피해 사건이 발생했다.

미군 탱크 1백대가 추수를 하고 말리기 위해 널어 놓은 7백 가마 정도의 벼를 밟고 1km 정도 행진해 농민들이 추수한 벼가 사료로도 쓰지 못할 정도가 되버린 것이다.

주민들은 이에 강력히 항의했지만 미군은 바로 3일 후 같은 곳에서 도 한번 ‘탱크 행진’을 벌여 벼 50여 가마가 다시 짓밟혔다.

농민들의 피땀어린 벼를 한번으로도 모자라 두번씩이나 밟아 놓고 이번에도 언제나 그랬듯이 사과는 없었다.

그런데 이 드라마의 하이라아트는 경찰의 태도였다.

경찰조사 결과 도로에 벼를 널은 것이 잘못이었다는 것이다.

이는 명백히 미군에 의한 피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정부오 경찰은 평소에 그렇게 외쳐대던 권선징악을 이럴때는 쏙 빼고 헐리우드식 블러버스터 액션도 눈감아 준다.

정부는 분명 국민을 위해 존재한다.

그런데 우리 국민은 지금 미군 때문에 심각한 피해를 입고 있다.

지난 50년간 미국이 그 특유의 무책임성을 여기저기다 자랑하고 다닐 때마다 정부는 우리 국민을 생각하기 보다는 미군을 달래느라 바빴다.

비극인지 희극인지 알 수 없는 이 드라마, 강제 조영이라도 할 때가 되지 않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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