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사주제" 의 의미 및 한계 점검

한 기업을 자본가와 노동자가 함께 소유하고 노동자 역시 경영권을 가지고 있다면? 구조조정이 일방적으로 이뤄지고 주식시장은 연일 하락세를 보이는 요즘, 자본가와 노동자간의 불평등 관계를 타파할 수 있을 것 같은 획기적인 이야기로 들린다.

이같은 상황을 현실화하기 위한 방안으로 도입된 우리사주제도. 한국형 종업원 지주제도인 우리사주제는 이와 같은 목표를 가지고 68년부터 법률적 토대를 바탕으로 시행됐다.

우리사주제는 해당기업 종업원에게 자기 기업 주식을 소유하게 함으로꺼 경영권의 일부를 양도하는 제도다.

따라서 노사관계를 갈등관계가 아닌 민주적인 관계로 개선시켜 자본주의적 노사관계의 폐해를 완충한다는 궁극적 취지를 갖고 있다.

미국의 ESOP(Employ Stock Own-ership Plan), 프랑스의 주식 무상분배제도등이 외국의 비슷한 제도들이다.

우리사주를 매입한 종업원은 의무보유기간인 1년동안 자기 회사 주식을 소유하며 일반 주주들과 같이 주주총회 참여 등 경영활동에 참여할 권한을 부여받는다.

우리사주제는 이론적으로 소유구조 선진화, 대규모 증자를 통한 기업재무구조 개선, 종업원 개개인의 재산향상으로 인한 빈부격차 완화 등 여러가지 효과를 지니고 있다.

또한 자기 회사 주식을 소유한 노동자들의 생산성이 향상되는 효과도 우리사주제 도입의 긍정적 측면이다.

우리사주제는 98년 김대중대통령이 신노사문화 창출의 방안으로 종업원지주제 강화를 강조하면서 활발히 시행되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 후로 몇년되지 않아 그 부작용들이 속속 보고되면서 우리사주제에 대한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들이 나타나고 있다.

가장 큰 부작용은 우리사주의 투기화 경향이다.

첫 시행 당시 정년까지였던 의무보유기간이 현재 1년으로 줄면서 노동자 각자가 경영참여보다는 주식시장의 동향에 집중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즉 주가 향상을 통한 일확천금을 기대하는 경향이 노동자들 사이에서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주가가 하락세를 보이는 요즘 우리사주제는 그 본래 취지를 망각하게 할 정도로 심각한 피해 사례를 낳고 있는 실정이다.

대표적인 예로 우리사주제 도입 기업인 현대중공업의 경우 작년 매입 당시 주당 2만5춴원이던 주식값이 의무보유기간이 지난 올해 주당 1만9천원-2만원으로 급락하면서 직원들이 평균 2천여만원 손해를 봤다.

기아자동차와 같이 아예 부도가 난 경우는 주가가 90%이상 폭락해 우리사주를 가지고 있는 노동자의 전체 손실액이 무려 1조원에 달하고 있다.

통계적으로 우리사주제를 시행한 기업의 십중팔구가 피해를 입고 있는 실정이라고 알려져 있다.

사회진보연대 정책기획부장 송유나씨는 "우리사주제는 결국 노동자의 집단의식을 자본이라는 도구로 와해시키려는 신자유주의적 노동자 포섭정책일 뿐"이라고 일축한다.

또 우리사주제 운영방식과 시행환경 자체에서도 문제점이 나타나고 있다.

우리 나라 기업경영은 실제로 주주의 가장 강력한 권리인 회계장부열람권이 보장되지 않는 등 여전히 노동자들에겐 불투명한 상태로 가려져 있다.

게다가 주주총회 개최시간이 근무시간과 겹치는 등 노동자들이 실제로는 형식적인 소액주주 수준에 그치고 있어 실제적인 경영참여의 길은 매우 좁다.

자기자금을 출연해 우리사주를 사는 것인 만큼 재산권이 존중돼야 하나 의무보유와 그 기간을 강제하는 모순적인 면도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몇몇 악덕기업의 경우 부도가 확실시되는 상태에서 노동자들에게 우리사주를 강매함으로써 소수 경영자끼리 이익을 챙기는 사례도 있었다.

한신대 김성구 교수(국제경제학 전공)는 "기업의 민영화를 표방하는 신자유주의의 노동자 종속정책으로 우리사주제가 악용되고 있다"며 "굳이 제도 시행을 고수하려면 우리사주 주식을 노동자 개인이 아닌 노동조합이 소유하게 만들어 진정한 경영권을 보장해주어야 할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는 본질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궁극적으로 계속되는 공기업의 민영화를 중단하고 부실 민간기업의 공공화를 꾀하는 것이 진정한 의미의 노사 공동소유 형태를 이루는 방안이라는 것이 이들의 견해다.

반면 송태경씨와 같이 우리사주제를 옹호하는 입장은 "우리 사주제 자체가 아닌 운영 방식과 의식에 문제가 있는 것"이라며 "주위 여건이 개선된다면 새로운 노사관계를 정립할 수 있는 적합한 수단"이라는 긍정적인 견해로 맞서고 있다.

자본주의는 물질적 풍요를 낳았으나 그 부작용으로 자본가와 노동자라는 불평등 구조를 만들었다.

오늘의 기업사회에서 노동자는 자본가의 일방적인 경영방침에 따라야하고 직접 자기 회사 경영에는 참여할 수 없는 불평등한 노사관계를 이루고 있다.

이에 대한 방안으로 등장한 우리사주제는 처음의 기대와는 달리 여러가지 역효과와 맹점들이 속속 지적되고 있어 일단 적절한 조건이 먼저 조성돼야 한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우리사주제 외에 바람직한 소유관계를 기대할 수 있는 뚜렷한 대안이 없는 지금 앞으로 정책개선 등 보다 폭넓은 검토가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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