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의 주인은 시청자’라고 했던가. 하지만 지금껏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 온 방송은 함부로 침범할 수 없는 거대한 권력이자 벽이었다.

이런 방송에 ‘공공의 접근’을 자유롭게 하는 퍼블릭 엑세스(public access)는 시청자의 ‘참여권’보장 측면에서 새로운 사회운동으로 주목 받고 있다.

퍼블릭 엑세스에 대한 논의는 지난 2월 방송개혁위원회의 통합방송법 제정으로 본격화 됐다.

통합방송법에는 “(시행렬 제 51조)…한국방송공사(KBS)는 매월 100분 이상 시청자가 직접 제작한 시청자 참여 프로그램을 편성해야 한다…”는 조항이 포함, 퍼블릭 엑세스에 대한 개념이 명시돼 있다.

퍼블릭 엑세스권은 일반 시민이 미디어를 통해 자신의 의사를 표현할 수 있는 권리로 ‘미디어 접근 이용권’으로 정의할 수 잇다.

여기에는 자신과 관련된 보도에 대해 반론 내지 해명의기회를 요구할 수 있는 ‘반론권’도 포함한다.

건국대 김학천 교수(신문방송학 전공)는 “방송에 참여 가능한 인원이 이제것 제한됐던 만큼 일부 권력층을 제외한 대다수는 방송에서 소외될 수 밖에 없었다”며 기존 방송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시청자 주권 향상에 기여하는 퍼블릭 엑세스는 주류 미디어의 편향성을 극복하는 ‘대안 미디어 운동’이 될 수 있다.

또 개인·집단의 다양한 의견을 보장해 활발한 논의가 가증하다는 데서 ‘민주주의의 중요한 가능성’을 포함하고 있다.

특히 진보적 사회 단체들에게는 활동을 알리고 여론을 조성하는 유용한 방법이 될 것으로 보여진다.

하지만 이런 긍정적 요인 외에도 엑세스 프로그램은 운영 방식과 내용 등에 적지 않은 문제점을 갖고 있다.

우선 통합방송법에 제시된 ‘시청자 참여’의 의미가 확실하지 않다.

단순히 시청자가 참여나 협조만 하는 것인지, 제작에가지 적극적으로 관여하는 것인지가 혼용될 우려가 있다.

현재 논의 중인 시청자 참여에 관해 대안TV 송덕호 국장은 “홈비디오 방여이나 시청자가 패널로 출현하는 수준 정도로 오해하지 않아야 한다”며 기존 시청자 참여의 정도를 벗어나는 것임을 강조했다.

내용에서도 표현의 자유와 규제를 놓고 혼란이 우려된다.

퍼블릭 엑세스의 원칙이 ‘무삭제 원리’인 만큼 내용은 노동·여성·청소년·인종 문제 등에서부터 개인 사생활이나 생각, 특정 이익·종교 집단의 주장까지 매우 다양할 것이다.

일부는 프로그램 내용의 통ㅈ를 두고 대중의 의식수준이나 자정능려을 무시한 거시라는 반응을 보인다.

한 예로 미국의 인종차별주의 단체 ‘KKK’단은 자신드르이 주장을 반영한 후 더 거센 비난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공중파 방송을 이용한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의 기준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시청자 참여 프로그램을 제작했던 이상수PD(SBS프로덕션)는 “솔직한 생각과 느낌 표현도 좋지만 자살, 방화, 폭주 등 방영이 힘든 내용도 있었다”며 이 운동의 정착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합리적 편성정채을 마련해 책임소재를 분명이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시청자에게 편성권과 동시에 책임을 부여하면 방송사가 프로그램 내용이나 제작에 개입할 일이 없어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 밖에도 시청자들의 프로그램 제작 역략이 월 100분의 시간과 일정 기중을 채우기에는 아직 기술과 장비 등 기본적 여건에서 턱없이 부족하다는 우려가 높다.

다행히 늦게나마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한국여성단체연합 등 23개 시민단체들로 구성된 ‘시청자 참여프로그램 시민사회단체협의회(협의회)’가 결성돼 편성기준 마련에 관한 KBS와의 협의, 다체들의 프로그램 제작지원 등을 맡고 있다.

또 자체 제작이 힘든 단체·개인을 위해 노동자뉴스제작단·푸른영상 등의 독립프로덕션과 연대를 계획하고 있다.

한 가지 주목할 것은 우리 나라의 경우 프로그램 방영이 공중파 방송을 통해 이뤄진다는 점이다.

미국·독일 등 대부분 나라들은 케이블 TV에 퍼블릭 채널이 따로 존재하여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는 정부의 적극적 지원 하에 방송국 전체 운영을 시민이 맡기도 한다.

반며ㅁ 우리는 방송을 공적 영역으로 간주, 규제를 통해 여과된 내용을 다뤄왔던 만큼 기존 방송을 이용한다는 점이 원래의 취지를 흐릴 수도 있다.

또 구체적인 시행방침이나 규칙은 물론 아직 시행시기조차 확정되지 않아 제대로 되 준비가 어려운 상황이다.

그 밖에 내용과 재미를 동시에 만족시켜야 하는 것과 기존 방송에 익숙한 시청자들이 엑세스 프로그램을 어느 정도 받아들이고 참여할 것인지의 문제 등 우리에게는 여전히 많은 과제가 남아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방송에 대한 ‘인식 변화’이다.

방송사는 방영 기회를 제공해 줄테니 ‘알아서 만들어 봐라’는 식의 태도를 버리고 시청자에 협조한다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시청자들도 방송을 수용하기만 하던 소극적 입장에서 벗어나 ‘시청자 참여 프로그램을 시청자가 제대로 활용하지 못함다면 아무 의미가 없다(협의회 발족문 중에서)’는 것을 염두해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이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