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려라 달려 로보트야 날아라 날아 태권브이∼빙하타고 내려와 친구를 만났지만∼ Under the sea Under the sea∼ 이 땅의 애니메이션 역사가 어언 40여년. 세계 애니메이션의 60% 하청제작, 관련 노동자 2만여 명이란 수식어에도 불구하고 애니메이터의 권익을 위해 존재해야 할 노동조합은 지난 8월에야 비로소 그 모습을 드러냈다.

최초의 애니메이션 노동조합을 설립한 주인공, 전국애니메이션노동조합 위원장 류재운씨. “형과 누나가 어렸을 때부터 제게 영향을 많이 끼쳤어요. 대학에 들어가기 전부터 세상이 뭔가가 잘못됐고 바로잡아야 한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입학하지 마자 추호의 망설임도 없이 탈춤반에 들어가 학생운동을 시작했어요.”‘격동의’80년대에 학생운동에 몸을 던졌던 그는 제명 당했다가 학원자율화조치를 통해 다시 대학에 돌아가기 전까지 잠시 애니메이션 제작 아르바이트를 했다.

“그 열악한 노동환경을 보고 정말 놀랐죠. 손가락이 시려워서 연필잡기가 곤욕스러운데도 난로를 피우려고 수위랑 실갱이르 해야했거든요. 그 때부터‘여기에 노동조합을 하나 만들어야겠구나’생각했어요.”그래서 그는 졸업 후 친구들처럼 대기업 홍보실이나 광고사로 들어가지 않고,‘애니메이션노동조합 설립’을 목표로 정식 애니메이터로서 이 세계에 뛰어들었다.

“애니메이터는 원화, 동화, 칼라, 카메라 파트 등으로 나눠지는데 동화맨이 원화맨이 되려면 원화맨 보조를 일녀 정도 해야 하거든요. 그런데 종종 이걸 이용해서 예브다 싶은 여자 동화작가들, 원화작가 시켜준다면서 성폭행 하는 원화작가들이 있어요. 그렇게 신세 망친 동화작가들 꽤 있는데 아무 것도 해줄 수가 없더라구요.”하지만 이것은 빙산의 일각. 자유직업자이기 때문에 받아볼 엄두도 못내본 퇴직금과 회사의 편의대로 언제든지 해고될 수 있다는 불안감. 그 중에서도‘최저생계비’를 보장받지 못하는 애니메이터가 전체의 70%라는 가장 기본적인 문제에 대해 그는 정부를 비난한다.

“교육부나 문화관광부는 우리 사는 모습니이나 한 번 보고 나서 애니메이션 육성책을 논했으면 좋겠어요. 동화작가들 한 달 수입이 20만원이 안된다는 걸 아려나 모르겠어요.” 16만불에 하청을 받아 4만5천불은 애니메이터들의 몫으로, 나머진 수주의 몫으로 돌아간다는 현실. 이러한 단가 협상에서부터 이런저런 해야 할 일들이 산적해 있어 그는 요즘 봅시도 바쁘다고. 지금부터 노동자의 권리를 하나하나 되찾아나가고 싶다는 그. 그러나 아직 예술가로서의 꿈도 남아있다.

“‘개미’보셨어요? 그것처럼 대항하는 민중의 삶을 그린 좋은 작품을 만들고 싶어요. 권력있는 자를 숭배하지 않고 가부장적인 모습이 보이지도 않고 와자와 결혼하면 행복하게 되는 여자도 없는 작품으로요.” 결국 그는 양세계에서 운동을 하고 있다.

혁명의식을 지닌 그림을 그리면서 현실세계에서의 운동을 진행시키는 것. 지금 위치에서 그가 지닌 능력으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보겠다는 의지. 그리고 만화에 대한 사랑과 그것이 지니 ㄴ파급력에 대한 믿음. 이것들이 그의 삼을 한 마리의 불나비와 같게 한다.

“낙천적이려고 노력하거든요. 후회같은 건 한 번도 해본 적 없어요. 좋은 결실을 봐야죠.”그의 시원한 너털웃음이 하나의 희망을 가지고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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