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은아, 우리 못 나갈 것 같애. 너 혼자 취재해야겠다.

” 겨레손잡기대회 초대가수 신형원이 ‘서울에서 평양가지’를 흥겹게 부르고 있을때 동료기자로 부터 전화를 받았다.

서울대에서 한총련·범민련이 주회하는 범민족대횔르 취재하던 그들은 모든 입구를 겹겹이 싸고 있는 전경들의 검문을 결국 또 뚫지 못했던 것이다.

그날 낮, 서울대를 들어가려는 것을 저지당했던 본 기자만이 운좋게도(?) 겨레손잡기대회에 갈 수 있었다.

겨레손잡기대회는 여기 관변행사 다웠다.

경찰들은 행사가 원활하게 진행되도록 교통정리를 하고 있었고 풍물패니 무용공연이니, 심지어 무대 벽을 뚫고 나오는 ‘통일기치’끌기 등 다제로운 이벤트로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다.

아빠 손을 붙잡고 나온 꼬마 아이부터 머리 지긋한 노인들까지 각계 각층의 사람들이 모여 박수를 치는 모습은 서울대 정문앞의 살벌한 분위기와 사뭇 대조적이었다.

올해도 범믹족대회 참가자들 800여명이 마구잡이로 연행됐다는 소식을 접하면서 가슴한 구석이 답답해 짐을 느낀다.

지난 해 판문점으로 가는 범민족대회 행진단에 발포 명령을 받았다는 한 전역 군인이 신문 투고 들을 보면서도 그랬다.

그는 군 생활 26개월동안 탄창낀 총을 들고 경계근무를 선 것은 그 때가 처음이었으며 근무시간 내내 친구들에게 총을 겨누면서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물론 범민련이나 한총련의 통일 운동방식이 현 정세와 맞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들이 기본적을 가지고 있는 통일을 행한 염원이나 그를 위한 열망마져 짓밟을 권리를 분명 누구에게도 없다.

한총련이라면 무조건 귀를 틀어막는 정부와 언론에게 묻고 싶다.

그게 정말 햇볕정책을 말하는 사람들의 자세인지. 정부가 후원하고 대재벌이 협찬하는 큰 대회도 좋다.

하지만 국민 모두가 통일을 이야기 할 수 있는 자유를 보장하는게 먼저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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