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가 여기자를 성추행한 사건이 발생해 물의를 빚고 있다.

8일(토) 서울동부지청 박충근 검사는 점심 회식자리에서 만취한 상태로 대한매일 여기자를 껴안고, 회식이 끝난 후에도 기자실로 쫓아와 재차 술자리를 강권하다 가슴을 만지는 등의 추행을 저질렀다.

이 사건이 밖으로 불거져 나오면서 여기자 모임들과 여성단체의 항의가 빗발쳤다.

성희롱이 이미 법적으로 성차별로 명시됐고, 사회 모든 분야에서의 성차별 금지가 선언된 지금의 상황에서 성평등적인 시각을 가지고 법을 집행해야 할 검사가 이같은 물의를 빚었다는 것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처험 여성계의 비난이 격해지자 법무부는 부랴부랴 해당 검사를 전주지검으로 좌천시키고 징계위원회에 회부한다는 공식입장을 발표했다.

하지만 여성계는 그렇게 간단히 처리할 문제가 아니라며 검찰의 공개사과와 근본적인 대책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에 시민단체와 함께 진상조사를 벌이면서 박 검사의 직위해제 등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박 검사의 성추행 사건은 우리 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무엇보다 이 사건은 사회 지도급으로 불리우는 남성들의 미천한 여성의식 수준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사실 여기자를 성추행한 박 검사 같은 지도급 남성이 어디 그 뿐이겠는가? 성추행이 벌어진 회식자리에 지청장과 차장검사, 출입기자들이 동석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동석자들이 성추행을 막지 못했다는 점을 주목할 떼 이번 사건은 어느 한 개인의 실수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이제까지 성희롱 남성들은 직종, 분야를 가리지 않고 존재해 왔다.

즉 언론사 기자, 대학교수, 정부 공직자 등 소위 엘리트 계층에 속하는 사람들 또한 전혀 예외가 아니었다는 이야기다.

엘리트 남성들 여성의식 수준은 낙제점 실제로 지난해 모 방송사 여기자가 같은 출입처의 모 경제신문 남기자로부터 술자리에서 성추행을 당한 사건이 있었다.

남기자는 뒤에서 여기자를 껴안으며 가슴을 만졌다.

이에 여기자는 강하게 항의했고 남기자는 곧바로 무 릎을 꿇고 사과했다.

하지만 그 후 진상을 확인하려는 주위 사람들에게 보인 이 남기자의 반응은 앞뒤가 맞지를 않았다.

“기억이 없다”, “어깨동무를 한 것인데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 “술집 여자인 줄 알았다”등 남기자의 진술은 계속 번복돼 여기자는 남기자의 회사 사장에게 공식사과를 요구했고, 회사측은 공식사과와 함게 이 남자기자를 내근부서로 징계발령냈다.

결국 이 사건은 남기자의 징계발령 선에서 마무리됐다.

공직사회라고 해서 다를까. 행정자치부가 지난해 7월 여성공무원 25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여성공무원이 직접적 성희롱을 경험한 경우가 28%나 된다.

열명 중 세명 가까이 신체적 성희롱을 경험했다는 뜻이다.

교수에 의한 성희롱 역시 낯설지 않다.

94년 서울대 신정휴 교수 성희롱 사건(우조교 사건) 이후 해마다 이와 비슷한 사건들을 일간지 사회면 한 구석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지 않은가. 최근 성폭력 예방 조항을 학칙으로 제정하는 대학이 늘고 있다는 사실은 대학사회도 성폭력에 관한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는 지대임을 말해주고 있다.

이미 동아대, 부산대, 아주대 등이 성폭력 관련 학칙을 제정했으며, 고려대, 서울대, 성균관대, 한국교원대 등에서는 현재 학칙제정운동이 활발히 일고 있다.

여성을 대등한 인격체로 인정하는 습관 길러야 이처럼 사회 지도급이라 불리우는 남성들의 성희롱 문제는 여성을 대등한 파트너로 인정하는 사고와 습관을 기르지 못한데서 비롯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점점 더 높아지고, 전문직 여성들의 숫자가 점점 늘고 있지만 아직 여성들을 대등한 동료로 인정하는 기본적인 의식훈련은 안타깝지만 너무 덜 된 것이다.

이에 확고한 평등의식의 내면화가 무엇보다 시급히 요구된다.

즉 여성을 성적대상이 아니라 동등한 동료, 한 사람의 사회인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민주적인 파트너쉽이 절실히 요청된다.

그리고 이러한 실천은 엘리트라 자부하는 계층에서부터 솔선수범해야 함은 더이상 설명이 필요없는 말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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