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스주의? 너 혹시 빨갱이 아냐?” 정치·경제·문학 등 학문 전 분야에 걸쳐 맑스만큼 많이 등장하는 사람도 없다.

그러나 왠지 맑스를 좋아한다고 하면 으레 빨간 색안경을 끼고 보는 우리 사회. 그래도 맑스를 좋아하고 맑스가 말하는 세상을 함께 꿈꾼다는 사실만으로도 하나일 수 있는 공간이 있다.

나우누리 진보통신동호회 맑스주의연구회(맑스연)가 바로 그 곳. 지난 5일(수) 맑스생일을 맞아 모란공원에 가서 열사 참배를 드리고 왔다는 맑스연 사람들은 피곤한 기색도 없이 모두들 밝은 모습이었다.

“맑스는 대단한 천재이자 노력가였죠”라며 대학 1학년 때 맑스·엥겔스의 전기‘두 사람’을 책이 너덜너덜해질 정도로 줄치며 읽고 나서 맑스를 사랑하게 됐다는 맑스연 시삽 심동호씨(홍익대 전자공학과, 3). 그는 맑스와 엥겔스, 30년이 넘는 둘 사이의 우정이나 젊은이의 피를 끓게 하는 혁명·진보란 단어에 맬겨을 느꼈다고 한다.

그러다 작년 2월 뜻맞는 사람들이 모여‘안으로는 맑스주의 혁신을 연구하고 밖으로는 사회 변혁에 이바지한다’는 기치 하에 작은 모임을 만들게 됐다는데. 9월엔 정식 동호회로 승격돼 이젠 300여명에 달하는 어엿한 동호회로 성장한 맑스연 2기 시삽인 그. 맑스연을 하나하나 소개해 주는 모습이 자못 진지한다.

맑스연은 맑스주의에 입문하고자 하는 사람들을 위한‘새내기 공부방’에서부터 맑스주의적 시각에서 여성문제를 풀어보는‘FemiMarx’, 맑스주의적 차원에서 영화를 감상·비평하는 소모임‘이데올로기 속의 풍경’등 8개 소모임을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외 다양한 자료를 보유한 텍스트 자료실, 열띤 토론이 진행되는 주제토론실 등 여러 가지 게시판을 중심을 활기차게 굴러가는 맑스연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개방적, 민주적 운영을 그 자랑으로 꼽는다.

“공간이 폐쇄적이면 우리가 추구하는 진보에도 어긋나는 거겠죠”라며 손님과 회원의 차별이 전혀 존재하지 않는 맑스연의 운영방침을 설명하는 그. 그래서 비회원들이 소모임 커리를 제안하기도 하고 회원들의 질문에 답변도 해줄 만큼 적극적으로 참여한다고 한다.

이러한 학술포럼의 경우 자칫 학문적 연구로만 치우치지 않느냐는 기자의 우려섞인 질문에“낚시하는 방법을 배우고 연구하는 이유는 낚시를 잘하기 위해서가 아닌가여?”라며 그들은 토론의 즐거움에만 안주하지 않고 그 인론을 무기로 실천을 하는데도 힘쓰고 있다고 역설하낟. 즉 그들이 맑스주의를 공부하는 이유는 IMF 경제위기 이후 실업자와 노숙자가 대거 양산되는 우리 현실 속에서 그러한 사회를 변혁하는데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기 위한 것이다.

이에 맑스가 제시한 방법을 현실에 적용시키는 것이 그들에게 남겨진 몫이라 믿고 민중대회나 메이데이 집회 등에 빠지지 않고 참여한다는 맑스연 사람들은 결코 책만 파는 사람들은 아니었다.

이처럼 맑스를 사랑하는 그도 맑스에 대한 맹신은 경계해야 한다고 당부한다.

“나로 말하자면 나는 맑스주의가 아니다”라는 맑스의 말처럼 맑스주의도 결코 완벽한 사상이 아니기에 그 안에 엄연히 존재하는 모순을 인정하고 늘 비판적 시각을 잃지 말아야 한다는 뜻이다.

왜곡이 심한 지금의 맑스주의를 바로잡아 진정으로 사회를 변혁하는 올바른 맑스주의를 널리 알리고 싶다는 그의 야심이 30일(일) 동국대에서 열릴 학술제에서도 한껏 드러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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