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26일(월) 전 국민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서울 지하철공사 노동조합 (지하철 노조) 파업이 중단되면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의 메이데이를 기점으로 한 총파업 성사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언론에서는 민주노총을 필두로 한 노동계가 정부와의 싸움에서 결국 진 것이 아니냐는 성급한 판단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민주노총의 주력 단위인 전국금속산업노동조합연맹(금속산업연맹) 내 현대자동차를 비롯 대부분 사업장이 사측과 타결을 봐 파업을 유보하고 있어 민주노총의 향후 투쟁이 그리 밝지만은 않아 보인다.

그렇다면 민주노총의 5월 ‘총파업’의 배는 왜 항해 초반부터 여기저기 암초에 부딪힐 수밖에 없는 것인가? 민주노총의 본래 계획대로라면 지금쯤 서울지하철 노조와 한국통신 노조 그리고 금속산업연맹은 모두 한 배를 타고 정부를 향애 돌진하고 있어야 한다.

그러나 최초의 암초는 바로 26일(화)로 예정된 한국통신 노조 김영삼 선전국장은 “한국통신은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동조합연맹과 같이 총파업을 해야한다는 절박성에 쫓겨 내부적으로 충분한 준비의 시간을 갖지 못했다”며 한국통신 조합원들의 참여율 저조했던 이유를 설명했다.

이에 따른 한국통신의 26일(화) 파업 유보가 서울지하철 파업의 투쟁력을 약화시켰고 결국 민주노총 전헤의 투쟁에 찬물을 끼얹는 결과를 낳았다는 것이 그의 논리이다.

이는 곧 민주노총이 각각 의 사업장들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파악하지 못한 채 무조건적인 투쟁을 강행하는 등 지도부의 전술운영 능력이 부족했다는 비판과도 연결된다.

그러나 조합원들을 하나로 결집시켜내지 못한데에는 그들 자신이 현실적 문제에 봉착했기 때문이라는 것도 하나의 요인으로 지적될 수 있다.

서울지하철 역무지부 이모씨는 “파업의 정당성은 모두 인정하는 사실이지만 실제로 가족을 생각하면 복귀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라고 말해 노조원들 나름의 고민을 나타냈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내부적 요인이 정부의 탄압에 의해 가중됐다는 점이다.

이번 지하철 파업에 정부는 치고 빠지는 수법으로 조합원들간의 결속을 교묘히 와해시켰다.

완전한 공권력 탄압을 피하는 대신 서울 지하철 노조원들에게 일주일의 복귀 기한을 주면서 이들을 불안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는 서울지하철 노조원 상당수가 직권면직의 기한이 가까워 올수록 현장에 복귀했다는 사실에서 드러난다.

또한 정부가 언론을 이용, 이들의 복직율을 허위 보도하기도 하는 등 국민 여론을 악화시켰다는 점도 크게 작용했으리라 본다.

참여민주사회시민연대 연대사업국 이재명씨는 “언론이 지하철이 파업을 할 수밖에 없는 문제의 본질은 철저히 은폐시킨 채 그들을 일방적으로 매도한 측면이 많다”며 “시민의 불편과 노동자의 생존권은 결코 같은 수가 없다”고 성숙한 시민의식의 부재를 지적하기도 했다.

이에 노조원들 자신도 ‘시민의 발을 볼모로한다’는 곱지 않은 시선을 결코 외면하고만 있을 수는 없었기에 결국 파업을 철회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결과적으로 정부는 이번 민주노총의 총파업 선봉 투쟁이었던 지하철 파업부터 강경 대응의 모습을 보이면서 애초에 노동계 총파업의 향해를 봉쇄할 공산이었다고 해석된다.

이러한 현상적 요인과 더불어 ‘총파업’의 배가 항해하는데 어려움이 발생하는 근본 원인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한국노동이론정책연구소 편집기획실장 곽탁성씨는 현재 우리 나라 노동운동이 조합운동으로만 치우친 것에서 그 원인을 진단한다.

그는 “우리의 노동운동은 투쟁만 있을 뿐 정치적 성과가 없다”면서 “각 단위 사업장은 민주노총의 투쟁을 모두 자기 문제화해 근본적으로 정부 정책 기조를 변화시켜야 한다”고 역설했다.

즉 노동계가 정부와의 싸움에서 제목소리를 내로 생존권을 보장받을 수 있기 위해서는 구조조정에 대한 현안을 노동자 전 계급적인 문제로 받아들여 대중의 폭넓은 지지를 얻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언제든지 타오를 수 있는 투쟁의 불씨가 엄존하는 노동계. 이번 파업의 경험을 발전의 디딤돌로 삼아 어떠한 환경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전체 노동계급운동의 대중성과 정치성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전진해 나갈 수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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