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한 선배가 유학 가기전 얼굴이나 한번 보자고 해 학교 앞에서 만났다.

대학원을 마치고 오래간만에 학교를 찾은 선배는 이화교를 지나면서 부터 이화광장(이광)이 언제 주차장이 됐냐며 적지 않게 놀라는 눈치였다.

수도 없이 접한 이야기이긴 하지만 이광의 모습은 선배가 졸업하기 전, 그리고 내가 입학을 할 때와는 분면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어느샌가 모르게 이광은 행사가 있어야 허락을 받고 가끔 이용 할 수 있는 곳으로, 차들이 지나 갈 땐 불편하시지 않게(?) 학생이 먼저 알아서 비켜주어야 하는 곳이 돼 버렸다.

하얀선으로 주차 구역이 표시된 이광에서 학생들이 모일 수 있는 곳은 신단수 앞 바닥 페인트로 그림 그려진 사각지대 정도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리거 쉬는 시간에 강의실을 옮기려 건물을 나설 때 대로도 아닌 좁고 굽은 길들을 건너는 일은 또 어떠한가. 슬그머니 나타나 클랙션을 누르는 차, 더군다나 너무나 자연스럽게 구분된 학생문화관 앞 차도와 인도, 학생들의 편의를 도모하겠다고 지어진 그 앞에서 조차 점신시간이라도 되면 복잡한 가정관과 학생문화관 사이를 우리는 좌우를 살펴가며 뛰어야 한다.

단지 그 위험성 만을 말하려는 것이 아니라 대다수 학생들이 맘편히 교정을 다닐 귄리가 차도를 다니는 몇 사람을 위해 당연히 뒷전으로 물러나는 것에 더 큰 문제가 있다.

흔히들 가혹한 고문을 당하거나 불심검문을 당해야 인권침해라는 말을 쓴다.

하지만 인권이란 사람이 사람답게 살기 위해 필요한 것으로서 당연히 인정되는 권리라는 뜻이며 이를 되새겨 볼때 지금 이화 속 이화인들의 작고 보잘것 없어 보이는 권리 하나하나에도 물음을 던질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넓게는 대학 안에서 학생들이 가지는 주체적인 의미를 되짚는 것에서부터 좁게는 차도를 조급하게 건너야 하는 현실의 문제까지 우리는 제대로 의식조차 하지 못하고 지나치는 우리의 권리에 대해 곱씹어 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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