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살아보세~잘 살아보세~" 70년대 온 국민이 허리띠를 졸라매고 새벽같이 일어나서 일터로 향하던 새마을 운동. 그 때의 기억을 되살리고 싶었던 걸까? 당면한 경제 위기를 극복하고 21세기형 한국, 한국인으로 거듭나자는 제2건국운동은 관 주도의 국민 총동원형 운동이라는 비판을 받아 왔다.

이에 지난 14일(일) 제2건국범국민추진위원(제2건국위)는 기획단장을 민간인으로 바꾸고 보수적 성향의 인사들로 구성됐던 지역추진위원회에 개혁인사를 대거 영입하겠다는 등의 개편을 단행했다.

이러한 조직 개편은 제2건국운동이 관변운동이 아닌 민간주도로 나아가기 위한 조치로 보여진다.

그러나 시민단체들은 여전히 제2건국운동으로 보기 어려워 쉽사리 동참할 의사를 보이지 않고 있다.

즉 처음부터 정부가 기획하고 국민을 동원하려는 식의 운동은 진정한 의미의 민간주도 운동이라고 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참여민주사회시민연대 연대사업국장 김형완씨는 "이번 정부 100대 개혁 과제에 부패방지법제정이 빠진 것이나 인권위원회를 현실에 맞지 않게 특수법인으로 하려는 정부방침을 볼때 그 개혁성에 의심이 갈 수 밖에 없다"며 제2건국위에 불참을 표했다.

이처럼 시민단체들은 정부가 위에서부터 어떤 운동을 추진하기 보다는 시민단체 각각이 시민운동을 잘 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마련하고 뒤에서 지원해 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 더 필요한 일이라고 입을 모은다.

그렇다면 정부와 시민단체들간의 관계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제2건국위공보관 류희락씨는 "아직까지 우리 시민사회는 서구처럼 튼튼히 형성돼 있지 못하기에 시민운동만으로는 한계가 많다"며 "정부부문이 함께 참여해 관, 민이 협력관계로 개혁운동을 펼쳐나가야 한다"고 설명한다.

개혁의 파트너로서 시민단체와 손을 잡기 위한 이러한 김대중 정부의 노력은 많은 시민운동가들의 정부참여 현상, 특히 이번 제2건국위에 잘 알려진 시민단체 인사들이 대거 참여하고 있는 것을 볼 때 어느 정도 성공한 것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이를 두고 일부에선 김대중 정부가 자신의 집권을 도와줄 수 있는 네트워크로서 시민운동을 이용하는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높다.

이에 제2건국운동도 정권 재창출을 위해 정부가 만들어 놓은 틀에 시민단체들을 동원하려는 정치프로그램이라는 비판여론이 일고 있다.

이와 관련 정현백 교수(성균관대 사학과)는 "연고주의로 얽혀 있는 우리 사회는 시민운동가들이 정부에 참여하거나 시민단체가 재정지원을 받으면 그 단체는 바로 정부의 눈치를 살피며 종속되는 경향이 강하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정부와 시민단체가 우호적인 관계가 되면서 예전보다 시민단체가 정부를 견제하고 비판하는 제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지 못하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한다.

이에 대해 경제정의실천연합 정책실장 김승보씨는 "시민 단체들은 정부를 늘 견제하는 위치에서 정부에 개혁프로젝트를 제출해 정부가 개혁작업을 하도록 압박해야 한다"며 "노사정위 합의사항 이행에 있어서의 강제력을 부여하는 것도 시민단체의 힘으로 이뤄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새정부 출범 이후 새로운 활론를 모색하고 있는 정부와 시민단체. 그 둘이 공존공영하기 위해서는 둘 사이에 철저히 선을 그어야 한다.

시민단체는 독립성, 자율성을 생명으로 대정부 투쟁을 비롯 일반 시민들이 모두 공감할 수 있는 사안에 대해 문제제기해야 하며 시민의 권익이 침해받는다면 이를 시정하고 개혁할 수 있도록 압력을 가해야 한다.

정부 역시 시민사회 약화를 이유로 관 주도의 운동만을 외칠 것이 아니라 시민단체가 나름대로 벌이고 있는 운동들을 지원하면서 밑으로부터의 비판을 겸허히 받아들이는 자세를 갖춰야 한다.

시민단체가 시민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고 정부에 늘 감시의 눈을 반짝이는, 진정으로 "시민을 위한" 옴부즈맨이 될 때 "기본이 바로 선 나라"에 한발짝 다가 설 수 있을 것이다.

김종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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