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우몰골. 십년을 내리 가물어도 맑은 물이 강을 이루며 굽이쳐 흐르고 우거진 산줄기로 둘러쌓인 기름진 땅. 함께 일하고 고루 나눠먹으며 누구나 풍족히 고기반찬에 밥을 먹을 수 있는 하늘아래 제일로 아름다운 땅. 끊임없이 솟구치는 찬우물처럼 끝없이 솟구치는 사랑을 지닌 사람들이 있는 땅. 나우누리 진보통신동호회 "찬우물"은 바로 여기에서 그 이름이 유래됐다.

"찬우물요? 진보를 생각하는 사람들의 모임이죠" 찬우물을 간단하게 설명해 달라는 기자 요청에 기다렸다는 듯 대답하는 찬우물 시삽 윤성훈씨."날카롭고 비판적인 시각으로 세상을 보자"는 뜻에서 차가운 우물로 해석되기도 한다는 그의 말을 종합해보면 찬우물은 세상의 잘못된 점을 꼬집어 더 나은 세상을 만드려는 사람들의 모임이다.

94년 "진보를 생각해 보자"며 마음 맞는 10여명의 사람들이 통신에서의 운동과 현실과의 연계성에 관해 고민하기 시작하면서 찬우물의 활동은 시작됐다.

불온 조직이라는 욕도 얻어먹고 게시물이나 회원 아이디가 삭제되는 일도 있지만 현실의 잘못된 상황들을 개선하기 위해 항의게시물 게재 등 온라인 시위를 벌이기도 한다.

그리고 통신 공간에서의 목소리가 탁상공론이 되지 않도록 "찬우물 깃발" 아래 집회에 참가하기도 한다는데. "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때는 다른 동호회랑 같이 자원봉사활동을 나갔거든요. 그것이 통신인들로 하여금 현실에서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걸 깨닫게 한 계기가 됐던것같아요"라고 말하는 그의 얼굴에서 뿌듯함이 발견된다.

그렇다면 진보를 고민하는 다른 진보통신 동호회와의 구별점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그는 찬우물의 개방성을 가장 큰 특징으로 꼽는다.

"이제 회원이 4천명에 다다르다보니 용접공에서 치과의사까지, 주부에서 학생까지 회원층이 굉장히 다양해요. 물론 백수도 많구요. 특히 회원들뿐 아니라 비회원들도 글을 올릴 수 있다는 점이 찬우물이 생겼던 당시엔 파격적이었죠"라는 그의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찬우물은 누구에게나 열린 공간이다.

또한 성폭력 학칙제정. 올해의 추천도서와 같은 이벤트 게시판이나 노동, 여성, 정보통신 등의 자료가 담겨진 자료실, 여행, 만화, 경제 하드코어 음악 등의 소모임과 같은 란들은 고민의 주제를 다양화시키기에 안성맞춤이다.

그럼에도 물구, 최근 찬우물 구석구석의 방들은 회원들로부터 소외받고 있다.

속보란이 지나치게 활성화된 탓. "나우누리에 접속하자마자 "go cw(찬우물) 15"를 치면 15번 속보란으로 곧장 갈 수 있는데 몰랐어요" 요즘에 많이들 그러는데..."라며 장난섞어 말하는 윤성훈씨의 얼굴에는 "찬우물=속보란"의 인식이 자리잡고 있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이 묻어난다.

속보란을 대신할 동호회는 있지만 찬우물을 대신할 동호회는 어디에도 없기에 찬우물 자체에 관심을 가져주길 바라는 게 시삽의 마음이다.

찬우물골의 수많은 계층의 사람들은 사회 어떤 분야의 무엇에 관해서든간에 진보를 고민하려 한다.

그리고 그들은 "현실에서 고통받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그 상황을 극복하는 대안"을 마련해보려 한다.

궁극적인 목표는 통신에서의 운동을 통해 현실에서의 "희망의 나라 찬우물골"을 건설하는 것이기에 찬우물 사람들은 오늘도 컴퓨터 앞에 앉는다.

윤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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