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 대한 희망은 현재에 대한 검토와 모색이 활발할 때 생겨나는 거죠. 그런데 지금은 현실에 대한 깊이있는 해석과 고민이 많이 부족한 것 같아요”라며 안타까워하는 김동운씨. 서울대 녹두거리에서 10년째‘그날이 오면’이란 인문사회과학서점을 운영하고 있는 그는 지난 겨울, 서점 윗층에 세미나 까페를 개업하면서도 이같은 고민이 담긴 이름을 짓고 싶었다고 한다.

“철학은 단순히 세계를 정리하는 데 그치지 말고 현실 사회를 해석하고 변화시킬 수 있는 무기여야 합니다”그 나름대로의 철학을 바탕으로 탄생한 까페 이름이 바로‘미네르바의 부엉이는 황혼이 깃들 무렵에야 나래를 편다(미네르바)’이다.

그 이름에 부끄럽지 않게 언제나 미네르바에는 세미나를 하는 학생들의 열띤 토론과 향기론운 차향기로 훈훈하다.

틈틈이 강좌나 공연을 열기도 하고, 지난 겨울방학에는 90년대 학생운동에 대해 고민해 보는 이야기 마당도 진행했다.

이러한 형재의 그가 가능할 수 있었던 이유는 80년대 대학시절이 결코 과거의 경험만으로 치부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도서관 건물에 줄을 묶고 매달려 학생들으 향해 소리지르던 것이 흔하던 때였죠”라며 교내에 상주해 있던 사복경찰들로부터 조금이라도 시간을 더 벌기 위해 애쓰다가 잠시 후엔 다 끌려가고 말았다고. 당시에 치열하게 고민하고 운동했던 마음가짐을 지금에도 잃지 않으려 노력하는 그이기에 하는 일도, 하고 싶은 일도 많다“운동권들이 흔히‘민중을 위해’라는 말을 쓰는데 그 민중이란 개념 속에 대개 자시은 제외시키고 있어요”라며 “운동이든 무엇이든 누구를 위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포함한 우리를 위해서 할때 가장 즐겁게 할 수 있는 것 아닐까요?”그래서 적자임에도 불구하고 학술서적의 저변을 넓히고자‘그날에서 책읽기’란 월간지를 발간하고, 미네르바를 학생들을 위한 공간으로 개방하는 이 모든일들이 학생들이나 사회를 위해서가 아닌 자신을 살찌울 수 있는 일이라고 말한다.

앞으로에 대한 그의 꿈도 거창(?)하다.

10년 후 쯤엔 서점, 세미나 까페와 더불어 건전하게 뒷풀이를 할 수 있는 술집과 사회 운동가들을 위한 사무실을 차리고 싶다고.“그 전에 이대 앞에 그날이 오면 분점이나 먼저 차릴까요?”라며 장난스레 말하는 그의 바램이 이뤄질 때면 대학사회에서 이색적인 공간으로 인식되고 있는 학술공간이 우리 안에서 당연하고 일반적인 공간으로 한 발 더 다가서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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