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2월24일(수) 정기대의원대회에서 대의원들의 만장일치로 노사정위원회(노사정위)를 탈퇴한 데 이어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도 3월 말까지 탈퇴를 유보하는 조건부 탈퇴를 대의원대회에서 결정했다.

이로써 경제위기 극복 방안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기 위해 마련됐던 노사정위가 1년만에 파경을 맞게 됐다.

이처럼 노동계의 잇따른 노사정위 탈퇴는 노사정위라는 협의체제에 대해 근원적 물음을 제기하게 한다.

이와 관련 본교 김수진 교수(정치외교학과)는 “정부는 구조조정에 있어 노동자들의 거센 반발을 최소화하기 위해 형식적으로 민주적 모양새를 갖춘 기구를 필요로 했고 그것이 바로 노사정위원회”라며 노사정위의 설립 배경을 성명한다.

따라서 애초부터 노는 노사정위 속에서 사의 이해를 관철시키기 위한 들러리로 전락할 수밖에 없었던 운명을 지니고 있었다.

그럼에도 노동계는 공세적 대응을 펼치지 못하고 노사정위에 질질 끌려다니며 98년 한 해를 보냈다.

이는 민주노총이 작년 현대자동차 투쟁과 만도기계를 바롯 각 단위사업장에 가해진 공권력 탄압에 맞서 별 대응을 하지 못했던 것에서 확인 가능하다.

이러한 노사정위라는 기구 자체가 지니는 한계는 차치하고서라도 그것이 법적 강제력이 없는 대통령 자문기관에 불과하다는 것은 노사정위에서 합의된 노동계의 요구사안들조차 제대로 이행되지 못하는 결과를 부추겼다고 볼 수 있다.

즉 정리해고나 근로자 파견법 등 사 측 요구사안들은 일주일도 안돼 처리됐음에 반해 실업자 초기업노조 가입 허용, 노사정위 법제화 등 노조측 요구사안들은 지금까지 일년이 지나도록 이행되지 않고 있다.

그나마 유일하게 통과된 전교조 합법화도 1년여의 시간이 지나서야 이뤄졌다는 점은 노사정위의 기만성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대목이다.

이와 관련 민주노총 부위원장 허영구씨는“사회적 합의란 반드시 지켜진다는 경험이 있을 때야만 비로소 합의로서의 가치를 지닐 수 있는 것”이라며 노사정위를 그 합의가 지켜질 수 있도록 법적 강제를 띠는 기구로 격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민주노총은 현재 노사정위의 격상, 구조조정·정리해고 중단, 노동시간 단축과 고용안정, 실업자를 위한 사회안정망 구축 등을 정부에 요구한 상태이며 만약 이것이 관철되지 않을 경우 총파업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한국노동이론정책연구소 편집기획실 실장 곽탁성씨는“파업에 참여하는 숫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몇만명이 참여하든 간에 그 의의와 목표가 전 사회적으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을 때 그것은 성공적인 총파업이 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므로 앞으로 노동계 과제는 노동자 현장의 목소리를 최대한 귀담아 들어 사회 전반적인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이라 할 수 있겠다.

마치 입맛에 맞는 음식만 골라먹듯, 정부가 사측에 유리한 합의사안들만 신속히 이행시킨 채 노동계에 대해서는 희생과 양보만을 거듭 요구한다면 사회적 합의는 우리 사회에 발붙이기 힘들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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