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의 유령이 대학가를 떠돌고 있다.

대사회적으로 몰아닥친 대량 실업의 바람은 대학가에서도 어김없이 불어닥쳤다.

늦은 밤까지 도서관을 지킬 수 밖에 없는 졸업 준비생과 인턴 사원 채용 설명회를 가득 메운 사람들의 모습은 더 이상 우리도 청년 실업의 문제에서 예외일 수 없다는 것을 극명하게 말해준다.

올해초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에 들어섰지만 일자리를 찾지 못한 신규청년 실업자는 18만명에 이른다고 한다.

96년 63.3%이었던 대졸자 취업률은 올해 들어 50.5% 이하로 급격히 떨어졌다.

사회보장제도가 전무한 우리의 상황에서 일자리를 구하지 못했다는 것은 사회적 파산자임을 선언하는 겪이다.

일할 ‘기회’자체가 주어지지 않는것이 98년 우리의 모습이다.

이러한 실업은 우선 경제불황으로 인한 일자리 감소와 그게 따른 고용 시자의 경직화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또한 현 정부가 내세우고 있는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론에서 주장하는 사회 유연성의 확대가 전반적인 고영시장의 유연화를 가져왔고 기업들 또한 더 이상의 고용을 거부하게 되면서 인력시장은 급격히 낼랭해 졌다.

또한 정부에서 ‘청년 실업자 구제 지원책’으로 교육연장제도·인턴사원제·공공근로 사업 등을 내놓았으나 가장 관심을 모은 인턴 사원제의 경우 대부분 길어야 6개월 정도의 기간에 최소의 임금을 받고 일을 함에도 정해진 기간이 지난 후 재용될 가능성은 거의 전무한 실정이다.

실업의 문제가 이러한 경제·사회 구조적인 문제에서 비롯됨에도 우리의 모습들은 어떠한가? 오직 나의 무능함만을 탓하며 바늘 구멍같은 취업의 문을 뚫기 위한 또다른 경쟁 전선으로 내몰리고 있진 않은가? 실업의 문제는 결코 개인의 무능함 탓이 아닌 사회 구조적인 문제이다.

사회 구조적인 문제의 해결은 개개인의 능력 개발로는 불가능하다.

문제의 해결을 위해 국가가 나서야 하고 그것이 아닌 구조 개혁적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끝없이 견제하는 몫을 우리가 담당해야 할 것이다.

노동권은 우리의 권리다.

일자리를 요구하는 것은 구차하거나 비굴한 것이 아닌 우리의 권리를 요구하는 당당한 모습의 다름아니다.

가슴속에서 머물러 있는 분노를 끌어내 함께 연대해 나가야만 우리의 문제는 해결될 수 있다.

지금이야말로 한사람의 열걸음보다 열사람의 한걸음이 중요한 때임에 틀림없다.

저작권자 © 이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