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배가 나와 작아진 옷을 억지로 입고 등교하다가 지퍼가 열려 망신을 당한 이의정. 살을 빼기로 굳게 마음 먹지만 실패, 기절 소동까지 벌였었다.

이때 낙담한 이의정에게 애인 송승헌은 "넌 어떻게 해도 이뻐"라고 말하며 오늘의 이야기는 끝난다.

드라마 남자셋여자셋 "뱃살과의 전쟁"편 중 살찐 여성에 대한 혐오문화가 뿌리깊은 사회, 그러나 이해심 많은, 아량 넓은 애인만 있다면 여성은 "몸과 다이어트"라는 이슈에서 해방될 수 있다.

그것이 갖는 사회정치적 갈등은 간단히 은폐된 채 "보호받는 행복한 여성"으로 말이다.

하지만 이러한 행복한 여성(?)이기를 무참하게 저버리는 사람들이 있다.

지난 19일(목) 발족한 21세기 여성, 미디어 운동센터 부장 김이윤상씨(대학원 여성학과, 97년졸)가 바로 그들중 한명이다.

비틀린 "성"을 바로잡고자 뛰어든 그녀는 특히 가치관이 확립되지 않은 청소년들이 대중매체의 왜곡된 성의식에 그대로 노출돼 있음을 걱정한다.

어느날 밤, 그녀는 인기 라디오프로를 듣다 깜짝 놀랄 일이 있었단다.

진행자가 "여자는 남자보다 약하니까 남자는 여자를 따뜻하게 대해줘야 하며 여자는 그런 보호를 받으면 남자를 존경해줄 줄 알아야 한다"라고 말했다는데. "이러한 말은 청소년들이 추종하는 스타의 입을 통해 재구성, 전달된다는 점에서 전통적 여성성 및 남성성의 재생산과 그 파급효과에 있어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죠"라며 청소년 시기의 가치관이 성인에 이르기까지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강조한다.

또한 그녀는 대중매체가 이같은 여성성, 남성성의 이분법적 구도뿐만 아니라 정상, 비정상의 이분법적 구도 또한 조장하고 있다고. 이는 기존의 정상 범주를 강화함으로써 정상범주에 속하지 못하는 다양한 사람들을 억압, 소외시키는 결과를 낳는다는 것이다.

"텔레비전 드라마나 쇼 등을 보면 결혼하지 못한(?)여자는 거의 대부분 비정상으로 몰아가지 않나요? 이들은 "희화적 비하"를 통해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선사하는 대상이 될 망정 결코 이상적 모델이 될 순 없죠" 라고 그녀는 강조한다.

구위전문직 여성일수록 더욱더 결혼하고 싶어 안달이 난 형태로 그려진다는 점에서 결국 미디어는 "똑똑한 여자는 남자들이 피곤해한다"는 식의 편견을 더욱더 부추기고 있는 것이다.

"미디어는 기존의 왜곡된 성의식을 반영하고 다시 그것을 확대 재생산시킴으로써 편견의 고착화에 기여하고 있죠" 라며 미디어의 홍수에 떠밀려 다니는 수동적 수용자가 아닌 적극적 사용자가 되길 당부하는 그녀. 미디어 산업의 끝없는 자원이 되고 있는 "성"이 더이상 왜곡되지 않도록 미디어를 감시, 비판하는 활동은 그녀만의 몫은 아닐 것이다.

방관과 무관심은 여성을 더욱더 미디어에 속박시킬 뿐이다.

진정 자신을 옭아매는 굴레로부터 자유롭고자 한다면 오늘부터라도 여성을, 여성의 삶을 왜곡하는 미디어를 하나하나 곱씹어 보자. 언제까지 미디어가 만들어낸 "틀"안에 갇혀 자신의 모습이 왜곡당하는 것을 내버려 둘 것인가? 이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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