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금) 오후3시 구로구민회관 대강당에서 열린 민주노총 제13차 대의원대회. 하지만 그 시작부터 순조롭지는 않았다.

정족수 부족으로 사업보고를 먼저 진행하는 등 이날 대회는 1시간이 지나서야 구속·수배 17명을 제외한 제적인원 385명 중 193명이 참석해 비로소 개회선언을 할 수 있었던 것이다.

“ IMF 이후 민주노총 조합원수가 대략 4만명이나 감소했다”로 말문을 연 민주노총 위원장 이갑용씨의 대회사는 정리해고의 만연화를 시사하는 대목이다.

이런 자리를 오랜만에 가진 탓이었을까? 지난 노동절 관련 구속·수배문제 미해결 이유에서부터 국정감사 투쟁과 민중대회 평가에 이르기까지 대의원들의 질문은 줄기차게 이어졌다.

한 대의원들은 감정이 격해진 듯“애초부터 노사정위원회에 들어간 것이 잘못”이라며“우리가 거기서 얻은 게 뭐가 있냐”며 더이상 질질 끌려다니지는 말자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중앙집행부와 대의원들간의 공방은 첫 토론안건으로 상정된‘당면투쟁방안’을 논의하면서 점차 가속화됐다.

이윽고 ‘재벌총수 퇴진과 총수재산환수에 대한 특별법 제정, 노동시간 단축관련 법률 제·개정 전교조 합법화를 위한 노동관계특별법 제정’에 관한 조합원총투표 실시여부를 둘러싼 대립의 기운이 대회장 곳곳을 파고든다.

자유발언의 기회를 얻은 전국공익·사회서비스노동조합연맹 소속의 한 대의원은“민주노총이‘해고는 이제 그만’이라고 선언하지 않는 이상 더이상 현잔노동자들에게 희망은 없다”면서“일회성 행사에 불과한 총투표는 현장노동자들의 울분을 오히려 가중시킬 뿐이다”라며 조합원 총투표 반대를 표명했다.

그러자 대의원들이 하나 둘씩 마이크 앞에 서서 목청을 높였다.

“지도부는 국회 앞에서 삭발·단식농성을 벌일 생각은 왜 못하는냐? 민중대회에 모인 민중들의 기운을 지도부는 감지하지 못했느냐?”며 서명운동, 총투표 등 최근 민주노총이 상정하고 있는 투쟁들의 방향성 전환을 촉구하고 나선 것이다.

정리해고로 인한 생존권 위기에 직면한 현장노동자와 이들의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는 지도부, 그 둘 사이에 존재하는 벽은 오늘 이자리에서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도부에 대한 문제제기가 속출하고 논의안건이 남아있음에도 불구, 이날 37명의 대의원들은 휴회시간에 대회장을 뜨고 말았다.

이에 대회는 정족수 미달로 19일(목) 재개최만을 약속하고 막을 내렸다.

대회가 채 끝나기도 전에 등을 돌렸던 대의원들 그리고 대회무산을 바라보던 지도부, 그들 각각은 민주노총의 장래를 어떻게 그려나가고 있을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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