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정위원회 참여, 3번에 걸친 총파업 철회, 현대자동차 정리해고 최소투쟁, 만도기계 사업장 공권력 투입 관련 미온적 대처, 98년 상반기 동안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걸어온 길이다.

하지만 여전히 정리해고 철폐투쟁 보다는 재벌·정치개혁에 힘쓰는 등 현 지도부가 투쟁을 방기하고 있다는 비판이 가속화되고 있는 가운데 민주노총을 비롯한 범국민운동본부는 기존의 전국노동자대회를 ’98 민중대회(민중대회)로 격상, 8일(일) 오후1시 여의도 한강둔치에서 개최했다.

10년 역사를 지닌 전국노동자대회는 그동안 전태일열사 정신을 계승, 노동자의 권리를 쟁취하기 위한 전국 노동자들의 축제의 장으로 자리매김해 왔으나 올해엔 노동자를 비롯 농민, 빈민, 학생들이 참가하는 민중대회로 치뤘다.

이는 노동자 뿐만 아니라 IMF로 인해 생존권 위기에 처한 각계 민중들의 개별적 불만을 하나로 결집시키려 했다는 점에서 그 의의를 찾을 수 있다.

이에 대해 민주노총 조직강화위원장 이성도씨는“‘고통분담’이란 이데올로기 공세 속에 경제파탄의 주범이 은폐된 채 민중들 각각의 고통으로 전가되고 있다”라며“이러한 때에 전 민중은 커다란 연대 전선을 구축해 공동으로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러한 의의에도 불구, 일부에서는 민중대회가 그 취지를 제대로 살리기 보다는 하나의‘이벤트’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일고 있다.

이와 관련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해고자복직 투쟁 특별위원회(전해투) 연대사업국장 이선인씨는“민중대회가 노동계급의 원칙적 이해 대변이 아닌 단순히 사회 단체들이 두루 모인 대규모 의례적 행사로 전락해선 안된다”라며“민중연대 고리 또한 한두번의 단발성 행사가 아닌 현실 속 실천 투쟁 속에서만이 형성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게다가 이번 민중대회는 하반기 투쟁의 결의를 다지는 자리여야 함에도 불구, 민주노총은 민중대회 이후 뚜렷한 투쟁 계획조차 내세우지 못하고 있다.

단위사업장에서는 정리해고에 맞선 생존권사수 투쟁이 절박함에도 불구, 현재 민주노총 지도부에서는 정리해고 철폐는 이미‘물건너 간것’으로 여기며 재벌·정치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지배적이다.

이는 현장노동자들과의 요구와는 전면배치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한편 일각에서는 이번 민중대회가 그 성과 여부에 따라 민주노총의 내년 중앙 지도부 선출에까지 영향을 끼칠수 있을 것이라는 예측이 제기되고 있다.

전국학생특별위원회 위원장 최승현군(서강대 전산·4)은“이번 민중대회는 민주노총 조합원들의 불만이 보다 표면화 될 수 있는 계기”라며“민중대회가 새로운 운동 주체를 형성시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동안 50만 조합원의 투쟁결의를 끌어안지 못한 채 표류했던 민주노총은 위기이자 위기극복의 돌파구라는 갈림길에 이제 놓여 있다.

만약 향후에도 민주노총이 생존권 위기에 직면한 현장 조합원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읽어내지 못한다면 이들이 느끼는 불신의 골은 더욱더 깊어질 것이다.

10여년 민주노조운동이 땀흘려 맺은 참열매, 민주노총이 진정한 노동자·민중의 이해를 대변하는 조직으로 거듭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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