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원하는건 토익점수·자격증·군역필만은 아니었다.

(필요에 따라 썼다 버릴 수 있는 ‘잉여인간’, 잠재노동력이기도 했던 것이다) 어느 새 나는 수백만 ‘잉여인간’중 숫자를 더해가고 잇을 뿐이었다」 -문화제 ‘고함’중, 한 청년실업의 삶을 다룬 영상물 ‘3천원짜리 인생’에서- 취업준비를 위한 고학년 뿐 아니라 1·2학년생까지 학점관리를 ㅜ이해 가득 메워 ‘생존경쟁 의 장’으로 전락한 도서관. 하지만 이것조차 미래의 일자리를 보장해주기에는 역부족일 것 같다.

실업이 대학사회의 현실로 다가오는 이 때, “아이엠에프의 전망을 딛고 한국의 백수들이여 단결하라!’98가을문화제 ‘고함’이 23일(수) 연세대에서 열렸다.

“‘백수’라는 단어를 들으면 거부감부터 듭니다.

하지만 그게 우리의 현실이라면 거기에서부터 시작하고 싶어요. ‘백수’라는 말에 짜증을 느끼는 것이 나뿐만이 아니구나’라는 동질감, 그리고 함께 소리치는 겁니다.

”반집회형식을 탈피, 청년실업문제를 잔잔하게 풀고 싶었다는 이번 문화제 집행위원장 유인찬군. 그렇다면 그들은 왜 이토론 ‘백조’·‘백수’란 말에 웃어 넘기지 못하는가? 결코 ‘나’와 동떨어져 생각할 수 없는 문제, 이것이 현실이기 때문은 아닐까. 올해 말 대졸 미취업자 20만을 포함, 40만명으로 추산되는 청년실업자. 하지만 신입사원 채용의사를 밝힌 기업은 700개 중 단 19개에 6천명선에 불과하다고 그는 설명한다.

그렇다고 ‘젊은 백수’들이 실업자대접(?)을 제대로 받는 것도 결코 아니다.

정부의 실업률 통계대상에도 포함되지 못해 실업수당과 같은 쥐꼬리만한 복지혜택에서도 철저히 배제된다.

“차라리 침묵하고 잠들바에는 소리라도 치고 꿈이라도 꿔 봐야죠”라며 그는 ‘청년실업자운동’을 주장한다.

하지만 기존 노동자들조차 잘려나가는 상황에서 청년실업자의 ‘일자리’가 얼마만큼 사회적 설득력이 있을지 모르겠다는 걱정어린 목소리 또한 들리는데. “정리해고 철폐가 노동의 기쁨을 느껴볼 기회조차 차단된 청년실업자들에게는 그리 가깝게 들리지 않을 수 잇는 것과 마찬가지일 겁니다.

”하지만 실업을 야기시키는 기반들은 일맥상통한다고 그는 말한다.

“중요한 것은 각자의 위치에서 얼마나 자신들의 얘기를 주체적으로 풀어내는냐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는 공도으이 목표를 향해 연대해나가는 거죠” “우리는 결코 일자리를 구걸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유군. 우리에게는 일할 권리가, 사랑할 권리가, 그리고 인간으로서 세상의 모든 행복을 함께할 권리가 있기 때문이란다.

삶의 의미를 진지하게 찾을 시간을 가지기 보다는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한 경쟁만을 강요했던 ‘그들’, 하지만 작금의 현실은 ‘그들’이 제시했던 길을 나름대로 충실히 살아간 젊은이들에게조차 심한 패배감을 안겨주고 있진 않은지. 유인찬구의 말처럼 이제는 함께 외쳐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아이 원트 잡”이 아닌 “아이 인시스트 잡”을. ‘그들’에게 무시당한 우리의 권리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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