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의 응집된 에너지를 바탕으로 해야

최근 50년만의 정권교체로 한국의 민주주의가 이행된 단계를 지나 공고화의 단계로 접어 들었다는 논의들을 자주 접하게 된다.

그렇지만 정작 현실은 절차적 수준 민주주의가 진척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자유가 온전히 보장되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하나의 예로 진보정장의 존재 자체가 구조적으로 불온시되고 있는 현상황은 이를 극명하게 대변해준다.

이미 알고 있듯이 그동안 한국정치는 자본과 기득권을 지닌 세력의 이해를 중심적으로 대변하는 보수정당 일색의 구조에 의해 규정되어 왔다.

따라서 노동자, 농민을 포함하는 민중들의 사회경제적 이해는 이들 정당들의 관심 밖에 있었다.

반면, 민중들의 이해를 대변하고자 하는 원회 진보운동세력들의 정치세력화 시도는 냉전논리에 의해 단절되고 파편화되었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할 때, 사회적 차별과 정치적 억압, 자본운동의 결과 발생하는 실업자 등 ‘열패자들’의 이해를 대변하고자 하는 진보정당의 건설은 지금까지 유지된 보수독점의 정치구조와 독점재벌 중심의 파행적 경제구조를 민주적으로 변화시키기 위한 시도라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진보정당은 단지 노동자계급의 이해만을 편협하게 대변하는 데 목적을 두지 않는다.

지난 시기 자본의 무차별적 이윤추구활동은 생산현장에서의 갈등은 물론 생태계 파괴 등 환경문제, 여성의 상품화 및 성차별 문제 등을 조장하거나 그 문제들에 임시방편적으로 대응하였다.

따라서 민주주의의 확대 및 심화를 자신의 주임무로 삼는 진보운동세력은 이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형식과 내용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이를 위해 진보운동세력이 무엇보다 고민해야 할 문제는 자본에 의해 유포된 생산력주의를 제어하는 것이다.

즉 생산력을 무한정 발전시킴으로써 번영된 미래가 지속될 수 있을 것이라는 환상을 유포시키는 지배 이데올로기와의 대결이 그것이다.

물론 이러한 대결은 물질화된 사회관계를 인간적 사회관계로 전환시키고 그 위에서 지금까지 발전시킨 생산력을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것을 지향한다.

이러한 목표는 진보정당건설과 관련, 향후 정당건설이 소수 엘리트들에 의해 독점될 수 없음을 뜻한다.

이와 달리 진보정당의 건설은 위에서 제기된 사안들의 일반성을 감안할 때, 민중의 응집된 에너지를 바탕으로 건설되어야 한다.

이러한 점에서 80년대 공개적 독제체제 아래에서 지식인 출신 운동가들에 의해 모색되었던 ‘비밀결사주의’경로와는 상이하다.

그렇지만 직접적인 일상적 이해에 매우 민감한 민중의 요구를 무조건 추종해서도 안된다는 점에서 이 과정은 민중의 삶 가운데서 실천적인 활동을 통해 그들을 설득하고 그것을 통해 진보운동세력의 지적, 도덕적 헤게모니를 확장시키는 과정이어야 한다.

이러한 경로를 밟을 진보정당의 건설은 그동안 배제되어 왔던 민중들의 이해를 제도적으로 대변한다는 차원에서 볼때, 한국의 정당구조를 민주적인 정치구조로 전환시키는 보편적 의의를 지닌다.

그것은 보수독점의 정치적 구조에 의해 민주적이고 진보적인 또다른 선택 그 자체를 봉쇄당해 왔던 민중이 자각된 정치의 주체로 서는 과정이다.

이 점에서 진보정당의 결성은 그동안 민중으로부터 자립화된 한국정치를 ‘지배받는 자와 지배하는 자가 동일하다’는 민주주의 원칙에 더욱 근접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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