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입구에 즐비해 잇는, 그리고 학교 정문 앞을 가로막고 있는 시꺼먼 전투복들의 행렬. 집회가 자주 열리는 대학가 앞에선 흔히 볼 수 잇는 광경이다.

그와 함께 자연스러움(?)이 배어나는 건 지하철 입구 계단을 오르는 순간, 지갑 속 학생증을 꺼내드는 우리드르이 자화상이다.

“공권력 앞에선 괜스레 어깨가 움츠려들어서, 혹은 싸우는 게 귀찮아 불심검문에 순순히 응하고 마는 것이 우리들 대부분이죠”라며 안타까워하는 서울대 법대인권동아리 ‘사람세상’대표 김정만군(법학·2) “집회가 열리는 곳이면 으레 경찰들이 둘러싸 학생증을 보여달라, 심지어는 다른 길로 돌아가라며 큰소릴 치는 걸 자주 봤어요”라며 “더구나 대학생이라는 이유만으로 경찰서로 끌려가 어느 순간 범죄자로 돌변하는 사례도 허다하죠. 나완 상관없는 일이라 그 누가 자신있게 얘기할 수 있을까요?”라고 ‘불심검문’의 희생양은 정해져 있지 않음을 강조한다.

그러므로 자신의 소속과 성명, 검문의 이유와 목적을 말하지 않고 행해지는 불법적 검문엔 애초부터 응하지 않는 것이 상책이라고. 최근엔 예상치 못했던 불심검문의 성격변화(?), 즉 ‘실례합니다’라며 다가오는 친절한 경찰에 어쩔줄 몰라하는 학생들이 늘어나 이에 대해서도 한만디 놓치지 않는다.

“법조항을 외워 불심검문에 곧잘 항의하던 친구들이 친절검문엔 어떻게 해야 되는 거냐고 묻더라구요”라며 “경찰이 친절하게 검문한다고 그게 적법한 거라고 볼 수는 없죠. 친절해야 하는건 경찰의 당연한 의무 아닌가요?”라고 반문한다.

서울대 정문 앞에서 불심검문이 벌어질 때면 달려나간다는 그. “전경들 앞에서 등교하는 학생들을 항해 ‘여러분, 불심검문에 응할 의무는 없습니다’라고 소리치지 학생증을 꺼내려 망설이던 학생들이 경찰들 앞을 그냥 지나쳐가더라구요”라며 보람 느낀 순간을 떠올리지만 한편으론 “제가 달려나가기 이전에 그 자리에 있는 학새생들이 각자 주체적 대응을 할 수 있었더라면 싶기도 해요”라고 이쉬움을 표한다.

운동은 거창한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일상으로부터의 작은 문제제기 그리고 그것에 대한 저항이 바로 운동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

자신을 억누르고 있는 부당함에 대해 침묵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이미 운동은 시작되는 것이 아닐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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