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선본 움직임 미약·모호한 시행세칙으로 정책·공약 차별성 부족

투표마감시간인 오후 7시, 투표율 52.5%…다행히 이번에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중선관위) 구성원들이 기숙사나 도서관까지 유권자들을 찾아나서는 사태까지는 가지 않았다.

그러나 각 대학의 투표율부족·작년 선거의 투표 연기로 잔뜩 긴장한 중선관위들은 아침부터 이화광장에서 ‘소중한 한표’를 외쳐야 했다.

중선관위장 고미진양(경영 4)은 “이번 선거는 유례없는 4파전이었음에도 불구, 학생회를 다같이 준비해 나간다는 의미를 살리지 못해 전반적 선거침체분위기를 면치 못했다”고 평가한다.

고질적인 학우들의 무관심, 운동원들만의 과열선거…해마다 이러한 선거가 반복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번 선거가 전반적으로 침체된 이유 중 주요하게 각 선거운동본부(선본)의 정책·공약이 뚜렷이 구분되지 않은 점을 들 수 있다.

이에 대해 ‘주류질서의 전복자’ 선본장 정지윤양(특교·4)은 “각 선본의 정책을 비교할 수 있는 기회가 혀용되지 않아 차별성을 드러내기 어려웠다”며 선거 시행세칙 개정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즉, ‘나는 A다’‘나는 B다’등의 자기얘기만 하는 것은 모호할 수 있고 ‘나는 이러이러하기 때문에 A와 틀리다’는 명확한 비교기준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얼터너티브 이화’선본장 변주연양(국문·4) 또한 “공약 자체는 학생회 1년 사업과 정세의 흐름상 비슷할 수 있다 해도 그 공약이 나온 배경과 그 사안에 대한 관점, 풀어나가려는 방법 등을 평가 받는 선거가 돼야 할 것”이라고 밝힌다.

그러나 이번 선거 시행세칙은 작년에 아예 상대방 선본에 대한 언급 자체를 비방이라 보았던 ‘뻣뻣한’시행세칙에 비해 누그러지기는 했으나 ‘타 선본의 핵심 문구, 모토 등을 언급할 수 없다’는 부제를 달고 나와 우회적 표현만을 가능하게 했다.

결국 이는 ‘비방’과 ‘비판’의 기준이 모호해지는 또다른 혼란을 낳아 중선관위를 각 선본에서 들어오는 수많은 문제제기를 해석, 처벌해주는 단위로 전락시킬 수 밖에 없었다.

이러한 제재조치를 남겨주는 이유는 선거판이 너무 과열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지만 선거판 과열, 상호비방은 켤코 상대방에 대한 직접적·공개적인 정책평가 때문이 아니다.

오히려 정책평가 과열은 치열할 수 록 좋다.

그러므로 앞으로는 타 후보에 대한 인격적 비방 규제, 전체 선거 활성화를 위한 홍보 등 최소한의 역할만이 중선관위의 할 일이 되어야 할 것이다.

한편 각 선본에서는 이번 바뀐 시행세칙을 그나마 활용, 타 선본과 자신의 차별성을 드러내려 하는 움직임조차 미약했다.

이를 볼때 후보들의 정책비교 의지가 얼마나 있었는지도 평가받아야 할 것이다.

물론 자신의 정책과 공약을 알려내는 데 주력하는 것 또한 하나의 선거전략이겠지만 타 선본에 대한 비교 없이는 또 하나의 이미지선거에 그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책대결로 승부를 내려는 선본들의 의지와 좀 더 변화된 공청회 형식이 필요할 것이다.

또한 공청회에서도 타 선본들끼리 질문하는 시간이 허용되어 자유롭게 자신의 정책을 평가받고 평가할 수 있게 해야 할 것이며 특히 후보들끼리의 정책토론회는 각 선본 내의 교류 면에서도 꼭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앞에서 말한 이러한 이유들을 포괄하는 선거분위기 침체의 가장 본질적인 이유는 학생들의 학생회에 대한 냉소적인 시각 때문이다.

이는 전반적인 개인주의·학생회의 매년 되풀이되는 사업·공약남발 등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겠다.

이에 대해 법정대 학생회장 김현정양(정외·4)은 “학생들이 지지한 정책이기 때문에 마음대로 해도 된다는 사고를 가지고 자신의 정책들을 관철시키려는 태도가 학생회 외면의 주된 이유”라고 지적한다.

이에 올해 선거에서 ‘운동권의 시대는 갔다’며 관성화된 학생회에 문제제기를 한, 소위 ‘비권’이라 불리우는 ‘새벽이슬’선본이 많은 호응을 받으면서 학생회의 활동방식에 대한 고민의 계기를 던지기도 했다.

어떻게 다가가느냐, 대중의 이해를 어떻게 수렴하느냐에 대한 심도깊은 고민이 부족했다는 평가는 예전부터 있어왔다.

이에 이번 선거에서는 대부분의 선본들이 이화의 이미지 등을 들고 나오면서 좀 더 가깝게 이화인들의 삶으로 다가가려는 시도를 했지만 오히려 이번 선거는 5.18, 비자금 문제 등 정세적인 사안에 있어 둔감했다.

중선관위에서는 5.18투쟁을 위한 공동 투쟁본부를 꾸릴 것을 선본에 제안하였으나 실행되지 못했고, 각 선본에서는 시행세칙상에서 보장된 휴웃길 정세자보마저도 활용하지 못했다.

이화에 매몰된 선거, 그 자체이다.

학우들의 사회에 대한 무관심을 끊어내지 못하고 학생회가 그 고리에 묶여 끌려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중선관위의 홍보미흡, 시행세칙으로 인한 쟁점의 부재와 각 선본의 의지 부족…이것이 올해 쟁점있는 선거, 활발한 선거를 가로막는 요인이었다.

그러나 채플유세, 강의실 유세 때 호소하는 후보들을 뒤로 한 채 우르르 빠져나가고 ‘후보를 한 팀도 보지 못했다’면서 불평하는 모습들에서 활발한 정책토론의 가능성은 보이지 않는다.

이제 그 ‘불신’이라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한 발짝 더 서로 다가가려는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4일(월) 오후5시 학생관 로비에서 공개 선거평가가 진행된다.

이번 선거의 전체적인 평가와 함께 당선되지 않은 팀의 공약과 정책까지도 분석해보고 토론하는 자리로 마련되는 것이다.

이번 선거에서 제기된 여러가지 오류들, 소중한 경험들을 바탕으로 정책들을 평가받으며 좀더 이화인에게 가깝게 다가가는 28대 학생회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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