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물문제와 자본주의
이러한 가뭄의 영향으로 부산, 경남, 전남지역 상수원의 수질이 악화되고 있다.
정부는 이에 대한 가뭄대책으로 단기적으로는 암반관정과 집수정, 광역상수도망을 확충하고, 장기적으로는 2001년 까지는 댐 9개를 건설하여 물부족 무제를 해결해 보겠다고 한다.
하지만 이러한 대책은 물의 흐름을 막고, 지하수를 과다 사용하게 되어 물을 고갈시키게 될 뿐 아니라. 무분별한 개발로 인한 생태계의 교란과 파괴로 나타나게 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이에 환경단체들은 소형저수지 건설과 우수관리시스템 도입 촉구 등 체계적인 물관리대책을 제시하며 무조건적인 댐건설을 반대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가뭄은 미리 존재하고 있는 수질오염을 약화시키는 역할을 할 뿐,문제의 핵심은 아니다.
환경부가 발간한 자료(환경백서,1995)에 따르면 94년 전국 1백95개 하천구간 중 환경기준이 달성된 구간은 겨우 13.8%인 27개 구간으로 나타났다.
93년의 22%보다 수치가 크게 떨어지게 된 이유를 환경부는 94년도의 유례없는 가뭄으로 들고 있지만,실제로 3/4이상의 물이 이미 환경기준치에도 미치지 못할 정도로 오염되어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한편 94년말 전국의 하수처리능력은 40%에 머물러 60%의 물이 아무런 처리 없이 강과 바다로 흘러들어갔다.
또한 산업폐수와 축산폐수에 대한 종말 처리도 매우 미미한 수준으로 공공처리시설의 부족이 수질오염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가 되고 있다.
그렇다면 무엇이 우리의 수질을 이 지경으로 만들었는지 알아 볼 필요가 있다.
정부에서 발표하는 대부분의 자료는 총량기준으로 ‘생활하수가 수질오염의 주범’이라는 논리가 주를 이루고 있다.
개미가 숫자가 많으니 지구의 주인이라는 식의 황당한 논리이다.
단순발생량 및 생물학적 산소요구량(BOD) 기준에 의한 오염부하량 산정으로 생활하수가 수질오염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무거운 것으로 나타나고 있지만, 실제로는 환경에의 위해도 및 건강에 대한 위험이 큰 특정유해물질 및 중금속과 합성화학물질을 다량 함유하고 있는 산업폐수가 주된 요인이 되고 있다.
수질관리는 수질오염이 될 가능성이 있는 모든 오염물질의 생산·유통·저장·처리 및 최종처분 등 모든 단계의 관리와 직접 관련되어 있다.
따라서 수질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환경문제 해결에 있어서 가장 기본적인 ‘오염자 부담의 원칙’을 통해 수질오염의 주범인 오염기업이 물의 질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총선이 가까워지면서 영남지역에서는 기이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집권여당의 선심공약이 남발한 것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신한국당의 대구-경북출신 출마자들은 한결같이 위천공단조성 반대를 이야기하고 있다.
문제의 핵심은‘지역경제 회복’과‘수질오염개선’으로 요약된다.
대구시는 침체된 지역경제의 회복과 활성화를 명분으로 위천공단조성을 강력하게 추진하고자 하는 반면, 부산시와 경상남도는 낙동강 수질악화와 이에 따른 환경피해를 이유로 공단조성을 적극적으로 반대하고 있다.
대구시 염색공단 주변의 하천은 코를 마비시킬 정도의 악취와 물감을 풀어놓은 듯한 색깔로 더이상‘물’의 구실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물을 부산과 경남지역의 주민들은 마셔왔고,따라서 매년 물파동을 겪어 왔다.
산업폐수로 더럽혀진 물을 세계화를 이야기하고, 국민소득1만불을 소리치는 동안에 말이다.
위천공단 조성이 무조건 반대될 수는 없지만, 부산·경남지역의 국민들이 안심하며 마시고 쓸 수 있을 정도로 낙동강 수질이 개선되는 것이 선차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당연한 순서가 되어야 한다.
환경문제가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위기상황으로 치달은 것은 그다지 오래된 아야기가 아니다.
환경문제는 이전부터 있어 온 것이 사실이지만 자본주의라는 체제가 이런 위기상황을 만든 것은 부정하기 어려운 사실이다.
자본주의는 수질문제를 비롯한 현재의 환경위기를 극복할 수 없는 구조로 되어 있다.
자본의 논리는 화폐가 화폐를 낳는 것이다.
화폐는 인간과 자연에 대해 무자비한 존재이다.
환경파괴로 인한 생태계의 위기는 인간이 자연에 대해 가혹한 착취를 한 결과물이다.
따라서 환경문제가 극복되기 위해서는 더욱 인간적인 사회가 되어야 한다.
생산활동에 있어서의 소유구조와 경영에 대한 참여권이 더욱 생산자에게 확장된 사회,따라서 화폐가 아닌 인간의 논리·자연의 논리·생명의 논리가 좌우하는‘자본주의 이후’사회가 되어야 인류에게 닥친 최대의 시련인 환경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를 풀 수 있을 것이다.
이대학보
hakbo@ewha.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