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문화의 형성과 창출을 위한 환경으로는 1차적으로는 학문연구와 교육의 장인 대학 캠퍼스의 생활환경이 있고 2차적으로는 대학 밖의 주변환경과 지역주민의 생활관념에서 비롯될 수 있을 것이다.

대학의 주변 지역은 시민생활과 대학인 생활의 교착지로서 캠퍼스의 보완기능을 수행하고 있으며 대학문화가 사회로 파급되는 시착점이라고 볼 수 있다.

대략 주변지역에 어떠한 공공시설과 문화공간이 설치되어 있는가, 그리고 어떻게 주변 공간이 이용되고 있는가에 따라서 건전한 대학문화 환경이 형성될 수 있는지의 여부가 결정된다.

오늘날의 우리대학 주변을 보면 상업주의에 치우친 개발의 결과로 바람직한 대학문화 환경이라고 보기 어려운 실정이다.

대학 밀집지역인 신촌에 비교육적인 환경이 침투하게 된 이유는 여러 측면에서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우선 신촌의 대도시 부심기능이 확대되면서 어느 정도는 불가피한 상업화와 고밀도 개발의 영향이 학교 앞까지 밀려온 것이며 일반 시민들의 서비스 산업에 대한 수요 증가가 상업화를 한층 촉진시켰다.

또한 캠퍼스 내에 기숙사, 식당, 생활용품 제공, 만남과 대화의 장소 등의 기능이 부족한 탓으로 대학인들이 캠퍼스 밖에서 이러한 시설에 대한 수요를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므로 캠퍼스 주변은 대학인의 소비지역으로 인식되었다.

동시에 대학촌다운 개발을 유도하는데 있어서의 제도적 미비점과 교통혼잡, 불법영업, 무질서한 공간 이용에 대한 행정적 방치로 인하여 건전한 대학환경이 보장되 지 못하였다.

대학측에서도 그동안 캠퍼스 내의 시설개발과 공간이용 관리업무만 수행하였고 캠퍼스 주변의 개발문제에 대해서는 깊은 관심이나 영향력 행사를 위한 노력을 충분히 가하지 못하였던 것이다.

그 외에도 학생들의 캠퍼스 주변에 대학문화가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하게 된 직접 또는 간접적인 원인으로 작용하는 것은 많다.

다행히도 최근에는 우리 학생, 교수 및 대학 행정부가 대학주변의 개발에 상당한 관심을 보이고 있고, 더이상 교육환경을 해치는 개발을 방지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화인이 캠퍼스 주변의 개발문제에 관심을 갖고 영향력을 행사하고자 하는 노력은 장벽같은 럭키아파트와 교통혼잡과 상업문화를 한층 고도화시키는 럭키프라자가 이미 세워진 후라서 늦은 감은 있지만 앞으로의 개발 형태가 대학문화 환경조성에 어긋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인 것이다.

또한 한 지역의 「주민」이란 그 곳에 주거지를 가진 사람들만 포함하는 것이 아니라 그 곳에 사업소재지를 가진 법인도 호함하므로 이화여대가 주변 지역 개발과정에 참여하는 것은 주민 참여의 의미를 가지게 된다.

지금 우리는 신촌역의 민자역사개발로 철로가 복개되어 또 하나의 커다란 위기에 당면하고 있다.

복개된 부지위에 쇼핑센터를 건설한다는 것은 주변지역의 성격이나 이 지역이 앞으로 필요로 하는 시설들과 완전히 역행하는 것이다.

현재 이대주변은 대학촌에 걸맞지 않은 상업주의의 팽배뿐만 아니라 심각한 교통혼잡과 소음, 무질서한 공간이용, 과다하게 밀집된 건축물, 도로정비와 경관질서의 결핍 등의 문제를 안고 있다.

이러한 문제들은 대학인, 상인, 주민이 모두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다.

따라서 철도를 복개하여 쇼핑센터를 건설하면 이러한 문제를 상당히 악화시킬 것이며 대학뿐만 아니라 이 지역의 상인, 주민 모두의 의견을 무시하는 개발방식인 것이다.

철로를 복개한 부지에 쇼핑센터를 계획하는 것은 그야말로 비합리적이고, 비민주적인 개발방식이며 그 어느 측면에서 고려해 보아도 타당하지 못한 계획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쇼핑센터라는 말이 나온 것은 바로 신촌역이 민자역사로 개발되기 때문이다.

최근에 사회간접자본 확충이나 공공시설을 제공하는 데 있어서 정부의 재정난과 비효율성을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민자유치, 민간부문과의 계약제 도입, 민영화 등 민간기업을 참여시키는 방안들이 많이 제시되고 있다.

이러한 방안들을 채택하여 효율성을 제고할 수도 있지만 민간기업이 참여하는 한 그들의 이윤확보가 보장되어야 하므로 시민들에게 비용부담이 증가하고 공익에 역행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것이다.

그 외에도 민자유치나 민영화의 부정적인 측면으로 민간에 독점권을 이양하는 위험성을 지니고 있으며, 정부의 책임회피의 계기가 될 수 있으며, 시민복지가 외면될 경향이 높고, 저소득층의 이해가 고려되지 않는다는 점이 국내외 학자들에 의해 지적되고 있다.

신촌역은 민간자본유치로 개발하므로써 이러한 부정적인 측면이 관련되어 있는 것이고 민간기업의 이윤확보를 위해 아무도 원하지 않는 쇼핑센터계획이 거론되고 있는 것이다.

철도청에서는 철로복개에 대해 구상중일 뿐 구체적인 시행계획은 발표한적 없다고 말하지만 시행계획이 발표되면 대학을 비롯한 주민 참여를 통해 개발계획을 추진하기에는 이미 늦은 것이다.

따라서 더 이상 구체적인 계획이 일방적으로 추진되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는 지금 우리가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대학 주변의 개발이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갈 수 있도록 다각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현재 이대주변의 여러가지 문제들을 고려해 볼때 대학문화를 조성하고 공간질서를 확보하기 위한 바람직한 개발방향은 저밀도 개발을 추진하는것이다.

따라서 교통혼잡을 야기시키는 개발은 절대적으로 억제하고 공공시설, 문화시설들이 더욱 화보되어야 한다.

현재 이대 주변에 가장 부족한 시설은 주차장이라고 이 지역의 상인들이 지적하였고 서점, 공원 및 예술공연장이라고 대학인들이 지적하였다.

공익을 반영하는 개발양식은 바로 이러한 시설들을 확보하는 것이다 .지금 이 지역이 필요로 하는 것은 쇼핑센터나 레져시설이 아닌 것은 확실하다.

철로가 복개된다면 주차장이나 문화공간이 마련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면서 민주적인 개발이다.

필자는 복개된 부지를 녹지화하여 캠퍼스의 보호지대를 조성하는 것도 매우 바람직한 방안이라고 생각한다.

학교 앞이 쇼핑센터 숲으로 가리워지는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대학당국, 학생, 교수 모두가 힘을 합쳐 상업주의에만 치우친 개발을 적극 방지해야 할 것이다.

또한 우리가 성공적으로 철로복개문제를 해결하였다 해도 앞으로 또 다른 위기에 처하지 않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관심과 참여를 통해 건전하고 쾌적한 환경을 확보하는데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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