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재편기 앞둔 재야운동진영의 현황 재야 정계진출, 보수영역 아닌 진보영역에서 이뤄져야 「현정부는 지금 출범이후 최대위기를 맞았다」 이는 집권 2기에 들어서며 우루과이 라운드 이행계획서 수정파문, 북핵문제, 상무대이전 및 조계사 사태와 관련된 정치자금 수수 의혹 등 정체와 혼미를 거듭하고 있는 현정부정책에 대한 민주당의 강공에서 터졌던 말이다.

현재 정부는 한해가 넘게 개혁을 외치고 있지만, 대통령의 독주로 야기된 정치실종, 친 재벌중심의 경제·노동정책, 수구세력 청산능력의 부재 등으로 그 신뢰를 잃고 표류중이다.

여기서 대다수의 비판적 입장을 가진 이들은 당연히 민주적 경쟁을 거쳐 집권할 수 있는 야당이 힘을 갖기를 바랄 것이다.

그러나 대표적 집권야당인 민주당은 지도력의 빈곤과 정치적 기반의 한계로 말미암은 보수성으로 인해 수권정당으로서 높은 평가를 받지못하고 있다.

재야운동진영 역시 각자의 정치적 입장이 분열된 상태에서 새로운 변신과 상황대응력으로 대중적 기반을 넓히는 일에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김대중씨 정계복귀여부, 개헌, 정계개편, 남북관계 등 정치판도를 크게 바꿔놓은 대형변수 또한 속속들이 터지고 있는데, 지금 어느 진영도 새로운 정치세력·대안세력으로 서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현실을 반영해주는 증거로 「내 정당이 없다」라는 유권자가 무려 60%에 달하기도 했다.

한편 재야세력에 대한 지지도는 겨우 1.3%에 머물면서, 현재의 재야모습으로는 구민들의 지지를 획득할 수 없음을 시사해주었다.

야권재편의 잠복변수 ㅡ「새시대광장」 지난 4월 13일, 민주당 내 3인의 개혁파 의원들과 재야대표인사 3명은 「새시대광장」이라는 포럼조직 결성을 통해 당면과제를 풀어나가려는 결의를 보였다.

「새시대광장」의 3인의 야당 국회의원들 중 이부영·임채정 의원은 당내 개혁모임 소속이고 제정구 의원은 어느 계파에도 속하지 않은 제3세력이다.

그리고 나머지 이창복(민주주의 민족통일전국연합의장)·장기표(전 민중당 정책위원장)·김근태(통일시대 민주주의 국민회의 추진위원회대표)씨는 각각의 재야운동계를 대표하는 인물들이다.

이미 김문수씨 등 일부 재야노동운동가나 지식인들의 여당편입으로 재야의 입지가 더욱 축소되고 있는 가운데, 이틀 6인은 결성제안문에서 『과거의 정치적 견해차이로 인한 분열과 좌절을 막지 못한 것에 대해 국민들과 선후배동지 앞에 사과드린다』며 현재의 변화된 재야의 위상과 고민을 드러냈다.

이러한 일부 야당의원과 재야대표인사들의 결합선언은 일단 그간 분열되어있던 재야를 통합·봉합시키는데 커다란 계기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되었다.

그러나 이 6명의 현실인식이 현 정부의 「개혁실종」을 비판하는 시각에 한해선 어느정도 일치하지만, 소속집단의 성향·기반에서 오는 입장은 여전히 뚜렷한 차이를 내포하고 있다.

이에, 이런 협의영역의 한계를 누구보다 절감하는 당사자들은 보다 느슨한 형태인 「포럼」의 형식에서부터 출발선언을 했고, 다가올 공식출범 전까지 협의수준을 더이상 넓히지 않기로 결정했다.

따라서 앞으로 정식 창립선언이 있기까지는 「정치결사체로의 발전」「민주당 통합을 위한 예비모임」「개혁신당모임」등의 추측들은 아직 성급한 판단일 뿐이다.

그러나 여러 그룹을 대표하는 6인 참가자들의 움직임이 외형상으로는 기존 재야세력 대부분을 포괄하고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 재야의 제도권진입의 주요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은 일단 열려져 있다고 볼 수 있다.

정계개편을 위한 움직임 ㅡ진보정당창당 「새시대광장」참여자들은 그들의 문제의식 지점이 과거를 향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개혁의 장래·재야세력의 미래를 겨냥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이중 전 민중당 정책위원장인 장기표씨의 경우 민자·민주구도가 아닌 제 3세력의 결집을 통한 진보정당 창당을 계속 주장해왔다.

이처럼 95년 이후 치러질 수많은 선거로 최대의 정치변동을 앞둔 지금, 독자적 정당건설의 과제가 재야의 또다른 흐름으로 작용하고 있다.

95년 말까지 창당을 가시화한다는 결의를 밝히고 있는 진보정당추진위원회(진정추)는「정당건설이 이뤄지지 않는한 진보진영은 소수써클화의 과정을 걸을 수밖에 없다」는 입장에서 노동자·농민 등 기층 대중과 시민운동진영까지 포괄하는 광범위한 정치연합체의 건설을 구상하고 있다.

한편, 진정추의는 다른 입장에서 창당을 준비하는 민중정치연합(민정련)은 정당건설이 우선 목표라기보다는 변현적 진보진영의 연대를 통해 기층민중과의 결속력을 다지는 데 보다 큰 역점을 두고 있다.

이처럼 정당건설엔 기본적으로 동의하지만, 과정상의 이견으로 현재까지 두 단체간의 활동은 유기적으로 결합되지 못하는 실정이다.

결국, 현정부 출범이후 지금까지 재야는 정치적 행보에 대한 입장차이로 각기 분열되어있는 상황에 놓여있다.

그리고 최근 들어 크게는 「새시대광장」과 같이 재야의 계파연대와 제도권과의 제휴여부를 놓고 그 행보가 주목되는 진영과 계속되는 재야의 제도권 진입으로 인한 전반적 보수화를 우려하면서 진보적 대중정당건설을 지금의 행안으로 삼고 있는 진영으로 그 흐름이 파악된다.

여기서 확실한 것은 현 정부의 「보수로의 회귀」에 재야의 제도권진입이 이용되어서는 안될 것이며, 다가올 권력재편기에 진정한 진보진영의 세력화를 위해서는 재야세력간의 민주대연합이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왜냐하면 과거 이들이 반독재투쟁의 주력부대로 활동해온 역할만큼 지금 「반보수 투쟁의 주력부대」로서의 역할 또한 다가올 「지각변동시기」에 있어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임지영 기자
저작권자 © 이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