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금이씨 살해범 주한미군 케네스 마클 이병에게 징역 15년실형이 최종확정되었다.

지난 달 29일, 대법원 1호에서 열린 윤금이씨사건 최종재판에서 재판부는 『고의에 의한 범죄사실과 난행사실까지 인정되며 범행동기와 경위, 수단 등에 비추어 정당방위나 과잉방어에 해당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마클이병은 신병이 한국으로 인도되는대로 천안 소년교도소에 수감된다.

마클이병은 92년 10월 동두천 미군클럽 종업원 윤금이씨를 콜라병으로 머리를 쳐 살해한 후 자궁에 콜라병을, 항문에 우산대를 꽂고 범행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방바닥에 세재를 뿌리는 등 난행을 저질렀다.

다음날 검거된 마클이병은 93년 2월 첫 재판을 시작으로 93년 4월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1심결과에 불복하여 항소를 제기, 93년 12월 2심에서 징역 15년으로 감형되었다.

그러나 다시 이에 불복, 상소하여 지난달 대법원의 최종판결에 이르게 된 것이다.

이번 사건 해결에 있어 여러가지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는데 먼저 사건용의자에 대해 구속수사를 하는 것은 사법적 단죄 차원뿐만 아니라 사건 초기수사를 용이하게 하여 사건의 실체를 규명하는 관건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마클이병은 범행여부의 확실성에도 불구하고 약 일년반의 기간동안 불구속 상태에서 조사와 재판을 받아왔다.

또한 재판의 증인으로 참석한 동료미군인 램버트 상병은 수사기관에서의 진술과 다르게 사건 당일 자신의 행적을 증언했으며, 상화에 맞지 않는 명백한 거짓말을 하기도 하였으나 렘버트 상병의 범행가담여부는 여전히 의혹으로 남아있다.

또한 검찰과 재판부는 계속적으로 사건해결에 있어 미온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사건 직후 한국경찰은 마클이병을 검거했으나 조사없이 미군측에 넘겨 여론의 반발을 사다, 다시 수사에 들어가기도 했다.

미군범죄는 이번 윤금이씨 사건외에도 지난해 5월에 서초동 「레빈호프」여주인 김국혜씨(52)가 미군병사에 의해 강간을 당하고 무참히 성폭행을 당해 평생장애의 모므올 살아야 하는 사건이 발생하는 등 정부에 의한 공식통계에 의해서만도 하루 평균 5건, 연평균 2천여건에 달하고 있다.

특히 이들의 범행이유를 보면 가장 많은 경우가 「아무 이유없이」이며 다음으로 「강간을 피해도주하자」그외 「쨈을 많이 먹는다」등의 어처구니 없는 동기들이다.

그러나 이중 우리나라가 형사재판권을 행사한 것은 불과 0.7%에 그치며, 이는 NATO가 52%, 일본이 32%, 필리핀이 21%인 점에 비해 턱없이 낮은 편이다.

주한 미군 범죄에 있어서는 국내법과 달리 「한미 행정협정」이라는 특수법이 적용되며 우리나라는 현재 타국에 비해 매우 불평등한 관계에 있다.

91년 개정된 「한미 행정협정」에 따르면 주한 미군당국에 전속적 관할권이 있는 경우에는 미군범죄에 대해 한국은 전혀 처벌할 수 없으며, 한국측에 제 1차적 권리가 있는 경우에도 「포기권」의 명목하에 우리에게 재판권이 거의 주어지지 않는다.

또한 피의자가 미군 관할하에 있으면 재판절차가 끝날 때까지 미군 당국이 구금하도록 되어 있고 한국에서 복역중이더라도 미국측이 신병을 요청하면 신병을 미국측으로 인도해 주도록 되어있다.

1950년 전시중 미군당국에 전적으로 형사전속관할권을 부여했던 「대전협정」을 시작으로 한 한·미간 불평등조약은 67년 「한미 행정협정」체결 후 거의 25년만인 91년 처음 개정되었다.

이는 계속되는 미군범죄를 비롯하여 미군기관에 고용되어있는 한국노무자들의 부당한 인권유린, 미군물자유출로 인한 시장질서교란 등에 대한 국민의 여론악화가 밑받침되어 실행되었으며 개정협정에 있어서도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는 「합의의사록」은 그대로 둔 채 하위규정만을 개정하는 등 아직도 많은 부족한 부분을 내포하고 있다.

이제 한미 관계는 과거의 전시상태를 전제로 한 특수관계도 아니고 어느 한쪽이 타방을 일방적으로 원조하는 시혜적관계도 아닌 평등한 동반자적 관계로 발전되고 있고, 또 그렇게 발전되어야 한다.

이에 한국 경찰과 재판부는 1차적 권리가 있는 경우에 포기권을 행사하지 않고 재판권을 행사하는 등 적극적으로 국민의인권과 국가의 주권을 보호해야 할 것이다.

또한 한국정부는 정통성 없는 군사정부의 약점으로 인해 「한미 행정협상」의 권리행사면에서나 그것의 개정면에서 소극적이었던 점에서 벗어나 좀더 평등한 한·미관계수립을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정영희 기자 사건 뒷 이야기 ◆마클이병은 구치소에 양변기가 있을 것을 주장했는데 이는 「한미행정협상」에 「한국의 구치소 시설이 미국측이 요구하는 최소한도의 기준을 충촉해야 한다」는 내용이 명시되어있어 구속수사를 불가능하게 하는 하나의 근거가 되었다.

◆2심에서 케네스 마클아버지는 15년으로 부당하게 감형된 형량에 항의하는방청객을 향해 「Fuck you」라고 소리를 질러 한국인에 대한 미국인들의 의식을 보여주었다.

◆마클 이병의 가족들은 미국 웨스트 버지니아주 연방지방법원에 마클 이병이 한국 사법당국에 인도되지 않도록 해달라는 탄원서를 제출했으나 「사건의 법적 관할권이 없다」는 이유로 지난달 26일 기각당하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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