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4년 우루과이 라운드 협정 최종 조인을 앞두고 미국, 유럽연합을 위시한 선진국이 이른바 「사회조항」으로 삽입을 제안했던 블루라운드, 그린라운드가 제 3세계를 비롯한 대다수개발도상국들의 반대에 부딪혀 무산됐다.

그러나 지난 4월 12일~15일 진행된 모로코 마리케시 각료회담에서의 WTO(국제기구) 출범과 함께 다시 이들 라운드가 다시 각국 무역협상의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흔히 라운드공세라고도 표현되며, 노동조건개선과 환경보호의 명분뒤에 선진국의 새로운 무역보호조처라는 비판이 일고 있는 지금, 본사 사회부는 이들 라운드의 본질을 알아봄과 동시에 우리나라 상황과의 연결을 통해 그 적절한 대안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

차례 상. 블루라운드 하. 그린라운드 블루라운드란 무엇인가 블루라운드는 일반적으로 「노동조건과 무역을 연계시키는 다자간 협상」으로 이해되고 있다.

그러나 좀더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개발도상국의 저임금노동과 열악한 노동조건 상황에서 생산된 상품에 대해 선진국이 무역규제를 하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블루라운드는 1990년대판 선진국의 「신보호무역주의」로 불리기도 한다.

「블루」라는 말은 노동자계급의 대표적 이미지를 보여주는 육체노동자에서 나온 말로서, 1991년 당시 미국 민주당게파트 하원의원에 의해 처음 사용되었다.

그러나 블루라운드란 용어는 아직 국제정치에서 시민권을 획득하지 못하고, 통상적으로 「국제무역협정의 사회적 조항」으로 통한다.

또한 「사회적 덤핑」이라는 용어도 사용했었다.

1994년 현재, 47년 역사의 가트체제가 종결되고 새 세계무역기구가 지난 4월에 탄생했다.

냉전체제는 해체되고 이제 지구촌은 선진자본주의 중심의 세계체제를 강력하게 구축하고 있다.

이런 변화는 노동자계급에게 새로운 선택을 직면하게 한다.

왜냐하면 「사회주의」라는 노동운동의 이상이 「국제경쟁력 강화」라는 이데올로기 속에 파묻혀 버려 노동운동진영은 경쟁력강화와 노사관계개혁에 대한 노동자의 계급적 이해는 무엇인가에 대한 정치적·사회적 선택사황에 직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과 유럽연합 중심의 세계 무역체제는 최근 블루라운드라고 명명되는 「노동과 무역의 연계문제」를 강하게 들고 나오고 있다.

4월 12일 부터 15일까지 진행된 마라케쉬 각료회담(WTO의 출범 축하잔치)는 우루과이 라운드를 마무리하면서, 새로운 라운드를 제기하였다.

블루라운드는 무엇보다도 한국의 노동정치와 노동계급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블루라운드와 정부의 노동정책 현실적으로 블루라운드가 가장 문제가 되는 후발개도국이라 할 수 있는 나라들-남미와 동남아시아 국가들(필리핀, 타이,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 과 중국, 인도-이다.

한국을 포함한 「네 마리용」은 상대적으로 덜 위협을 느끼고 있다.

이 나라들은 80년대 들어 노사관계의 개혁이 나름대로 추진되어왔거나 (한국, 대만), 비교적 민주적인 노사관계(홍콩, 싱가폴)를 유지해왔기 때문이다.

물론 블루라운드는 네 마리 용에게도 「국제경쟁력」을 손상시키는 효과를 지니고 있다.

1993년 경제성장률을 보면, 네 마리 용보다 동남아 개도국이 더 높은 성장을 기록하고 있고, 중국의 경우는 거의 10%에 가까운 성장율을 기록하였다.

블루라운드는 이 성장에 결정적으로 찬물을 끼얹을 것이다.

미키 캔터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는 「미국이 블루라운드에 포함시키고자 하는 노동기준은 단결권, 단체교섭권, 강제노동금지, 아동노동기준, 작업환경기준 등 5개항」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이는 1970년대 초 노동자 전태일이 청계 피복공장의 노동조건에 대한 울분과 노동운동에 대한 열정을 보여준 역사적 사실을 상기시킨다.

중국이나 동남아 개도국의 노동현실은 한국의 그 때보다 낫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한국의 경우 정부는 4월 16일 노동부가 제출한 「BR관련 ILO협약 검토」라는 자료에서 볼 수 있듯이, 새로운 국제사회의 쟁점으로 떠오른 블루라운드에 대해 대비하고 있다.

이 자료는 국내노동관계법 및 제도가 국제노동기구에 위배가 되는지를 검토하고 있다.

노동부는 국내노동관계법상 ILO의 29호 「강제근로협약」, 87호 「결사의 자유」및 98호 「단결권 및 단체교섭권 원칙적용에 관한 협약」등이 문제가 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노동부는 이 조항에 대한 해당법령을 점진적으로 개정 혹은 폐지할 것을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보다 더욱 시급한 문제는 올하반기로 예정된 노동관계법 개정이 앞으로의 노사관계를 어떻게 변화시키고, 노동계급의 정치를 어디로 방향지울 것인다 하는 문제이다.

개정 내용의 핵심은 복수노조허용, 3자개입금지 폐지, 노조의 정치참여 허용 등이다.

특히 민주노조진영에서 추진되고 있는 「제 2노총」과 관련하여 노동법개정은 국가의 노동정치와 민주노조의 노동계급의 정치가 어우러져 새로운 노사관계를 선보이게 될 것이다.

블루라운드는 「양날의 칼」이라고 볼 수 있는데, 미국의 불순한 의도(개도국의 경쟁력 약화)를 의미하는 동시에 노동조건이 인간화와 노사관계의 민주화를 의미한다.

이것은 세계자본주의체제에 편입되어 있는 한국의 입장에서 어떤 발전전략을 선택할 것인가라는 문제를 제기한다.

한국의 자본축적 전략은 저임금을 기초로 한 「비용우위 전략」에서 고임금의 양질 노동력을 기초로 하는 「품질우위 전략」으로 변경해야 할 것이다.

블루라운드와 노동운동진영의 대립 노동운동 진영의 대응방향은 노사관계의 개혁이 한국사회 발전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객관적이고 적합성있는 자료와 논거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현재 노동운동은 운동의 상대적 침체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선별노조의 건설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조선노협과 한총련을 중심으로 한 전노대의 조직적 발전은 노동운동의 대응방안을 마련하기 위해서도 매우 중대한 문제이다.

한총련과 대노협의 노총탈퇴 선언과 어용노총을 대신하는 「민주노총(제2노총)」과 산별노조의 건설은 블루라운드 시대에 노동자의 계급적 요구로써 추진되야 할 것이다.

한국사회과학연구소연구원 인수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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