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성·예술성에서 괄목할 만한 성장 이뤄 12~16일 열린 통일문화제를 살펴본다 각 장르의 유기적 결합 대규모 집체극 올려 참가자 연행과 장비 압수 속에 어려운 행진 91서울범민족대회와 청년학생통일대축전 문화행사가 정부당국으 ㅣ무차별 연행과 장비압수 등 원천봉쇄의 난관을 뚫고 지난 12일(월)~16일(금) 경희대에서 열렸다.

12일(월) 개막공연 「애국의 길, 통일의 길」로 막을 연 이번 문화행사는 범민족대회의 열기를 고조시키는 동시에 91년 상반기 민중운동진영의 성장된 문예역량을 총화하는 장으로서의 역할을 담당한다는 점에서 많은 기대를 모았다.

전체적으로 올 행사는 지난 해와 비슷한 구도 하에 통일노래한마당을 무대공연이 주류를 이루는 가운데 전시회, 영화상영, 통일장터 등이 경희대 곳곳에서 진행되었다.

이번 공연들은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집체극 등 대규모 인원과 장비를 동원한 공연형식이 많아졌다는 점이다.

이는 상반기 5, 6월투쟁을 통해 성장한 장르·조직별 문예역량의 성과임을 반증한다고 볼 수 있다.

14일(수) 오전 1시에 시작된 「제 4회 전국대학생 통일노래 한마당」은 새벽별이 하나, 둘 지면서 더욱 열기를 더해갔는데 오전 5시 30분에 행사가 모두 끝날 때까지 노천극장을 가득 메운 2만여 관중이 자리를 뜨지 않아 해가 갈수록 더해지는 「인기」를 절감하게 했다.

통일노래한마당은 청년학생들의 다양한 정서를 담은 노래를 통해 건전하고 예술성 있는 노래를 대중적으로 확산시키는 것, 노래매체간의 연대제기의 틀을 마련한다는 것을 행사취지로 삼고 있다.

특히 21개 노래패들이 참가해 경합을 벌인 올해 통일노래한마당의 경우 총점의 10%를 반영하는 배심원 제도를 도입, 심사의 신중을 기하는 등 대중성 확보에 노력을 가한 흔적을 보여주기도 했다.

대상인 으뜸상에는 실향민 아버지의 눈물과 그리움을 민요조의 가락과 시적인 노랫말로 형상화한 전남대 노래패 「통일아리랑」이, 투쟁의 한길에서 동지에게 새로 힘이 되어주자는 내용을 밝고 경쾌한 가락으로 표현한 중앙대의 「얼굴 찌푸리지 말아요」와 통일에 대한 신념을 노래한 경희대의 「통일은 됐어」가 각각 단결상과 대중상을 수상했다.

올해의 참가곡들은 대부분 1부에서는 장엄한 곡조로 흐르다가 2부에서 힘차고 경쾌한 풍으로 변화하는 구조를 보여주었는데 「통일은 됐어」와 같은 곡에서는 노래 중간중간 자유스럽게 자신의 목소릴르 내는 전통적 선율합창 방식을 선보이기도 했다.

대체로 이번 통일노래 한마당 참가곡들은 대중성과 예술적 완성도란 면에 있어 괄목할 만한 성장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여전히 가사에 있어 구체성이 부족하고 감상적인 차원을 벗어나지 못하는 문제점을 드러내기도 했다.

따라서 대중적 참여와 노래 이외에 문선대 등 매체 활성화 및 연대강화, 활발한 노래 보급을 통한 입상곡의 대중화로 생활 전반에 파고드는 구체적인 노래문화 창출이 시급히 요구된다 하겠다.

통일노래 한마당 못지 않은 호응을 얻으며 올해 문화행사의 가장 큰 성과로 지목된 공연형식은 집체극이었다.

문학을 바탕으로 음악, 미술, 영상, 풍물, 탈, 만화 등 각 장르가 긴밀히 결합, 나름대로의 장점을 발전시키고 서로의 제한성을 극복해 나아가 단결된 힘을 보여주는 종합예술 형태인 집레극은 그간 노래 중심이었던 무대 공연에서 탈피했음을 보여주었다.

다만 당초 진행될 예정이었던 5가지 집체극이 원천봉쇄로 인해 참가자들이 연행되고 장비가 압수당하면서 축소공연 될 수밖에 없던 점이 한가지 아쉬움으로 남기도 했다.

전대협 학생 8백여명이 출연한 「통일투쟁 4년사ㅡ엉겅퀴」, 전국 노동자문화단체협의회의 「통일은 우리의 힘으로」등 대규모집체극은 방대한 인원의 출연으로 다소 난잡한 감이 없지 않았지만 노동자들의 단결된 힘을 나타내는 깃발춤, 노태우의 가면을 쓰고 정부의 비리를 폭로하는가면극, 분단의 아픔을 애절하게 그련내 살풀이춤 등 다양한 매체를 활용, 주제와 내용을 효과적으로 그려냄으로써 관심을 모았다.

전시회로는 전대협통일문예선봉대의 「국토종단대행진투쟁사진전」과 창작시전, 노천극장 무대의 대형 걸개그림을 제작한 서울지역학생미술패연합의 「민족미술전시회」등이 경희대 학생회관을 비롯한 곳곳에서 있었으나 이 전시전 또한 원천봉쇄로 인해 원활한 진행을 이루지 못했다.

그 대신 행사장에서 측각적·대중적으로 벌일 수 있는 놀이문화, 즉 「임수경배족구대회」나 「청년진군가」에 발맞추어 추는 「불타는 탱고 경연대회」등에 많은 학생들의 참여가 이루어져 눈길을 끌기도 했다.

전반적으로 올해 문화행사는 시종일고나 고조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었지만 행사시간이 번번히 지연되었던 점, 행사장 곳곳을 효과적으로 이용하지 못해 대중과 전면적으로 결합할 수 없었던 점 등의 오류를 낳았다.

이에 대해 공동기획을 맡은 경희대 총학생회 문화부장 박종호군(무역·4)은 『기층단위의 참여의욕이 너무 강하고 본 무대만을 이용하려는 경향이 짙어 짧고 꽉 짜인 일정 속에서 행사의적절한 분산, 배치가 이루어지지 못했다』며 『모든 대중이 함께 참여, 호흡할 수 있는 문화행사구조에 대한 심도 깊은 고민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고립·분산적 진행이라는 난관 속에서도 91범민족대회와 청년학생통일대축전문화행사에서 문예의 종합적 형태인 집체극의 활성화와 예술적 완성도의 고양, 기층단위의 주도적·자발적 참여가 이루어진 점은 커다란 성과라고 하겠다.

한편, 이번 행사는 본대회의 무산 속에서 문화행사의 열기만이 지나치게 고조되어 내용성 없는 「축제판」화되는 경향이 지적되기도 했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서 문예를 통한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투쟁관과 대중관의 모색이 절실히 요구된다.

이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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