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상문학연구소를 찾아

독립문 전철역을 조금지나 무악재고개 밑에 둥지를 내린 한국영상연구소를 찾아가 보았다.

방문한 바로 다음날이 이사하는 날이어선지 연구소 여기저기에 끈으로 묶인 책들이 수북히 쌓여있다.

기획운영위원인 조기원씨(시인)는 사무실이 어지러운 것이 자신의 책임인냥 미안한 표정으로 기자를 반겨주었다.

한국영상문학 연구회는 지난 2월말에 창립대회를 갖고 새로운 문예활동의 영역을 개척하기 위해 노력하는 단체이다.

『우수한 문학작품이 많이 생산되었으나, 문학작품의 통로라는 것은 활자매체에만 많이 국한되어 있었죠. 활자매체에만 한정된 문학의 한계에 공감한 젊은 시인 3,4명이 모여 다른 전달 방식으로 문학을 이용할 수 있는 활로를 찾다가 이 영상문학 연구회를 만들게 되었습니다』라며 조씨는 창립동기를 이렇게 설명한다.

이들의 창립의도는 「문학은 활자의 벽들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

그리하여 대중의 생활속에 살아 움직여야 한다」라는 그들의 멋드러진 모토에서도 잘 드러난다.

현재 한국영상문학연구소를 임헌영씨를 대표로 고은, 신경림, 김남주, 임지택, 김기팔씨등을 자문위원으로 두고 산하에 문학위, 영상위(비디오, 사진, 영화, 연국분과포함), 음악위, 방송위, 무대연출, 무용위등 6개 위원회를 조직하여 문학의 다양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예술이 사람과의 만남이 없으면 그 예술의 생명은 깃발없는 깃대에 다름없다」고 보고 다양한 방법과 통로를 통해 문학을 활성화시키고 건전한 대중문화를 만드는 것이 이 연구소의 목적인 셈이다.

『저희 연구소가 기초로 삼는 장르는 물론 문학입니다.

문학을 모든 예술장르로 표현하는 것이지요. 무용을 예로 들어보면 무용도 그냥 무용으로 형성화되는 것이 아니라 일정한 내용을 담은 대본이 있어야 무용이 만들어지는 것 아닙니까? 이런 점에서 좋은 시와 무용이 만날 수 있는 것이지요』라며 조씨는 연구소가 지향하는 문학과 타 예술장르와의 관계를 설명한다.

이런 관계설정하에 음악위에서는 좋은 시를 노래로 만드는 음반작업을 진행중이고 6월경에 열게 될 「공해추방」을 내용으로 한 공연준비의 일환으로 시와 비디오의 접합도 꾀하고 있다고 한다.

문학의 기준이 무엇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문학은 물론 현장성과 역사성을 담은 민족문학입니다』라며 비교적 간단명료하게 대답하는 조씨. 민족문화를 지향하기는 하지만 대중성 확보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활동하는 영상문학연구소의 사업방식으로 인해 자칫 기성화될 위험성이 없지 않은데 이런 폐단을 막기위해 공연을 기획하고 총괄하는 기획위원을 인선된 사람으로만 한정시키는 장치를 두고 있다고 한다.

또한 한국영상문학연구소는 이 대중화의 일환으로써 앞으로 여러가지 작업의 성과를 프로그램화하여 텔레비전, 라디오, 신문, 잡지 등 모든 매체를 통해 문학의 대중화·시각화에도 힘쓸 예정이다.

『저희 한국영상연구소는 대부분 전문인들로 구성돼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 저희들에게 필요한 사람들은 발벗고 열심히 뛰어줄 건강한 의식을 가진 젊은 문예 일꾼들입니다.

대학생들의 많은 관심이 있었으면 좋겠군요』라며 조씨는 말을 끝낸다.

밖에 나가 따뜻한 차 한잔 사겠다는 조씨의 말에 선뜻 응낙하며 연구소 문밖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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