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한국 성폭력 상담소」개소

「10번째 화성 강간살인 사건 발생. 60대 할머니 변사체로 발견」 며칠전 일간지에 대서특필되었던 화성강간살인사건의 충격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성폭력은 우리사회의 곳곳을 좀먹고 있다.

연간 범죄건수가 5천여건에 이르고 그나마 신고율도 2.2%에 불과하다는 성폭력. 이러한 성폭력사건의 피해여성들을 돕고 여성 스스로 성폭력 추방운동에 주체적으로 나서자는 취지에서「한국 성폭력 상담소」가 13일(토) 서초동에서 문을 연다.

본교 대학원 여성학과 출신의 현역 대학상사 50여명이 지난해 8원부터 발기인 및 창립회원으로 설립준비를 해온「한국 성폭력 상담소」는 여성문제의 주요영역이면서도 흔히 부차적인 문제로 인식되어온 성문제, 특히 성폭력문제가 여성의 상품화와 남성위주의 사회구조에서 파행된 것이라 보고 이의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대처할 국내최초의 전문기관이라는 의의를 갖는다.

대표 최영애씨는 『여성노동자 문제, 고용차별문제 등은 여성계 등에서 그나마 널리 연구되어지고 있습니다.

이에 비해 전계층의 여성들을 대상으로 하는 성폭력문제는 그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소홀히 다뤄져 왔다는 여성학전공 회원들의 문제제기에서 성폭력 연구기관이 제시되었죠』라며『시급한 것은 피해여성에 대한 상담을 통해 그들을 사회에 재적응하게 하는 것이지만, 궁극적으로는 여성의 순결을 강요하는 가부장제의 악습과 매춘과 같은 여성의 상품화등 왜곡된 성구조를 변혁, 건강하고 인간중심적인 성문화로 정착시키는 일입니다』라고 성폭력상담소가 나아가야할 바를 밝혔다.

「한국 성폭력 상담소」는 상담활동외에도 성폭력의 예방및 대처방안등을 연구·개발하고 청소년과 성인을 대상으로 성교육을 실시할 예정이다.

또한 불공평한「강간에 관한 법률」등에 대한 개정운동 및 의료계, 법정계, 경찰 등과 연계하여 피해자 운송부터 치료, 법적지원까지 24시간 전일 운영하는「종합위기센터」의 건립도 추진하려는 중이다.

게다가 피해자에게 보다 전문적인 도움을 주고자 성폭행에 따른 신체적 손상이나 임신등 의료문제, 가해자 처벌에 관련한 법적처리 문제등 각 분야별로 자문위원을 두고 있다.

이 자문위원에 본교는 장필화 교수(여성학)를 비롯하여 9명의 교수가 참여하고 있고 그외에도 황산성 변호사, 고정희 시인등 각계인사가 긴밀한 협조체제하에서 운영을 돕고 있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의 89년 조사에 따르면 성폭력실태는 응답여성 2천 2백 90명의 76.4%가 가벼운 성적추행을 경험했으며 피해연령은 최소 4세에서 최고 69세까지 거의 전연령의 여성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피해여성들은 강간을「범죄」가 아닌「성관계」라 파악하여 이들을 냉대하는 사회관행에 의하여 올바른 상담은 커녕 신고조차 꺼리는 실정이다.

이에 간사 이미경씨는『이들을 위한 법적 보장조차도 허술한 점이 많습니다.

강간관련법률이 친고죄로 되어있어 실제 처벌이 드물고,「폭행과 협박으로 부녀를 강간한 자는……」이라는 조문에서는 여성에게「반항의 의무」마저 강요하고 있어요』라고 법개정운동의 필요성 역시 강조했다.

성폭력은 여성의 노동력 뿐만 아니라 성마저 상품화하는 자본주의사회체제와 가부장적 유습속에서 암암리에 키워진 암적 존재이다.

여성의 인격과 신체를 유린하고 건전한 사회활동마저 방해하는 성폭력에 대항하여 이를 극복, 해결하려는 진보적 여성의 단결조직인「한국 성폭력 상담소」. 이땅위에 건전한 성문화의 정착이라는 중요한 과제를 안고 출발한「한국 성폭력 상담소」의 선도적인 활동을 기대해 본다.

정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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