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에게는 평등노동을, 아동에게는 교육을

요즘 우리사회에서 가장 번성하는 사업(?)이 놀이방(탁아)사업이다.

조금만 주의를 기울여 동네여기저기를 둘러보면「놀이방」간판이 꽤나 많이 눈에 뜨인다.

이는 여러가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첫째 기혼여성의 경제활동의 가장 큰 장애요소가 아이들 양육이라는 점과 이것이 국가적으로 해결되지 못하고 개인적 차원에서 해결되고 있다는 것이다.

즉, 1980년대 이후 우리사회의 자본주의적 경제관계의 팽창이 가속화 되어감에 따라 여성노동자 취업이 크게 증가하여 취업인구의 41.5%가 여성이며, 생산직에 종사하는 기혼여성 노동자만도 100만을 헤아리고 있다.

이처럼 기혼여성 노동자가 늘어나는 이유는 여성노동력에 대한 수요가 증가했을 뿐만아니라 생계비에도 못미치는 저임금으로 인해 노동자 가족이라면 남녀불문하고 온식구가 함께 노동하기 않으면 살아갈 수 없는 현실때문이다.

이때 기혼여성 노동자가 산업발전의 주역으로서 생산노동에 참여하려면, 안정적으로 일할 권리를 위해서도, 또한 각종 차별을 깨뜨리고 평생노동권을 확보하기 위해서, 자녀의 탁아문제가 반드시 해결되지 않으면 아된다.

왜냐하면 여성 노동자 자신의 모성을 보호받을 권리뿐만아니라 자녀를 보호하기 위한 탁아소가 보장되지 않는다면 직장을 다니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단순히 여성의 취업을 보장하기 위해 아이들을 집단적으로 수용, 보호하는 사회적 시설을 탁아소라 할 수는 없다.

탁아소의 일차적인 기능은 아이를 수용하여 안전하게 보호하는 일이지만 그것이 단순히 어머니가 일하는동안 잠시 돌봐주고 다시 아이는 필연적으로 어머니 손에서 키워져야 한다는 식의 단순기능만을 칭하는 것이 아니다.

탁아소 설립은 아래와 같은 두가지 측면에서 중요한 의의를 갖는다.

첫째 탁아소는 여성의 평생 노동권의 확보차원에서 필요하다.

인간이 인간답게 사회적 존재로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은 노동을 통해서이며 노동에 의해서만 자연을 변화시키고 스스로 변화하는 주체로 설 수 있다.

따라서 여성이 인간으로 설 수 있는 것은 사회적 노동을 통한 자아의 실현을 통해서 가능하다.

그러나 우리 사회의 여성은 출산과 더불어 가사노동 사회노동 즉 인류의 재생산과 재회의 재생산에 정당하게 자기몫을 하면서도 여성이 인간으로서 누려야하는 정당한 여타의 권리를 상실하고 있다.

여성이 인간으로서의 정당한 권리를 박탈당한 것은 계급사회로의 이행과 동시에 행해졌다.

계급사회에서의 대다수의 여성은 모성을 이유로 남성에 의해서 대리지배되고 남성을 통해서만 사회적 실현이 가능한 종속적인 위치로 전락하는 이중의 억압을 당하게 된다.

여성억압을 정당화 시켜주는 반여성적 이데올로기와 성의 상품화 반여성적 문화습관등이 형성되고 이것은 또한 여성은 물론 남성에 이르기까지 모든 인간을 소외시키고 비인간화 시키는 근본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따라서 여성이 인간으로 올바르게 서기 위해서는 여성의 책임만으로 전가되고 있는 모성기능의 사회화 - 출산·육아·가사노동의 사회화가 필수적 요소이다.

그러나 고도로 발달된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자본가의 이해관계와 일정정도 일치하는 부분이 있기때문에 - 가전제품의 생산으로 인해 제품을 판매하려는 자본가의 이해속에서 가사노동에 투여되는 시간은 약간씩 줄어들 수 있다 - 가사노동의 사회화는 미약하게나마 이루어진다.

그러나 탁아소 설립이 기혼여성노동자들에게는 시급한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거의 외면되고 있는 이유는 여성을 산업예비군으로 묶어놓고 전체노동자를 분할통치하려는 자본가의 속셈을 국가권력이 철저히 옹호하기 때문이다.

자본가는 필요하면 기혼여성을 남성노동자나 미혼여성노동자보다 적은 임금으로 열악한 노동조건속으로 끌어들이고 전체노동자 임금을 떨어뜨림은 물론, 실업을 야기시킴으로써 여성·남성노동자를 분열·반목시켜 최대 이윤을 취할 뿐 아니라 여성의 본분은 집에서 아이나 키우며 남편이 벌어다주는 돈으로 생활하는 것이라고 떠들어댐으로써 여성을 가정으로 몰아넣는다.

이같은 잘못된 여성의 논리는 자본가의 논리이며 이것은 전체노동자들의 단결을 방해하는 자본가의 술책이다.

이런 자본가의 술책을 깨뜨리고 진정 여성노동자로서 자기권리인 평생노동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여성노동의 사회화가 반드시 이루어져야하며 모성기능의 사회화·제도화 특히 자녀양육의 사회화는 여성에게 너무나도 절실한 과제이다.

둘째, 탁아소의 설치·활성화가 필요한 이유는 교육적 측면에서 찾을 수 있다.

탁아소가 아이를 가두어만 놓는 곳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회가 전문화·다원화 될수록「자기가 먹을 것은 자기가 갖고 태어난다」는 옛날 속담만으로 아이를 낳을 수는 없다.

더욱이 아이를 한두명밖에 낳지않는 현대 핵가족 분위기 속에서의 이기적이고 독선적인 어린이가 아니라 사회성을 올바르게 습득하고 민주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과제를 부여받고 있는 곳이 탁아소이다.

미래의 주역이며 일꾼이 될 우리 아이들을 올바르게 기르는 일은 한 가정만의 책임일 수 없다.

이는 사회전체, 정부당국의 책임이다.

더이상 부모가 일나간 사이에 폐쇄된 방안에서 질식사하는 우리 아이들이 있어서는 안된다.

따라서 정부당국은 절실한 기혼여성노동자의 요구를 수용할 수 있는 탁아정책을 실행해야하며 여성들은 주체적으로 나서 여성의 당면문제를 해결하고 우리 사회를 인간답게 사는 세상으로 만드는데 동참하기 위해 우선 탁아소 설치 활성화를 위한 탁아운동에 적극 나서야 한다.

한은희 한국여성연구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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